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스브수다] "전성기, 지났다고?"…'탐정2' 권상우, 칼 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6.13 12:25 조회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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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권상우의 왼팔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우아한 영문 필기체로 레터링 된 문신이었다.

"아...어머니와 와이프, 아이들 이름이랑 생일을 적었어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용기 내 했죠. 하고 나서 아내랑 어머니에게 혼났지만요."

본의 아니에게 인터뷰 첫 대답은 가족 이야기였다. 많고 많은 레터링 중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새긴 것은 애정과 책임감을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 아로새기기 위한 결정 아니었을까.

영화 '탐정' 시리즈를 찍으며 가장 크게 공감했다는 것도 가족에 관한 에피소드라고 했다. 영원한 청춘스타일 것 같았던 권상우는 어느덧 결혼 10년 차, 아이 둘의 아버지가 됐다. '탐정'은 성동일과 권상우 콤비가 이끄는 추리극인 동시에 권상우의 남편, 아버지로서의 생활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다. 권상우는 아기 띠를 매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자신의 익숙한 생활 패턴을 연기로 승화해냈다.

"'탐정'의 출연 제안이 처음 왔을 때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해외 활동과 드라마를 왔다 갔다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계에서 주변인이 돼 있더라고요. 좋은 시나리오가 끊겼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러다 '탐정'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강대만이라는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장동건, 정우성 형이 아기 띠를 매겠어요? 전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밝은 웃음을 줄 수 있겠다는 자신도 있었고요."

탐정

2016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탐정'은 전국 300만 관객몰이를 했다. 송강호, 유아인의 '사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던 당시 약체로 분류된 '탐정'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첫날 5만 명의 관객으로 출발한 영화는 100만, 200만을 넘겨 3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권상우는 '값진 흥행'이었다고 회고했다.

"첫날 5만 명의 관객이 들었을 때 너무 기뻐서 성동일 형이랑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관객 한명 한명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었어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무대인사를 다녔죠."

오는 13일 개봉하는 속편 '탐정:리턴즈'는 김정훈에서 이언희로 감독이 바뀌었다. 전편에서 지적된 개연성 부족은 물론 여성 묘사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는 선택으로 보였다. 막상 공개된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업그레이드는 '웃음'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전편보다는 확실히 웃기다.

권상우는 '천국의 계단'(2003)이라는 멜로 드라마로 한류스타가 됐지만, 그의 장기는 코미디 영화에서 두드러졌다. '화산고'(2001)로 데뷔해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로 흥행 배우가 된 무비 스타였다. '탐정' 시리즈는 권상우의 여전한 코미디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촬영 현장도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넘쳤다.

"스크립트만 보는 현장이 아니었어요. 대본대로만 찍은 신이 거의 없었죠. 건우 납치신, 똥기저귀 입에 묻히는 신 등은 모두 애드리브로 탄생한 장면이에요.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넘치다 보니 이 신 받아서 저 신 연결하고 그랬죠. 생동감 넘치는 현장이었어요."

탐정

강대만은 운영하던 만화방을 아내 몰래 팔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하지만 의뢰인이 한 명도 없어 아내에게 생활비 주는 날을 두려워하는 고개 숙인 가장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권상우는 자신과 강대만의 공통점에 대해 "아마도 결혼한 모든 남자가 느낄 것 같은데 아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거? 그건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결혼이 배우의 삶에 끼친 영향이 있냐고 묻자 "자연스럽게 바뀐 것도 있고 강제적으로 바뀐 것도 있다"면서 "'탐정'끝나고 애 아빠 역할인 너무 많이 들어왔다. 주변에서는 '너는 뭐뭐만 안 하면 롱런할 수 있어'라고 조언하더라. 그때 난 '지금도 충분히 롱런했어'라고 말한다. 요즘은 뭐든지 너무 빠르다. 한번 인기 있다고 계속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잠깐 눈 깜짝하는 사이에 잊혀진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내려놓음의 미학을 알게 된 것일까. 냉철한 현실 인식을 하는 것일까.

"요즘은 가장이 되어서인지 저를 캐스팅 해주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껴요. 왜냐하면 배우는 선택받지 못하면 한없이 쉬어야 하잖아요. 어떤 시나리오에 내 이름을 써서 준다는 것 자체가 그 영화가 재미가 있든 없든 감사한 일이니 마음으로 읽으려고 해요. 그럼 힘으로 더 열심히 촬영하기도 하고요."

권상우

반반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내려놓음의 여유를 가지면서도 현실 인식을 통한 목표의 재설정이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어떤 작품은 하면 제가 중심에 있다는 걸 느꼈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확실하게 해요. 도전자의 느낌이 강해졌달까요. 이제는 그런 마음에서도 편안해졌어요.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잘 극복하자는 주의에요. 대신 누구보다도 현장에서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고요. 지금 촬영하는 영화를 포함해 앞으로 3편의 영화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입니다."

권상우는 이정현, 이종혁과 로맨틱 코미디 영화 '두 번 할까요'를 촬영하고 있고, 조만간 '신의 한수'의 속편 '귀수' 촬영에 들어간다. 전자가 결혼한 성인 남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면 후자는 권상우의 신체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영화다. 

"엄밀히 말해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은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다크호스가 될 거라고 자부해요. '두 번 할까요'는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귀수'는 '신의 한수'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이 '액션 연기하는 권상우를 잊고 있었지!'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권상우

액션 연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장신의 장기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권상우는 "과거에 할리우드에서 프로필 보내 달라고 해서 지하주차장에 세팅해놓고 액션 장면을 직접 연출해서 테이프를 보낸 적도 있어요. 신체 능력이라는 건 떨어지기 마련이만 아직은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어필했다.

권상우는 영화 출연뿐만 아니라 기획과 제작에도 큰 관심이 있다. 준비된 시나리오가 2편이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때가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지금은 영화배우로 다시 자리 잡는 게 급선무예요. 투자배급사에 저를 어필하자면 100점 짜리 배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민첩하고 센스있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게다가 액션, 멜로, 드라마를 모두 할 수 있는 배우요. 굳이 점수를 매겨보자면 70~80점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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