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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흑금성 실제모델 박채서 씨 “영화 속 녹음기·롤렉스 시계 모두 실제”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8.16 11:15 수정 2018.08.16 13:00 조회 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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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흑금성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영화 '공작'에서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실제 모델인 박채서 씨가 직접 영화에 대해서 털어놨다.

지난 11일 방송된 정치시사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이하 '이이제이')에 출연한 전 북파공작원 박채서 씨는 영화 '공작'에 대해서 “한재덕 대표와 윤종빈 감독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었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육군 소령이었던 박채서 씨는 안기부 소속 북파공작원으로 발탁돼 작전명 흑금성으로 무려 17년 동안 대북한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 그는 1998년 이대성 파일 파문 이후 줄곧 이중간첩 의혹에 휘말리다가 2010년 6월 북한에 군사정보를 유출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체포돼 6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이제이'에 출연한 박채서 씨는 “극 중 나를 연기한 황정민 씨와 가끔 골프를 함께 친다. 처음 만났을 당시엔 내가 '독기'가 덜 빠져있어서 황정민 씨가 나를 어려워했던 것 같다. 영화는 실제와 상황과 설정의 차이만 있을 뿐 대사와 내용 등은 대부분 같다.”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황정민 흑금성

박채서 씨는 영화 '공작' 속에서 북한 인사와 만나는 흑금성의 모습이 실제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화에서 황정민이 리호남(이성민 분·본명은 리철)을 만날 때 몸에 녹음기를 설치한 모습은 실제와 같다고 강조했다.

박채서는 “공작 기법은 국가 기밀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순 없으나, 공작원은 북측 인사를 만날 때 녹음장치를 가지고 가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영화처럼 재래식 방법은 아니었다. 극소형의 장비를 남성의 신체(요도)에 삽입하는 방식을 택한다. 당시 녹음해 수집한 정보는 모두 안기부에 제출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흑금성이 북측 인사들에게 로렉스 가품 시계를 선물한 모습도 사실로 드러났다. 박채서는 “북에서는 결혼할 때 시계를 주고받는다. 북측 인사가 로렉스 시계를 한참 구경하고 있기에 한국에서 가품 시계를 사다가 선물한 적이 있다. 당시 북측 인사는 '법에서 허용하는 한 모든 편의를 봐주겠다'며 굉장히 반가워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채서 씨는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관련자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던 이른바 '총풍 사건'의 목격자이기도 하다. “리호남이 흑금성에게 '장석중(대호차이나 대표)가 찾아왔는데 이 사람들 어떠냐'고 물었다는데 사실이냐.”고 이동형 박사가 묻자 “사실이다. 장석중이 찾아오기 전에 실제로 한나라당 인사들이 찾아와서 '전쟁에 버금가는 상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박채서 씨는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만날 정도로 북한 핵심라인 깊숙이 침투했었다. 박 씨는 김정일과 만났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영화 공작 이성민

그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언변술이 뛰어났고 사고의 유연성이 있었다.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고 결단력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인상이 깊었다.”면서 “내가 가족사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데, 김 전 위원장이 술잔을 권해 난감했다. '통일이 되면 술 한잔 올리겠다'며 술을 거부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박채서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조직에 대한 배신감보다는 국가 제도적인 문제점을 느꼈다. 만약 북한에서 의해 먼저 발각돼 국가가 나의 존재를 부정했더라면 괜찮았을 거다. 그건 공작원에 대한 당연한 국가의 태도다. 하지만 국가가 먼저 나를 부정하고 내가 군사기밀, 국가 기밀을 넘겼다고 하는 건 너무나 모욕적인 일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법정에서 '내가 간첩이라면 나를 총살을 시켜라'라고 말하기도 했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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