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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펀한 뮤지컬] 신중현의 명곡들이 무대로…韓창작뮤지컬의 가능성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6.28 14:56 수정 2018.06.29 09:17 조회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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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인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미인', '아름다운 강산', '봄비' 등 신중현의 명곡들은 대부분 1970~80년대에 탄생했다. 하지만 신중현의 노래들이 가진 한국적 감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세련된 매력은 현시대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신중현 음악을 엮어 만든 뮤지컬 '미인'은 무대의 배경을 그의 노래가 만들어지기 4~50년 전으로 돌려놨다. 엄혹한 일제강점기의 1930년대 경성. 그럼에도 희한하리만치 신중현의 음악과 1930년대의 감성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인'은 1930년대 무성영화관 하륜관을 배경으로 하륜관 최고의 인기스타인 변사 강호가 일제 강점기 인텔리 형 강산과 사랑하는 여인이자 시인 병연이 독립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1부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 강호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낸다면, 2부에서는 그런 강호가 형을 통해서 시대적 아픔에 눈을 뜨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다. 인물의 성장 과정과 주변 인물들의 변화는 극적이지만,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크게 새롭진 않은 편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런 줄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강호가 무성영화의 변사로 출연해 목소리 연기를 하는 모습이나, 긴 암전을 통해 장면과 장면 간 상상력을 유발하는 부분, 영화의 기법을 동원한 듯한 마지막 엔딩신 등은 창작뮤지컬 초연다운 기발한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뮤지컬 미인

무엇보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음악과 안무다. 이 뮤지컬에서 굳이 우선순위를 꼽자면 음악과 안무가 첫 번째, 그다음이 드라마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총 23곡의 신중현 음악들에 대한 세련된 편곡과 안무는 독보적으로 아름답다.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도 칭찬할 부분이다. 강호 역할을 맡은 정원영은 1부와 2부에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강호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뮤지컬 미인

여주인공 병현 역을 맡은 스테파니는 안무와 음악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냈다. 특히 스테파니가 '리듬 속의 그 춤'에 맞춰 작정한 듯 발레와 현대무용을 보여주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막이 내린 뒤에도 스테파니가 보여줬던 강렬한 독무와 음악은 머릿속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놓치면 아쉬울 법한 명장면이다.

'미인'은 신중현의 곡들을 최초로 한국 뮤지컬 무대 위에 올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4년간의 제작 기간과 개발 과정을 통해 드라마와 음악이 꽤 잘 이어졌다. 1부에서 장면과 장면의 연결을 잘 다듬는다면 '미인'이 신중현의 대표 주크박스 뮤지컬로 길이 사랑받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이 든다.

지난 15일 개막한 뮤지컬 '미인'은 다음 달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미인

사진=홍컴퍼니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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