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박지훈 포비아'는 없지만"…마블, 관객과 '숨바꼭질'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7.02 09:20 수정 2018.07.02 13:36 조회 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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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018 마블의 세 번째 히어로 무비 '앤트맨과 와스프'의 국내 개봉은 여러모로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편이 낳은 기대감과 '어벤져스4'의 연결고리가 될 힌트의 존재 여부 때문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박지훈 번역이냐 아니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블 팬들은 '박지훈 포비아'에 시달렸다.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오역 논란으로 인해 박지훈 번역가의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박지훈 번역가는 수년째 마블 영화를 독점적으로 번역해왔다. 동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반 관객이 번역가의 이름까지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 박지훈 번역가는 잇따른 오역으로 악명을 떨친 경우다. 

그동안 숱한 논란에도 꿈쩍 않고 박지훈 기용을 강행했던 마블이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번역가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디즈니 측은 "오역 논란 때문에 번역가를 교체한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앤트맨과 와스프'는 박지훈 작가의 번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바뀐 번역가가 누군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앤트맨과 와스프'의 언론시사회에서 번역가의 이름은 크레딧에 등장하지 않았다. 홍보사 측은 "새로운 번역가의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 박지훈 번역가가 번역하지 않았다는 것만 말해줄 수 있다. 새 번역가 역시 많은 작품의 작업을 해오신 실력자다"라고 말했다.

물음표

영화 번역가의 크레딧 게재는 자유 사항이다. 이름을 게재하는 번역가는 '데드풀' 시리즈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와 우디 앨런의 영화로 유명한 홍주희 번역가, 여러 명의 번역가가 팀으로 활동하는 '치킨런' 등 5~6명 정도다.

번역업계 관계자는 "이름을 넣고 안 넣고는 개인이 결정하는데 직배 영화의 경우 직배사가 결정하기도 한다. 최근 오역 논란이 있다 보니 큰 영화들은 번역가 이름을 안 넣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수년간 마블과 DC 원작의 블록버스터 번역을 전담해오다시피 한 박지훈 번역가는 초기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몇 차례 논란이 불거지자 '지유','아비가일' 등의 필명을 게재했다. 최근에는 크레딧에서 아예 이름을 빼기 시작했다.

박지훈 오역 논란으로 인해 '번역 실명제'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번역은 '제2의 창작'으로 불린다. 만든 이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최고의 번역이겠지만, 자막 한 줄에 15자 내외의 글자 수를 맞추려다 보면 직역과 의역을 넘나들 수밖에 없다. 줄타기를 잘하는 것이 좋은 번역의 관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자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의미인 동시에 책임감의 표현이다. 

외화의 경우 번역의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 게다가 광활한 세계관을 가진 마블 히어로 무비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앤트맨

'앤트맨과 와스프'는 번역가 이름을 크레딧에 올리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번역가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자막에 관한 논란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관련 소식을 접한 예비 관객들은 새로운 번역가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한 마디로 '무명씨를 찾아라'다. 몇몇 관객들은 "설마 번역가를 교체했다고 하고선 박지훈 번역가가 또다시 작업한 건 아니겠지?", "영화 자막을 보면 박지훈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마블이 번역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한 작업자의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호기심 강한 국내 관객들이 번역가의 실명을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마블과 관객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수많은 관객이 기다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 내용이 아닌 번역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무슨 촌극이란 말인가.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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