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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긍호 장군의 후손”…한국을 사랑했던 데니스 텐의 사망 비보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7.20 12:55 수정 2018.07.20 13:53 조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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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알려진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이 괴한의 피습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데니스 텐은 카자흐스탄의 동계 스포츠 스타이자 각종 세계적인 피겨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안내멘트에 외고조부 민긍호 선생의 이름과 업적을 넣었을 만큼, 한국에 대해 남달랐던 만큼 그의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비보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동계 스포츠계에 따르면 데니스 텐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선수 이력에 '한국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라고 표기했다. 그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등에 출전할 때도 자신의 안내 멘트에 고조부의 이야기를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벤쿠버 올림픽 당시에도 데니스 텐은 “항상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에 갔을 때 고조부의 고향인 경주를 찾았고, 부모님이 주신 고조부님의 유물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데니스 텐의 외조부인 민긍호 선생은 100여 차례 전공(戰功)을 세웠던 항일 의병장이었다. 민긍호 선생은 1907년 의병 300명을 이끌고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데니스텐

민긍호 선생은 1908년 치악산 강림촌에서 일본군의 기습으로 순국했고, 별세 54년 만인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민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 옹이 데니스텐의 할머니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외조부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니스텐은 2010년 민긍호 선생의 묘를 방문하고 선생에 대한 논문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스텐은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카자흐스탄에서 첫 메달을 안긴 스포츠 스타였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카자흐스탄 최초로 세계 피겨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던 데니스텐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카자흐스탄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2015년 4대륙선수권과 2015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

피겨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데니스 텐은 한국과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갔다.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전속계약을 한 데니스 텐은 국내 아이스쇼 무대에도 자주 출연하며 피겨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김연아의 현역 은퇴 아이스쇼 무대에도 서며 의미를 더했다. 그는 “한국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지녔다.

데니스 텐은 발 부상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발군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올림픽 이후 그는 은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영화제작에 열의를 보였다. 사망 불과 6일 전인 '원티드', '벤허' 등을 만든 러시아 영화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이 주최한 행사에서 구체적인 영화 제작 계획을 공개했다. 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베크맘베토프 감독은 그의 구상을 영화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니스 텐은 지난 19일 오후 3시(현지시간) 알마티의 쿠르만가지-바이세이토바 거리에서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려던 남성 2명과 난투극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성 중 한 명이 데니스 텐을 흉기로 찔렀고, 그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도착 3시간 만에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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