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인피니트 엘 혹은 김명수 "두 이름 공존했으면"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7.18 11:04 수정 2018.07.18 13:27 조회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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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김명수 엘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인피니트는 아이돌로서 인지도가 탄탄한 그룹이다. 그 가운데 멤버 엘은 잘생긴 외모로 데뷔 초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엘의 또 다른 이름, '김명수'는 다르다. 김명수는 엘의 본명이자 배우 활동명이다. 엘은 김명수로서 2012년 '닥치고 꽃미남밴드'를 시작으로 '엄마가 뭐길래', '앙큼한 돌싱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해 왔지만, 연기자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지는 못했다. 엘은 알아도, 김명수란 이름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이었다.

그런 김명수가 지난해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비운의 천민 이선 역을 연기하며 비로소 연기자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우 김명수'의 가능성은 이번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를 통해 마침내 활짝 꽃 피웠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판사 임바른 역을 맡은 김명수는 원칙을 따지는 엘리트 판사가 박차오름(고아라 분)을 만나 정의와 선의를 생각하는 판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동감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법과 원칙 앞에서는 냉철하지만, 가족과 사랑, 우정 앞에서는 따뜻하고, 때론 의외의 귀여운 허당미로 웃음까지 자아내는 임바른이란 캐릭터를 마치 제 옷 입은 듯 훌륭하게 소화했다. 두 작품 연속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칭찬을 이끌어낸 김명수. 그의 배우로서 꽃길은 이제 막 제대로 시작됐다.

인피니트 김명수 엘

Q. '미스 함무라비'가 호평 속에서 종영했다.

김명수: '미스 함무라비'와 임바른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임바른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내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음 작품에선 좀 더 새로운 모습, 성장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Q. 이 작품은 사전제작 드라마였는데, 기존의 경험과 무엇이 달랐나?
김명수: 드라마 방영 중간에 시청자 반응이나 댓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처음 생각했던 대로 캐릭터를 쭉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사전제작의 큰 장점 같다. 그래서 캐릭터 성격이 중간에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적었다. '미스 함무라비'는 90% 정도의 사전제작 후에 첫 방송이 시작됐는데, 그러다 보니 나 역시 시청자 입장으로 드라마를 챙겨봤다. 내 연기를 보며 단점을 찾고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Q. 캐스팅 후에 촬영준비는 어떻게 했나?

김명수: 감독, 작가님과 캐스팅 미팅을 했는데, 두 분이 내게 “현실의 임바른이 여기 있는 거 같다”고 하셨다. 내가 계획적이고 원칙적으로 행동하는 면이 있는데, 그런 생각과 말에서 임바른의 모습을 보신 거 같다. 그렇게 임바른에 캐스팅이 되고 첫 두 달은 대본리딩을 하거나 법원에 가서 직접 재판하는 걸 보곤 했다. 배석판사실에서 우배석 좌배석 판사가 일하는 걸 봤고, 문유석 작가님이 현직 판사라 그분의 재판도 챙겨봤다. 그런 준비과정을 거친 후 약 5개월간 촬영에 임했다.

인피니트 김명수 엘

Q. 첫 주연이라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거 같다.

김명수: 이 드라마는 임바른의 시점으로 전개됐다. 첫 주연이라 부담됐는데, 그런 큰 역할까지 소화해야 하니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내가 '미스 함무라비' 팀에서 막내였는데, 다들 연기를 잘하는 선배들이라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감독, 작가님과 내가 생각하는 임바른이란 인물의 전체적인 큰 틀이 비슷했기에, 캐릭터의 톤을 잡는 게 수월했다. 또 세트장이 진짜 법원을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현이 잘 돼 있었다. 그런 세트장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몰입이 잘 됐고, 그래서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인생 캐릭터'였다는 칭찬과 함께 김명수의 연기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많았다.
김명수: '인생 캐릭터'란 말이 캐릭터 소화를 잘해야 나오는 말인데, 그런 칭찬이 많아 감사했다. 앞으로도 그런 말은 계속 듣고 싶다. '군주' 할 땐 이선 같다는 말, 이번엔 임바른이 김명수 같다는 말을 듣는 게 좋았다. 다음 작품에서도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나로 보이면 좋겠다. 인생 캐릭터가 그렇게 계속 갱신됐으면 한다.

