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앤트맨2', 해볼 만 한데?…바위치기 나선 韓 영화3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6.30 08:28 수정 2018.07.02 09:20 조회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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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앤트맨'의 두 번째 이야기 '앤트맨과 와스프'가 오는 7월 4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극장가에 전운이 감돈다. 재미에 관한 한 공인된 브랜드인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마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사랑과 신뢰는 대단하다. 2018년 첫 번째 마블 영화였던 '블랙 팬서'는 지난 2월 개봉해 전국 539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119만 관객을 모았다. 전편에 이은 연속 천만 돌파였다.

또 한편의 마블 영화가 개봉한다. '앤트맨'의 두 번째 이야기인 '앤트맨과 와스프'다. 2015년 개봉한 1편은 마블 영화 치고는 소박한 수치인 284만 명을 모았다. 작품 자체는 호평받았지만, 대형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앤트맨의 낮은 인지도에 스타급 배우의 부재가 컸다. 그러나 시리즈의 시작으로서 기대감을 안기는 데는 성공했다. 자유자재로 사이즈를 변형시키는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진 스캇 랭(폴 러드)은 마블 히어로 중 유일한 생계형 가장으로서 진한 웃음과 페이소스를 선사했다.

앤트맨

3년 만에 돌아온 '앤트맨'은 더는 혼자가 아니다. 파트너 '와스프'(에반젤린 릴리)가 동반 활약을 펼친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신체뿐만 아니라 사물의 크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스킬로 무한 확장된 사이즈 액션을 보여준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등장에 앞뒤로 대결하는 한국 영화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 영화도 평균 제작비가 50억을 훌쩍 넘어서면서 손익분기점은 최소 200만 명까지 올라갔다. 

6월 말, 7월 초는 본격 성수기인 7월 말, 8월 초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기간이다. 한국 영화 입장에서는 거대 공룡 '앤트맨과 와스프'의 등장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일단 관객을 극장에 모을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사회를 통해 선공개된 '앤트맨과 와스프'는 특유의 아이디어 넘치는 액션과 재기발랄한 위트는 여전하지만, 전편 이상의 재미를 획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이에 대적한 한국 영화들의 개성과 재미도 상당하다.

마녀

◆ '마녀', 휘몰이 액션의 쾌감 

'신세계'(2013)로 한국형 느와르의 새 장을 열었던 박훈정 감독이 본격 액션 영화에 도전했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 한국판 '루시', '킬 빌'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에 화려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영화다.

"액션은 서사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며 액션 장르에 가두는 것을 거부했던 박훈정 감독은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주인공 자윤을 둘러싼 서사에 공을 들였다. 중반까지는 인물에 대한 미스터리만 고조시키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액션을 집중 배치했다. 180도 돌변하는 캐릭터처럼 영화의 분위기도 일순간 가족 드라마에서 하드코어 액션으로 전환된다.

30분여 분간 펼쳐지는 고강도 액션은 최근의 어떤 한국 영화보다 수위가 세고 강력하다. 영화 '아저씨'로 독창적인 액션을 보여줬던 박정률 무술 감독의 액션 디자인이 돋보인다.  

시리즈로 기획된 '마녀'는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란 부제가 달렸다. 그러다 보니 자윤의 태동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이번 편은 프롤로그 같은 느낌도 든다. 서사가 다소 빈약하다. 2편을 위한 징검다리라고는 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도 풍성하고 완결된 이야기를 펼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신예 김다미의 발견은 이 영화의 확실한 수확이다. 

허스토리

◆ '허스토리', 몰랐던 실화가 주는 울림

'아이 캔 스피크'(2017)에 이어 또 한 번 위안부 소재의 감동 실화가 관객들을 찾는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다. 

역사를 뜻하는 '히스토리'에 여성(Her)을 더해 '허스토리'라는 제목을 완성한 영화답게 여성들의 연대가 돋보이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 지난한 과정과 작지만 큰 승리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 강력한 울림을 전한다. 

일본이 행한 만행의 역사는 명명백백하지만,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영화는 과거의 회상이나 묘사와 같은 자극적 연출이 아닌 현재 진행형 전쟁과 승리를 위한 고군분투에 집중한다.   

김희애를 필두로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여성 배우들의 관록 넘치는 연기가 압권이다. 세상에 꼭 봐야 하는 영화는 없다지만, 함께 나누고픈 영화는 있다. '허스토리'는 그런 이야기와 감동을 담은 영화다. 

변산

◆ '변산', 이준익X박정민의 청춘 찬가

'동주', '박열' 그리고 '변산'이다. 이준익 감독의 청춘 영화 3부작의 피날레는 뜻밖에도 전북 부안군 변산면 출신의 한 래퍼의 이야기였다. 역사적 인물을 통해 청춘의 열정과 투지를 그렸던 이준익 감독이 신작에서는 현재를 사는 청춘에 주목했다. 

랩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쇼미더머니'의 예선 현장에서 출발한다. 이야기의 얼개는 학수(박정민)의 성장담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을 찾은 학수는 불편한 관계에 있던 아버지(장항선)와 마주하고, 고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박정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김고은의 코믹한 연기로 인해 소소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이준익 감독이 야심 차게 선택한 음악 드라마 형식의 연출이 이야기와 따로 논다는 느낌도 든다. 학수의 내면은 직접 부른 랩으로 영화 내내 흐르는데 독특하면서도 이상한 조합이다. 선미의 입에서 전해지는 청춘에 대한 정의나 삶에 대한 충고는 감독의 견해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말들이 때로는 와닿지 않은 자기개발서의 글귀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젊은 형식을 표방한 다소 고루한 이야기다. 

이 작품을 위해 1년이나 랩을 배웠다는 박정민은 연기뿐만 아니라 랩도 수준급이다. 폭넓은 재능을 가진 보석 같은 배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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