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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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뮤지컬 배우 카이, 공상가와 현실주의자 그 어느 지점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7.29 12:33 수정 2018.07.30 09:08 조회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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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올해 삼연을 맞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고자 했던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 카이는 괴물과 앙리, 1인 2역을 맡았다. 그가 가장 주목했던 건 인간의 '이중성'이었다.

“앙리와 괴물을 1인 2역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괴물은 정기열이라는 사람과도 닮아 있고 우리 모두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죠. 우리는 절대적으로 무언가를 믿는 신념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그것은 신념에 불과할 뿐,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철저하게 무너지기도 해요. 앙리와 괴물의 이중성이 나의 이중성을 닮았다는 데 적극 공감하면서 캐릭터에 빠져들었어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최근 이상을 가슴에 품고, 팍팍한 현실을 결연히 선택했던 한 정치인이 떠나갔다. 그의 빈자리는 어느 때보다 크다. 누구나 평등하게 행복한 세상을 꿈꾸던 이의 발목을 잡은 현실은 밉기도 하고, 그를 조금 더 응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든다. 우리들은 현실과 이상, 정의와 불의, 선과 악 그 어느 지점에서 갈등하며 살아간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그의 말에 공감했고, 또 공감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카이는 생명에 대한 따뜻한 소신을 가진 군인으로 전쟁터에서 빅터를 만난 후 그의 연구에 매료되어 조력자로 나서는 앙리 뒤프레 역과 이후 빅터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괴물의 역할을 맡는다. 철저히 버림받은 괴물은 인간에게 강한 분노와 반감을 느끼면서도 창조주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카이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창조한 게 빅터라면, 무대 위에서 괴물을 창조한 건 카이었다. 그는 박은태와 한지상의 연습 과정을 보면서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괴물의 모습에 큰 매력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괴물을 만들 수 없을지 자문했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게 카이 표 괴물이었다.

“괴물이 창조주에 의해 탄생 됐을 때 그는 세상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고, 혼자서 무엇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했을 거예요. 과학에 대한 맹신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앙리와는 대조를 이루는 모습 일 테죠. 왕용범 연출님에게 장황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결국 OK를 받아낸 다음, 제 답을 통해 앙리와 괴물을 그렸어요.”

카이의 앙리는 안경을 썼고, 짧은 머리를 했다. 비주얼은 이색적이었다 오히려 카이는 “삭발을 하고 싶었는데, 장면 전환이 때문에 삭발은 못했다.”며 허허 웃었다.

괴물이 가진 고뇌와 분노, 외로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은 후반부 괴물이 길 잃은 어린이를 만나는 장면이다. 관객들에게 등을 돌린 채 괴물과 소년이 나누는 대화는 따뜻한 동시에 충격적이다. 카이도 이 장면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가장 슬펐던 장면은 아이와 뒤를 돌아서 부르는 '상처'예요. 이 작품의 악보를 받고 연습하고 공연할 때까지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이었어요. 노래를 부르고 일어서서 퇴장할 때까지 '절대 울지말라'는 연출님에 지시가 있었음에도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죠. 제 해석에 따르면 그 소년은 '어린 시절 빅터'예요. 그 아이에게 괴물은 '네가 잘못하는 것이다'라는 걸 가장 순수하게 표현한 불행과 악행이죠.”

'프랑켄슈타인'은 흔히 신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생명 창조에 관한 이야기다. 누군가에겐 과학의 이야기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종교나 신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조물주인 빅터와 피조물인 괴물이 북극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당연히 후자겠지만, 괴물이 던진 질문의 무게는 그 이상이다. 카이는 그 질문에 어떤 답을 찾았을까.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했어요. 빅터도 앙리도 줄리아도 엘렌도 모든 게 사랑이었죠. 빅터에게 '이게 내 복수야'라고 말하는 앙리의 입은 '복수' 했지만 실제로는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빅터도 인류에 대한 사랑과 앙리에 대한 사랑이 잘못됐을 수 있겠지만, 그런 선택에는 사랑이 있었을 거예요. 진정한 재탄생은 사랑으로 생각해요.”

이제 카이의 이중성에 대해 막연히 생각해보고자 한다. 카이는 인터뷰 도중 사회적 약자를 언급했다. 뮤지컬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 듣는 생경한 단어가 카이 입에서 툭 튀어나와 모두가 깜짝 놀랐다. 카이는 뮤드림이라는 문화소외계층 청소년 초대 등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오랜 꿈이었고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카이

카이는 '아직 막연하지만'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는 계획을 털어놨다. 뮤드림과 마찬가지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게 그의 오랜 꿈이자 카이가 '약자'를 돕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공상가다. 늘 상상한다. '이러면 어떨까'라고 수첩에 쓰고 품고 다닌다. 수첩에 써놨던 게 현실 눈앞에 왔을 때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공상가인 동시에 치열한 현실주의자다. 뮤지컬이 직업이자 취미인 카이는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도와줄 시간이 없다는 건 변명에 불과해요. 분명한 건, 이건 나를 위한 거죠,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예요. 저는 이런 행동을 통해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의지가 더 생겨요.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 역량이 부족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더 스스로 다짐해요. 다만 개런티가 높아져야겠다, 더 유명해져야겠다 그런 차원의 얘기는 아니예요. '실질적으로 그들을 도와주려면 더 능력이 있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놓지 않는 거죠.”

카이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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