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데드풀2' 황석희 번역가가 밝힌 '약빤 번역' 탄생기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5.28 11:04 수정 2018.05.28 11:23 조회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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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마블 영화 '데드풀' 시리즈의 번역을 맡으며 관객의 두터운 신뢰를 얻은 황석희 번역가가 작업 후일담을 전했다.

지난 24일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황석희 번역가는 "1편 번역 때부터 만약에 2편이 나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 파이널 버전을 검수하면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다"며 작업에 앞서 가진 부담감에 대해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워낙 작품 속에 다양한 레퍼런스와 패러디가 있어서 번역을 할 때 힘든 점도 많았다"고 고충을 전했다.

'데드풀' 시리즈는 마블 영화로는 이례적인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데드풀은 영화 내에서 비속어와 욕설, 19금 유머를 일삼는다.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의 묘미를 부각할 번역의 책임은 막중했다. '데드풀'은 2016년 개봉한 1편부터, 최근 개봉한 2편까지 이른바 '약 빤 번역'이라 불리며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황석희 번역가는 "자막만으로도 캐릭터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몇몇 단어들 중엔 적당한 수위를 지키면서 폰트의 크기를 달리하든지, 전편의 경우 이모지를 삽입하는 등 기존 포맷의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슈 브롤린의 데뷔작인 '구니스'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까지 다양한 영화들의 레퍼런스가 차용됐다. 뿐만 아니라 고전영화나 팝컬처 등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며 주요 장면들 속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 전해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데드풀2

황석희 번역가는 1편의 번역을 센스 넘치게 해내며 흥행의 공신으로 꼽힌 바 있다. 이를 알고 있던 라이언 레놀즈는 "황석희 번역가를 만나고 싶다"고 특별 언급하기도 했다.

황석희 번역가 역시 라이언 레놀즈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라이언 레놀즈의 비중이 굉장히 컸다. 그는 작가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실제로도 늘 조크를 달고 사는 인물이고, 다양한 작품 속에서 항상 단어나 표현을 치환하며 유머 코드를 더한다"며 "예를 들어 '조만간 기회가 닿는 대로 연락 안 할게', '떨어지기 후부터 깨져 있었어' 등 재치있는 입담을 구사한다. 번역가에게 있어 그의 드립은 마치 수학공부 같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황석희 번역가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한국어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또한 항상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도 자주 보고 젊은 감각을 익히려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본다"고 전했다. 

최근 마블 영화들이 잇따른 오역 논란에 휩싸이며 번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데드풀' 시리즈의 성공적인 번역으로 황석희 번역가는 젊은 관객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데드풀2'는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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