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스브수다] '마녀'와 '소녀' 사이…마성의 신인 김다미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7.04 07:33 수정 2018.07.04 07:38 조회 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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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최근 몇년 사이 충무로에 이토록 강렬한 주연 데뷔가 있었던가 싶다. 여성 배우의 원톱, 그것도 액션 영화다. '마녀'(감독 박훈정)는 강력한 한방을 쏘아올렸다. 한국에서도 '한나', '루시'와 같은 여성 액션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가슴 벅찬 가능성을.

이 중심에는 24살의 신예 김다미가 있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이 신성은 한번 보면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얼굴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릭터라는 옷을 입은 김다미는 180도 다른 얼굴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소녀'와 '마녀'를 넘나드는 매력이다. 고교생 자윤이 '소녀'라면, 살인 병기로 만들어진 아가씨는 '마녀'다. 김다미는 하나의 얼굴에서 나올 수 있는 양 극단의 이미지를 모두 뿜어내며 2시간 만에 관객을 매료 시켰다.

대다수가 안될 거라고 했지만, 김다미는 매력과 연기력으로 존재 증명을 확실하게 했다. '마녀'는 개봉 6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단언컨대, 올해의 신인은 예약이다.

마녀

◆ "이름이 다 생겼네? 마녀 아가씨"

귀공자(최우식)는 기차에서 만난 자윤(김다미)에게 이같은 말을 던진다. 자윤은 자신을 아는 체하는 상대를 향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 아세요?"라고 반문한다. 

'마녀'가 개봉하기 전만 해도 김다미의 존재감은 미비했다. 대부분 '마녀'를 데뷔작으로 알고 있지만, 첫 출연작은 따로 있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나를 기억해'에서 김다미는 이유영의 아역으로 짧게 출연했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탓에 주목 받지 못했다.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마녀' 개봉 후에는 별명도 생겼다. '괴.물.신.인'. 김고은, 김태리에게 부여됐던 영광스러운 수식어다.

"과분한 평가라고 생각해요. 저는 자꾸 제 아쉬운 모습만 보게 되던데...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김다미는 '마녀' 캐스팅 당시 소속사도 없이 홀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

"박훈정 감독님이 연출하는 신작 오디션 공고를 기사를 통해 봤어요. 그때는 '살인병기'로 태어난 고등학생이 나오는 여성원톱 영화라는 정보밖에는 없었어요. 될거라는 자신감 보다는 경험 차원에서 본 오디션이었어요. 총 3차까지 오디션을 봤어요. 마지막 3차때 감독님 얼굴을 처음 ?어요."

김다미

박훈정 감독은 김다미를 만나기 전까지 포기 직전 상태였다. 애초부터 신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기용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지만, 오디션에서 신선한 얼굴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는 "오디션에 지쳐가고 있을 때쯤 김다미가 들어왔는데 보는 순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이 번쩍 뜨였던 그 순간을 회상했다.

김다미는 오디션을 마친 며칠 후 감독을 만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제작사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박훈정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적힌 대본을 받았다.

"얼떨떨해서 '내가 된건가?' 하고 의심을 하기도 했어요. 사실 감독님이 이야기하실 때도 안와닿았는데 집에 와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와닿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한국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관이 투영돼있어서 쉴 틈 없이 쭉쭉 읽어나갔던 것 같아요."

지난해 7월 캐스팅된 김다미는 약 3개월 액션 스쿨을 오가며 훈련에 매진했고, 9월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그리고 약 100여일 간 영화가 요구하는 모든 미션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해냈다. 

김다미

◆ "너 언니한테 까불면, 모가지 날아간다"

"자윤의 본모습에 대해 미리 알게 되면 재미가 없잖아요. 예고편에서 순진한 모습만 보여주는 게 전 좋았어요."

김다미는 자윤이 가진 선과 악의 이중성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자윤이 되게 매력적인 캐릭터긴 하지만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그게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감독님도 자윤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했던 게 인간의 선과 악에 관한 것이었으니 그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시작 후 1시간이 넘도록 자윤은 순수한 여고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다미는 "순박한 시골 소녀잖아요.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친구 '명희' 역을 맡은 배우 고민시가 저랑 동갑이에요. 촬영 전에도 많이 만나서 연습하면서 실제로도 친해졌어요. 기차 안에서 달걀 먹는 장면 있잖아요. 그때 둘이서 달걀을 3판이나 먹었어요. 촬영했던 객실에 계란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죠."라고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마녀

자윤은 가족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 순간 자윤은 본색을 드러낸다. 종전까지 쌓아온 선량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전복시킨 순간이었다. 이때의 급변한 연기톤에 대해서는 "가족을 위협하니까 자윤의 숨겨진 본능이 고개를 든거죠. 그 장면에서 어떤 미소와 말투를 쓸지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톤을 잡았어요."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자윤이 동물적인 생존 본능을 드러내면서 영화도 매력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김다미는 "양부모를 만나고 친구 명희를 만나면서 선하게 변한 것 같지만, 자윤의 내면에는 악성이 꿈틀거리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살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었던 거 같아요. 저 역시 그런 세계관 안에 있다면 자윤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후반부를 채우는 액션신을 김다미는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공들였던 복도 액션 장면이 본편에서는 짧게 편집돼 아쉽기도 했다고.

"오랜 시간 찍었는데 영화로 보니까 훅 지나가더라고요. 더 보고 싶었어요. 피가 무섭지 않았냐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온몸에 피를 잔뜩 묻히고 액션신을 찍었는데 어느 순간 지나니까 다들 피범벅이 된 채로 밥도 먹고,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웃음)"

김다미

'마녀'는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리즈물을 생각한 만큼 이제 서막을 연 셈이다. 김다미는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이 자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때 '아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솔직히 촬영 당시에는 이렇게 큰 영화인지도 몰랐어요. 자윤의 역할을 잘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주인공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어요. 촬영현장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선배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과 호흡을 맞추며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연기를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너무 좋은 영화와 사람들과 현장을 만났어요. '마녀'는 제겐 너무나 소중한 영화에요. 물론 촬영할 때는 힘들 순간도 많았지만 분명 행복했어요. 앞으로 살면서도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일 거예요."

자윤은 영화 말미 "너 언니한테 까불면 모가지 날아간다"는 당돌한 대사를 던진다. 만화에서나 볼법한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지만, 앞서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준 캐릭터기에 이 짧고 굵은 한마디가 전해주는 임팩트는 컸다.  

영화 속 선언대로 제대로 모가지를 날리는 자윤의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마녀'를 본 관객의 만족도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자윤의 본격적인 활약을 더 보고 싶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마녀' Part2가 만들어져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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