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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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①] ‘쿵짝’·‘얼쑤’ 우상욱 연출 “국립극장에 ‘쿵짝’ 시리즈 올리는 게 꿈”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6.09 10:41 조회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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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김유정의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소설책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무대 위로 올린 뮤지컬 '쿵짝' 시리즈가 대학로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2016년 '쿵짝' 초연에 이어 1년 여 만에 세상에 나온 '얼쑤' 등 이른바 '쿵짝' 시리즈는 배우에서 연출로 변신한 우상욱 연출의 첫 도전작이었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소속으로 16년 동안 배우로 활약했던 우상욱 연출은 마흔이 되던 해에 연출이라는 인생의 도전을 시작했다. 배우가 아닌 연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앞두고 그를 사로잡은 건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한국 문학들이었다.

얼쑤

“10년 전쯤 단편소설을 참 재밌게 읽었어요. '이렇게 재밌는 걸 왜 학창시절엔 재미 없게 읽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나 뮤지컬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연출을 결심하면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던 거예요. 3년 만에 '쿵짝'을 만들어 내놓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죠. 자신감을 얻어서 '쿵짝'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한 두 번째 편인 '얼쑤'를 1년 만에 만들었어요.”

한국 소설을 전면에 내세운 옴니버스식 뮤지컬 '쿵짝'은 전 연령대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얼쑤'는 '메밀꽃 필 무렵'의 판당(판소리 당나귀) 세 마리가 해설자가 되어 '고무신', '봄봄' 등을 소개하는데, 짜임새가 한층 가미됐고, 음악적인 요소도 한층 완성도가 높아져 호평을 받았다. 최근 대학로에서 쉽지 않다는 '매진사례'도 '얼쑤'에서는 실현이 됐다

“대중적이고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웃음이라는 점이 '쿵짝'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와서 공연을 보는데 같은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는 게 신기했다'고요. '개그콘서트'를 보더라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이해하지 못해서 웃지 못할 수 있잖아요. 저희 공연은 1시간 50분 동안 계속 쉴새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극에 쉽게 빠져들어 웃을 수 있어요.”

'얼쑤'가 추구하는 음악적 장르는 매우 독특하다. 마당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수와 한국적 악기를 다루는 세 명의 악단이 존재할 뿐 아니라, 배우 박정은 등이 구성진 판소리와 민요를 선보인다. 동시에 현대 뮤지컬에서나 볼 수 있는 랩이 등장하기도 한다. 기존 작품의 틀과 형식을 깬 다양한 시도들이 '얼쑤'가 사랑 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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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평가단은 제가 속한 극단의 배우들이었어요. '얼쑤'를 보러온다기에 저도 배우들이 공연을 어떻게 긴장을 했었어요. 공연을 마치고 극단 간다 배우들이 '정말 잘봤다'며 커피를 보내주기도 하고, 봉투 회식비를 넣어 주기도 했어요. 심지어 초대권을 보낸 사람들이 '이런 공연은 초대권으로 보기 미안하다'며 90만원을 모아서 보내오기도 했어요. 객석이 꽉 찬 공연장을 보면 신기하고 뿌듯했죠.”

'얼쑤'의 매력으로 배우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극단 간다 소속이자 우상욱 연출의 절친한 동료인 배우 조현식을 중심으로, 최광제, 박정은, 박한들, 김대웅 등 젊은 연기자들이 열정적인 연기로 똘똘 뭉쳤다. 그중 최광제 배우는 “매 작품마다 땀을 한바가지씩 쏟는 공연이지만, '얼쑤' 무대가 너무 소중해서 하루에도 100번씩 '행복하다'를 연발하고 다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 연출은 “감사하게도, 인성이 남다른 배우들이 모였기에 그런 밝은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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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캐스팅을 했어요. 오디션 없이 소개로만 배우들을 발굴하면서, 한 배우당 최소 3명에게 그 배우의 인성에 대해 물어봤어요. 그렇게 뽑으니, 사람 좋기로 소문난 어벤저스 같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저는 배우들에게 주어진 텍스트를 전달했고, 스스로 연구해오도록  했어요. 그게 전체적으로 어울릴 때까지 '다시'만 얘기했을 뿐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배우들이 행복하게 연기했다고 느꼈다면 그건 배우들이 진짜 자신의 것을 했기 때문일 거예요.”

얼쑤

우상욱 연출은 “배우들을 전적으로 믿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극단 간다의 민준호 대표와의 작업에서 몸소 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연출은 민준호 대표가 연출했던 '거울 공주 평강 이야기'를 통해 처음 만난 바 있다.

우 연출은 '쿵짝'으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고, '얼쑤'를 통해 소포모어 징크스를 깼다. 이제는 그 이상을 꿈꿀 차례다.

“'쿵짝' 시리즈는 5탄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3탄은 '지화자'(가제)로 생각하고 있죠. 언젠가 영화 '라라랜드'처럼 한국적인 소설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얼쑤'는 앞으로 지방 공연을 하며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고요. 9월 26~28일까지는 일본 초청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내년에는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우리 공연이 올라가는 게 꿈입니다. 그런 꿈이 이뤄질 수 있겠죠?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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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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