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71st 칸] 15년 무명 딛고 러시아의 ★ 부상…유태오 "빅토르 최와 난 운명"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5.14 08:23 수정 2018.05.14 09:14 조회 4,423
기사 인쇄하기
유태오

[SBS연예뉴스 | 칸(프랑스)=김지혜 기자] "예전부터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잘돼서 제가 다 기쁘네요."

과거 유태오의 오디션을 봤다는 한 영화감독은 '레토'로 칸영화제에 참석 중인 유태오의 활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디서 튀어나온 신인이 아니었다. 데뷔 이래 15년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돌며 일을 찾아다녔다. 그러한 노력 끝에 해외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유태오가 '레토'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상영된 '레토'는 옛 소련의 영웅으로 추앙받은 전설적 록스타이자 한국계 러시아인 빅토르최(유태오 분)가 첫 앨범을 내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으며 수상 전망을 높이고 있다. 

유태오는 옛 소련의 전설적 록가수로 사랑받은 가수 빅토르 최를 연기했다. 무려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유태오가 '레토'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추진력 있게 빅토르 최를 구현해 나가며 어떻게 그가 수많은 추종자를 이끄는 러시아 음악의 상징이 되었는지, 초기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고 호평했다.

한국계 독일인인 유태오는 2009년 '여배우들'로 데뷔, '자칼이 온다',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등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 유창한 영어와 독어를 바탕으로 해외 영화계에도 문을 두드렸다. 소속사의 지원 없이도 미국, 베트남, 태국 등의 국제적 오디션에 참여했다. '레토'도 부지런한 발끝에서 시작된 운명이었다.

레토

데뷔 15년 만에 칸영화제 초청을 받은 유태오는 "15년 동안 무명 배우의 길을 밟고 있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주목들 받는다는 게 어떻겠냐. 정말 좋다"고 웃어 보였다.

빅토르 최는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태오는 독일에서 광부로 일한 아버지와 간호사로 일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독일 교포 2세다. 둘은 어떤 의미에서 닮았다.

"나도 빅토르 최처럼 어렸을 때 정체성에 관한 혼란과 떠돌아다니는 삶에 대한 우울함과 뿌리에 관한 질문을 늘 던지며 살았다. 한국인 출신의 유러피안의 믹스가 많지 않은데 유라시안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저와 빅토르 최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삶을 산 빅토르 최와 난 운명이었던 것도 같다."

유태오는 이번 영화에서 러시아어로 연기했고, 9곡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 준비하는 과정은 혹독했다. 그 과정에 대해 "연기자로서의 제 철학은 배우는 악기라는 거예요. 감독은 지휘자죠. 저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에요. 감독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라고 소신을 갖고 말했다. 

유태오

이어 "촬영 기간 동안은 시나리오를 신과 문장, 다시 단어로, 소리로 쪼갰어요. 내 입에 붙는 소리를 찾고, 이 소리는 안 되니 넘기고, 그런 과정이었죠. 호텔 방에 대사들을 찢어 붙여놨어요. 제 마음에 감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그런 환경을 만들었어요. 러시아말과 빅토르 최의 노래만 들었고 그의 인터뷰와 영상 자료만 봤어요. 정말 힘들더라고요. 미쳐가는 것 같았어요."라고 고충도 밝혔다. 

유태오는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반정부적 성향으로 푸틴 정부에 낙인이 찍혔고 극장 공금 횡령 혐의로 체포돼 가택 구금됐다. 결국 칸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촬영 막바지에 감독이 체포되자 유태오 역시 불안함과 두려움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도 제작진과 스태프, 배우들은 힘을 합쳐 촬영을 마무리 지었고, 칸영화제 초청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레토

불가피하게 감독 없이 칸영화제에 참석한 유태오를 비롯한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로만 빌릭 등의 주연 배우들은 레드카펫에서 감독의 석방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어 러시아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데뷔 15년 만에 운명처럼 만난 '레토'에 대해 유태오는 "미래의 나를 예측할 순 없지만, 내 인생을 바꿔 준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레토'는 자국인 러시아에서 오는 6월 개봉한 뒤 국내에도 개봉한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