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명품아역→악역’ 하승리 “심은하 씨를 닮고 싶냐고요?”

최종편집 : 2018-09-08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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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명품아역→악역’ 하승리 “심은하 씨를 닮고 싶냐고요?”  기본이미지

이미지[SBS 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하승리(24)는 벌써 데뷔한 지 19년 차 배우다. 중견 연기자 못지않은 경력을 가진 하승리의 데뷔작은 1999년 SBS 인기드라마 '청춘의 덫'이다. 당시 하승리의 나이는 5살. 당시 그는 심은하의 딸로 출연해 나이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며 '꼬마 연기천재'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의 귀여웠던 모습을 기억한다면, 현재 방영 중인 KBS '내일도 맑음'에서 황지은 역을 맡은 하승리를 쉽게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 황지은은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자신이 갖지 못한 욕망 때문에 강하늬(설인아 분)과 갈등하는 악녀다. 칼 같은 단발에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는 황지은에게서 '청춘의 덫'의 5살 혜림의 동심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하승리는 15년 동안 명품 아역으로서 각광을 받았고, 이제 성인 연기자가 된 지 4년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내일도 맑음'은 숙제이자 터닝포인트다. 악녀연기를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하승리를 만나서 그녀의 짧지 않은 연기자로서의 삶의 얘기를 들어봤다.

Q. '청춘의 덫'이 연기자로서 첫발을 디딘 계기였다면, '내일도 맑음'은 터닝포인트와 같은 작품인가.

“전작이 지난해 방송된 KBS '학교 2017'로 당시에는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 성인 연기를 해보는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려 보이지 않고 내 연기가 어색해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Q. 극 중 황지은은 한 마디로 악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홈쇼핑 MD로 일하면서 가정사 때문에 비뚤어진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홈쇼핑 MD의 삶을 지켜봤었고, 직장 생활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건너보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간접 경험하며 준비했다.”

이미지Q. 많은 이들이 아역이었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연상해 떠올리지 못한다.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를 보여야 하고, 상대 배우인 이창욱과 11세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려 보이면 안됐다. 그래서 생각이 많았다. 단발머리를 하고 스타일링을 하면서 최대한 지은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Q. 악역 연기는 쉽지 않을 텐데, 어떤가.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악역 연기는 나에게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나답게 연기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연기자 선배님들이 '너만의 색깔이 있다'고 칭찬해주셔서 그렇게 믿고 하고 있다.(웃음) 이제는 지은이 하승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서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낙천적인 성격인데 지은으로 살다 보니 평소에도 우울하거나 기분이 무거울 때가 있다.”

이미지Q. 악역이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겠다.

“촬영 때문에 외부에 나갈 시간이 별로 없어서 피부로 체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 스태프들이 외부 반응을 전해 주신다. 한 시민이 '단발머리 그 기지배 머리채라도 잡고 싶다'고 했다고 몸조심하라고 전해주셨다.(웃음)”

Q. 극 중 엄마로 나오는 지수원 씨와 여-여 케미가 좋다.

“선배님이 정말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시다. 평소에 리딩 하거나 할 때는 '엄마 힘들다, 기운 없다'고 하시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매 신마다 정말 그 에너지에 압도된다. 같이 붙는 신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많이 배운다.”

Q.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청춘의 덫'의 귀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정말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우연한 기회에 엄마를 따라서 촬영장에 갔고, 그때 맡은 역할이 심은하 씨의 딸 역할이었다. 기억이 아주 뚜렷하진 않고 뜨문뜨문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이 난다. 글을 못 읽을 때라서 엄마가 옆에서 '지금 이 장면은 어떤 상황이야'라고 설명해주면 거기에 몰입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지Q.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5세 꼬마에게 어떻게 그런 힘이 났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웃음)”

Q. 아역 연기자와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왔을 텐데,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

“'학교 2017'에서는 일진 연기를 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웃음) 오히려 주목받는 걸 원치 않았다. 친구가 어디에 가서 '얘 연예인이야'라고 하면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오히려 조용하게 지내려고 했다.”

Q. 아역시절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한해도 쉬지 않고 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채시라 아역을, '프로듀사'의 공효진의 학창 시절 모습으로 출연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는 그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덜 절실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계속 많은 작품의 요청이 들어왔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예전보다 일이 없어지니까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이미지Q. 인생에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이 왔겠다. 전환점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다.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기회가 됐다. 욕심이 생겼다. '목표한 바를 내 힘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갈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인생에서 소중한 고민이었다.”

Q. 이제는 연기에 대해서 더 절실해진 건가.

“연기는 할수록 어렵고, 19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숙제를 주는 일이다. 배우가 되고 싶다. 가짜로 하는 것 말고, 진짜로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전달하고, 시청자가 진심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Q. 그런 의미에서 하승리에게 '청춘의 덫'이란?

“평생 기억되고 따라다니는 것?(웃음) '아역 연기자였다는 게 싫어', '누군가의 딸로 기억되는 게 싫어'라는 마음은 아니다. '아, 예전에는 그런 연기를 했구나.', '그때 그 친구가 이랬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미지Q. 1990~2000년 당대 최고였던 심은하 씨를 닮고 싶나.

“갈길이 너무 멀어서 심은하 씨와 비교를 한다는 게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웃음) 성격이 무던하고 묵묵한 편이다. 심은하 씨의 딸로 기억되어서 그렇게 얘기를 들을 순 있지만 나는 내 길을 천천히 가고 싶다. 지금으로선 성인으로 변신한 나의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큰 숙제다.”

Q. 배우 하승리는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은가.

“센 거 해보고 싶다. 악역 같은 것, 감정 없는 소시오 패스도 좋다. 눈빛이 세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 때문에 그런 연기도 좋을 것 같다.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얼굴로는 승산이 없다. 실력으로 가는 거다.(웃음)”

Q. 연기자로서 고민을 하면서 '목표를 이뤄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목표는 뭔가.

“최종 꿈은... 행복한 거다. 돈을 버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 아닐까. 힘들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뭔가에 몰두할 때 행복하다. 지금은 그런 행복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이미지사진=백승철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