Q. 전작들보다 이번에 더 칭찬받고 인정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명수: 가수와 연기를 겸업하다 보니, 둘을 같이 할 때가 많았다. 이번 작품은 그게 좀 덜했다. 지난 1월 말에 인피니트 앨범 활동을 하면서 법원에도 가고 '미스 함무라비' 단체리딩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앨범 활동이 끝난 바로 다음 날,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막상 드라마 촬영할 땐 거기에만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전 작품들은 가수 활동과 병행할 때가 많아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들었다. '닥치고 꽃미남밴드'를 할 땐 앨범 활동, 콘서트, 연말시상식 퍼포먼스 준비까지 함께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연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지 못했고,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다. 이번 작품은 그게 덜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인피니트 김명수 엘

Q. 성동일, 고아라, 류덕환 등 '미스 함무라비'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어땠나.

김명수: 성동일 선배님은 늘 유쾌했고 후배들한테도 잘해주셨다. 아라누나, 덕환이 형 다 밝은 성격들이라, 내가 막내라고 해서 굳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할 필요가 없었고, 덕분에 편하게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첫 주연작이라 캐릭터 표현을 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운 게 많다. 특히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는지에 대해 많이 배웠다.

Q. 인피니트 멤버들은 드라마 모니터를 해주던가?
김명수: 다른 멤버들도 뮤지컬에 솔로 활동에 각자 바쁘다. 방송 초반엔 모니터를 해줬다. 내 얼굴이 담긴 버스 광고를 사진 찍어서 내게 보내주기도 했다. 근데 바빠지니 그런 게 없더라. 난 누가 콘서트 한다고 하면 커피차도 보내주고, 뭐 한다고 하면 SNS에서 홍보도 해주고, 일본 콘서트를 한다기에 자비를 들여 응원가기도 했는데... 그냥 그랬다는 걸 말하고 싶다.(그는 멤버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이렇게 장난스럽게 표현했다)

Q. 드라마가 종영했는데, 이제 활동계획이 어떻게 되나.
김명수: 하반기에 할 만한 차기작을 알아보고 있고, 가수로서 솔로앨범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 솔로앨범에선 내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인피니트 활동 내에서 솔로로 나서야 할 땐 주로 발라드만 불렀는데, 솔로앨범을 낸다면 트랜디한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다. 연기적으로는 '미스 함무라비'를 하며 느낀 내 단점들을 토대로 연기공부를 하고 싶다. 장르든 캐릭터든 다 열어놓고,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더 알아보고 공부하고 있는 단계다.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건 아니라, 차기작과 솔로앨범 둘 중 뭐가 먼저일지는 나도 모른다.

Q. 가수로서는 인피니트 엘, 배우로서는 김명수로 불리고 있다.

김명수: 지금은 엘보다 김명수로 불리고 싶다. 인피니트 엘로서는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다고 생각하는데, 연기자 김명수는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연기자 김명수의 입지도 점점 커져서, 언젠가는 김명수가 엘을 이겼으면 좋겠다. 엘과 김명수, 둘 다 아직 미완이지만, 공존하면 좋겠다. 가수도, 배우도, 모두 나란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연기도 좋고 노래에도 욕심이 있다. 둘 다 꾸준히 배우고 성장하며 계속 병행하고 싶다.

인피니트 김명수 엘

Q. 대중이 자신을 이렇게 봐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나?

김명수: 내가 대중에게 외적인 부분으로 비쳐진 게 많다. 그래서 '복면가왕'에 나가서 내가 이렇게 노래 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고, 연기적으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내가 원래 노래도 연기도 재능이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까지 왔다. 계단을 밟고 오르듯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대중들이 “얜 정말 노력하는구나”, “얜 키우는 맛이 있네” 했으면 좋겠다. 팬들은 이미 그런 '랜선맘'의 마음으로 날 본다. 그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더 열심히 하고 있고, 거기서 나 스스로 얻는 성취감도 있다.

Q. 가수, 배우가 아닌, '사람 김명수'로서는 최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김명수: 요즘 생각하는 나만의 주제는 '힐링'이다. 데뷔 9년 차인데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몸은 쉬어도, 머리 속으로는 계속 뭔가를 계획하고 고민했다.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제대로 정신을 놓고 푹 쉬는 걸 못했다. 앞으로 더 잘 달리기 위해선 지금이 쉬어줘야 할 때인 거 같다. 그래서 국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쉴 계획이다. 아이돌이라 해외투어는 많이 다녔는데, 정작 국내는 많이 못 가봤더라. 이번엔 국내를 돌아다니며 마음 수양도 하고 스스로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Q. 어느덧 데뷔 9년 차에 나이도 20대 후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가.
김명수: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있다. '그때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나의 최선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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