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스페셜', 570만 자영업자의 눈물…대박집 너머의 고충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18.09.10 00:29 수정 2018.09.10 09:18 조회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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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힘겨운 실상이 공개됐다.

9일 밤 방송된 'SBS스페셜'에서는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봤다.

광고회사를 10년 정도 다니던 원부연(35세) 씨는 올해로 자영업을 시작한 지 5년째다. 현재 그녀는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8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됐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장미빛은 아니다.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동네에 작은 서점을 연 김정원 씨는 “넉넉하지 않은 수입을 빼고는 불만이 없다”라고 했지만 결국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갔다.

그는 "서점을 정리하고 회사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치 군대 갔다가 제대한 느낌이더라. 장사를 해보니 회사의 고마움을 느꼈다. 자영업을 하면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시간이 더 없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더 적어지더라. 가족들도 처음에는 자영업을 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느끼는 무거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근 70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9시간이고 한 달 평균 휴일은 단 3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단 4일만 쉰다는 한 호프집의 사장은 "누구나 더 큰돈을 벌고 싶고, 그 큰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로또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원일 때 누리던 많은 것들이 모두 내 몫의 짐이 되고 예상보다 더 큰 인내가 필요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페셜

남들이 대박집이라고 부르는 한 고깃집 사장도 고민을 털어놨다. 운영하는 두 곳의 업장은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뤄 월 2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모든 부분이 힘들다. 많이 팔아야 남길 수 있는 구조인데 그러려면 인건비와 식자재비도 많이 나간다. 그런데 매년 고정 지출이 상승해서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실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그가 공개한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 보았을 때도 순이익은 250만원 남짓이었다. 이는 식자재비, 월세 등 고정 지출 등으로 불가피한 부분이었다.

특히 인건비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에 대박집 사장은 "전체적인 시급이 당연히 올라야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좋아지고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과도기 안에서 자영업자들이 겪어야 할 고충을 보안할 제도를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약자를 위해 추진된 정책인 최저임금제,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약자를 양산하고 있었던 것. 실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영향을 받는 것은 소상공인들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좋은 정책도 시장이 수용할 능력이 있어야 정책의 효과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수용할 능력이 없어서 자영업자들은 쓰러질 판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많은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인건비를 충당했다. 가족들이 종업원의 일을 대신하는 것. 무급 가족 종사자는 116만 9천 명에 이르렀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보내야 할 시간이 없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두 사람이 더욱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것. 아이들을 위해 일하느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힘든 자영업의 현실에도 각자의 이유로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하루 매출이 0원임에도 운영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월세를 내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말한다 “어쩔 수가 없다. 계약된 기간이 있다. 아직 11개월이 남았는데 정말 지옥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의 대학원까지는 책임지고 싶었는데 내가 이렇게 힘든 것을 보더니 대학교까지만 다니겠다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년 연속 폐업 업체가 90만개가 넘었다. 올 한해는 문 닫는 가게가 100만 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이 비극의 길에 들어선다.

떼돈을 벌고 싶어 대책 없이 벌이는 일이 아니다. 가족과 자신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자영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직원의 빈자리를 스스로 대신 채우고, 올라버린 물가로 얄팍해진 주머니를 온몸으로 견뎌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외치며 살아가는 570만 자영업자.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들이 아주 가까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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