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공작' 김정일의 2,500만 원 강아지…'로제'의 모든 것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8.23 15:56 수정 2018.08.24 18:47 조회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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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사나이 픽처스)에는 두 명의 신스틸러가 있다. 한 명은 사람인 이효리고, 다른 한 명은 강아지 로제다.

로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김정일 등장 신(Scene)에 모습을 드러냈다. 암호명 흑금성으로 활약하는 북파 공작원 박석영(황정민)이 김정일의 등장을 기다릴 때 등장한 로제는 긴장 속 이완이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더불어 배를 곯는 북한 주민과 독재자의 애완견의 대비는 영화적으로도 상징하는 바가 있다. 

김정일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귀족적 풍모의 로제는 호기심을 자극한 동시에 웃음을 유발했다. 아마도 극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웃거나 미소 지었을 장면이다.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실제로 별장마다 여러 마리의 애완견을 키웠다더라. 탈북 시인 장진성 씨의 책 '친애하는 지도자에게'의 묘사를 참고했다"면서 "그 비용만 해도 2,500만 원 정도 들었다. 국수란 피디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지만 독재자의 강아지가 상징하는 바가 있어 해야 할 것 같았다. 내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비(2,000만 원)보다 많은 돈이 든 셈이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로제는 귀한 몸이다. 출연 분량은 3분 남짓이지만 준비 기간과 과정,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말티즈 순종을 데려와 털 관리를 하는 데 3개월이 걸렸고, 그 비용만 2,500만 원 가량 들었다. 

강아지 한 마리에 2,500만 원이 들었다고 하면,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만한 과정이었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공작

로제를 훈련시킨 애니멀 액팅 스쿨의 강성호 훈련사는 강사모 팟캐스트에 출연해 "스타견을 양성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영화의 컨셉과 역할에 맡게 구해야 하고, 힘들 경우 분양을 따로 받아야 한다. 로제의 경우 순종 말티즈를 입양해 전문 훈련 과정을 거친 끝에 '공작'에 출연시켰다"고 밝혔다. 강성호 훈련사는 영화 '터널'(2016)의 탱이', '독전'(2018)의 라이카(실제 이름: 람보)도 훈련 시켜 영화에 출연시킨 바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강 훈련사는 "'공작' 제작사에서 말티즈를 원했다. 말티즈는 훈련이 힘들고 성격이 다루기 힘든 견종이다. 게다가 김정일이 키웠을 법한 강아지라면 멋지고 화려해야 했다.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도그쇼(Dog show) 출전 경력이 있는 가문의 말티즈를 입양했다. 영화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똑같이 생긴 두 마리(메인, 서브)를 데려와 똑같이 연기 지도를 시키고 미용 관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것과 연기시키는 것은 다르다. 훈련은 단순 동작을 반복하고 습득하면 되지만, 연기는 시나리오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교육을 요한다.

영화 '공작'에서의 로제 등장 신은 김정일의 구두 소리, 수하들의 군화 소리에 맞춰 입장하는 지문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강아지는 군화 소리를 들으면 도망가기 일쑤다. 강 교수는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로제를 교육시켰다.

김정일 역할을 맡았던 배우 기주봉은 촬영 전 로제가 훈련을 받고 있는 학교를 6~7차례 찾아 미리 친해지고, 연기의 합을 맞췄다. 강 교수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 한 장면을 위해서 3개월 이상 훈련하고, 관리를 받았다"고 전했다. 

공작

연기 지도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미용이었다. 말티즈는 털이 길고 고울수록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견종이다. '김정일의 강아지'라는 역할에 맞춰 로제는 최고의 미모를 자랑해야 했다. 강 훈련사는 "털이 예쁜 말티즈는 몇천 만원도 넘는다. 예산상의 문제로 6~7개월 된 어린 말티즈를 분양받아 3개월 동안 특급 관리에 들어갔다.

강 훈련사는 "로제는 흙바닥에서 연기 연습을 할 수 없었다. 흙이 털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털에 먼지가 묻기만 해도 목욕을 시켰다. 로제가 쓰는 미용 제품도 최고급을 썼다. 샴푸 하나에 10만원이 넘었다. 말티즈 털 관리에는 래핑(털이 헝클어지고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부위의 털을 서로 묶어서 단출하게 여미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래핑하고 풀고, 목욕하고 빗질하고를 반복해 길고 반짝이는 털을 만들어나갔다."고 밝혔다.

3개월의 특훈을 받은 두 마리의 말티즈는 현장에서 맹활약했다. 윤종빈 감독은 독재자의 강아지답게 최고로 아름다울 것은 물론이고 표정도 도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제는 훈련받은 대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강 훈련사에 따르면 로제는 40일 전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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