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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웹하드 불법동영상, 반복 재생산 되는 이유’…그것이알고싶다 추적

작성 2018.07.29 01:15 수정 2018.07.29 15:23 조회 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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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멈추지 않고 반복 재생산되는지에 대해 동영상을 만드는 자, 올리는 자, 방조하는 자들의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2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 편을 통해 웹하드 성범죄 동영상의 진실을 파헤쳤다.

이날 방송에서 하연수(가명) 씨는 자신의 친구 A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친구가 음란물을 지워야 한다고 해서 알아보니까 친구가 겪은 일이었다. 국내 웹하드에 다 올라와 있었다. 남자의 신원을 모르는 데다 가족들에게 알릴 수 없어 경찰에 알릴 수 없었다. 문제의 영상은 웹하드에서 100원 대에서 거래됐다. 그 100원 때문에 한 사람을 그렇게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하연수 씨의 말에 따르면 생전에 A씨는 많은 비용을 지급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성형시술까지 감행했지만, 평생 지울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끝내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했다.

이 같은 제보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웹하드에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올렸던 전직 헤비업로더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헤비업로더는 “P2P 사이트에서 제가 제일 잘 나갔다. 매출이 1년에 현금으로 3, 4억. 일도 그만둘 생각으로 제보하는 것이다. 제가 하드 3천 테라를 가지고 있다. 모두 유출된 것으로 몰래 찍은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헤비업로드는 “(불법 음란물 업로드를) 한 군데도 빼지 않고 다 했다고 장담한다. 대형업체부터 작은 곳까지”라고 말했다. 이 업로더가 전문 업로드 일을 그만둔 건 경찰에 적발된 뒤였다. 즉결심판 벌금 5만원. 범죄 수익에 비해 벌금이 적어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그는 “야동 올려서 경찰 측에서 이 사람 신상정보 달라 하면 당연히 줄 것이다. 안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직 웹하드 직원은 “성인 자료는 정말 꾸준히 잘 팔리는 콘텐츠. 웹하드 업체 내에서 성인물만 업로드만 하는 아이디가 있었다”라며 “관리를 했던 걸로 안다. 업로더들이랑 상사분들이 자세히는 모르지만 직접적인 연락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많이 올려줘야 우리 측에서도 수익이 나니까 약간 파트너 개념인 거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제보를 한 헤비업로드는 “성인 자료 올리면 경찰에서 수사가 들어오는데 나는 보호를 받았다. 경찰에서 P2P 사이트에 공문을 보낸다. 인적사항을 보내줘야 하는데 다른 사람 명의로 보내 조사를 못하게 한다”고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에 대해 “나는 다른 사람에 받아서 올린다. 몰래 찍은 거다. 몰래 찍은 걸 파는 거다. 도매업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표창원 의원은 “이 내용이 사실이면 웹하드 운영자가 보호를 넘어서 조장하고 조종하고 어떤 의미로 함께 범행을 저지른 파트너이자 공범 관계다. 더 나아가 웹하드 업체가 교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자 대한 제보 진술 확보해서 치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웹하드 업체를 찾아 나섰다. 관계자들은 불법 음란물에 대해 “삭제 조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난 후 해당 영상은 다시 웹하드에 올라왔다. 

전 필터링 업체 대표는 “막을 수 있는 기술이 다 구축돼 있는데 안한다는 것이 문제다. 막을 의지가 없다. 피해 영상물이 있으면 사람들이 다운 받으러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접적 수입과 연관돼 있어서 하루만 늦게 막아도 몇백, 몇천만이 되기 때문에…”라고 증언했다.

전 필터링 업체 대표는 웹하드 업계 큰손 왕회장을 언급했다. 왕회장은 웹하드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인물. 왕회장은 이 필터링 업체 대표를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필터링 업체를 인수했다.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왕회장은 2011년 웹하드 사태로 인해 구속됐고, 현재는 로봇 제조업체에 매진 중이다. 하지만 왕회장은 여전히 웹하드 업체의 최대주주. 로봇제조업체 관계자는 “사장님은 5년 전에 그쪽 은퇴하고 로봇만 계속 만들고 있다”면서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전문가들은 웹하드 업계의 노력을 기대하기엔 관련 법이 관대하다 입을 모았다. 이수정 교수는 “예컨대 마약 사용자하고 마약제조자의 처벌 수위를 다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작하고 유포하는 사람들과 단순 유저들 처벌 수위를 달리해야 하고 제일 필요한 건 업체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MC 김상중은 “웹하드 업체들은 며칠 전 답변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통해 해당 영상 포함한 성범죄 영상을 발견 즉시 삭제하고 유통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 약속이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웹하드 업체 양심과 노력에만 맡겨 두기에 성범죄 영상의 피해가 너무 치명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이것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죄까지 방조해도 되는 원리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웹하드 사용자들에게도 부탁의 말을 남겼다. 그는 “단지 호기심 때문에 당신이 100원에 다운 받는 영상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 이 끔찍한 악몽은 친구, 가족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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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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