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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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오디션비, 받은 게 아니라 줬다고?"…방송가 훈훈 미담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9.05 15:36 수정 2018.09.05 15:45 조회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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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친판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민지혁이 영화 '님의 침묵' 측이 배우에게 오디션비용을 요구했다고 폭로해 법적 다툼이 예고된 가운데, 반대로 제작진이 오디션을 본 배우에게 비용을 지급한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배우 윤주는 자신의 SNS에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오디션에 응시했다고 밝히며 자신이 그날 겪은 일을 소개했다.

윤주는 “떨림과 설렘을 항상 안고 들어가는 오디션. 그 어느 날과 같은 오디션이었다. 하지만 너무 좋으신 분들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작을 수도 있지만 큰 배움을 가지고 온 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은 선물”을 받았다며 “내 순서를 기다리며 많은 배우분들이 어느 한 곳에서 안내를 받으며 밝게 웃으며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은 나에게도 돌아왔다. 오디션을 보러와 준 것에 감사하다는 작은 배려. 이 작은 배려가 큰 행복과 큰 감사함으로 내 안에 가득 찼다”라고 말했다.

이날 윤주가 받은 것은 제작진의 편지와 교통비로 쓰라는 소정의 금액, 3만원이었다. 윤주는 “처음 느껴본 느낌. 잊지 못할 듯”이라며 “깜짝 이벤트에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었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들었다. 작은 배려와 작은 행복이 큰 추억을 만들고 앞으로를 만든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겠다는 문구는, 감동. 위로가 되어준달까?”라며 자신이 느낀 벅찬 감동을 밝혔다.

윤주는 제작진에게 받은 편지내용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오디션 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보여주신 연기와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분을 위해 소정의 교통비를 준비했습니다. 저희와 오늘 함께 한 짧은 인연이 여러분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글이 연출 부성철 감독과 프로듀서 이옥규 씨의 이름으로 적혀있었다.

윤주의 SNS 내용은 온라인에서 퍼지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누리꾼들은 “연출자 마인드 진짜 좋다. 멘트도 본인들이 잘하겠다라니, 진짜 감동일 듯”, “돈보다 멘트가 더 감동이었을 것 같다”, “잠재력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는 말. 그 말이 진짜 감동이다”, “와 저런 팀이면 떨어진 게 더 아쉬울 듯. 같이 일해보고 싶을 거 같다”며 함께 감동을 느꼈다.

오디션비

이런 '감동사연'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에 이어 SBS수목극 바통을 이어받을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도 오디션 참가 배우들에게 오디션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흉부외과' 오디션을 본 배우 이시유는 앞서 윤주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SNS에 제작진으로부터 받은 편지와 수고비 차원의 3만원을 사진으로 찍어 게재했다. 이시유는 “데뷔 이래 이런 감동은 처음 느껴본다! 배우로서 오디션 후 이런 편지를 받고는 진심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영광 감독님 감사합니다.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 대박 나길.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라고 자신이 느낀 바를 전했다.

이시유가 공개한 제작진의 편지에는 “귀중한 시간을 내어 저희 '흉부외과' 오디션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배우분들을 모시는 자리라 배우님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 만큼의 시간을 할애해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함께하게 된다면 최고의 연기로 저희 드라마에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리고 혹시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기회에 함께할 수 있도록 오늘의 연기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조영광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의 이름으로 적혀 있다.

이런 훈훈한 사례들은 이번 '님의 침묵' 논란과 함께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간혹 일반 기업의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면접비 명목으로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는 있으나, 연예계에서, 그것도 제작비 절감을 위해 발버둥 치는 드라마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이 몰리는 오디션 응시 배우에게 이런 배려를 해줬다는 일이 놀랍다. 확인 결과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약 300명, '흉부외과'는 약 200명의 오디션 지원자에게 편지와 교통비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흉부외과' 담당자는 “예전부터 오디션에 응시하는 분들께 최소한의 배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내부 의견들이 있었다. 젊은 배우들은 오디션을 보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거나 먼 거리에서도 온다. 그런 수고와 비용을 감수하면서 오디션을 보는 분들께 작게나마 감사함을 표한 것”이라 설명했다.

'흉부외과' 측은 오디션 참가 배우의 나이에 맞게 편지 내용도 다르게 했다. 성인 배우에게는 앞서 이시유가 공개한 편지내용으로, 아역 배우에게는 오디션에서 탈락하더라도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부모에게 전하는 말로 채워졌다.

이 담당자는 “'친애하는 판사님께' 와 '흉부외과'가 모두 SBS 자체제작이라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쓰이는 비용이 제작비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기에, 앞으로도 이렇게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무명의 배우는 배역 하나를 따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오디션 응시 한 번이 소중하다. 그렇게 오디션을 전전하고 겨우 배역을 얻어도,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금액을 벌기에도 힘들다. 이런 배우에게 오디션 참가비를 요구했다는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넉넉하지 못하지만 연기라는 꿈을 좇아 노력하는 무명의 배우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뿐이다.

'친애하는 판사님께'와 '흉부외과' 제작진이 보여준 오디션비 지급은 방송가 미담으로 퍼지며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다. 금액과 상관없이, 오디션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 배우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졌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지금은 스쳐 지나갈지언정, 언젠가 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미래의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이런 문화가 방송가에 자리 잡길 바란다.

[사진=공식 포스터 및 윤주, 이시유 인스타그램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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