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 Y] '어벤져스3' 신기록의 그늘…독과점vs시장논리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4.26 11:40 수정 2018.04.26 13:14 조회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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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영화관 메가박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가 개봉 첫날부터 흥행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독과점 논란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 25일 개봉한 '어벤져스3'는 전국 98만 93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올 최고 흥행작 '블랙 팬서'의 개봉 첫날 관객 수 63만 468명을 압도적으로 누른 것은 물론 역대 개봉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이었던 '군함도'(97만 516명)마저 넘었다. 여기에 역대 외화 최고 오프닝, 역대 마블 영화 최고 오프닝, 역대 최단기간(2일) 100만 돌파까지 총 5개의 신기록을 세웠다.

독과점의 그림자도 드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개봉일 '어벤져스3'의 스크린 점유율은 46.2%, 상영점유율은 72.8%에 달했다. 스크린 수는 2,461개, 상영횟수는 1만 1,430회를 기록했다. 멀티플렉스 10개 관에서 7개 관은 '어벤져스3'가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벤져스

반면 박스오피스 2위인 '그날, 바다'의 스크린 수는 366개, 상영횟수는 674회, 3위인 '당갈'의 스크린 수는 261개, 상영횟수 396회에 그쳤다. 

극심한 빈부격차다. 종전 역대 오프닝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군함도'의 개봉일 스크린 점유율은 37%, 스크린 수 2,027개였다. 당시에도 독과점 논란은 뜨겁게 일었지만 '어벤져스3'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어벤져스3'의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는 예매율에 따른 결과다. 이 영화는 개봉 일주일 전 이미 예매율 90%, 예매량 30만장을 돌파했고, 개봉일이었던 25일 오전 예매율 96.4%, 예매량 115만 8,202장을 기록했다. 개봉 전 예매량이 100만 장을 돌파한 것은 최초였다.

극장은 수요에 따른 공급이라는 입장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예매율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했다. 앞으로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을 봐가면서 스크린과 상영회수가 조정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는 줄어들 수도 있지만, 더 늘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어벤져스

'어벤져스3'의 경우를 두고 '착한 독과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이 실제 예매율로 입증됐고, 그에 따른 스크린 편성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모든 관객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마블 영화를 선호하지 않거나, 확고한 취향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 사이에서는 "'어벤져스3'가 극장을 점령했다. 볼 영화가 없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극장가에서는 문화 다양성을 찾아볼 수 없다. 잘 팔리는 영화가 극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문성근은 26일 자신의 SNS에 "언제까지 이럴 거냐. 스크린 독과점 규제법 통과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의 관계자, 개봉을 앞둔 영화 관계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당장 차주 '어벤져스3'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영화 관계자는 "'어벤져스3'의 흥행을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기세로 극장을 잠식했다. 이것이 시장 주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두렵다. 당장 개봉을 앞둔 입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경쟁에 나서야 할지 고민이 크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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