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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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명당', 이래서 조승우 조승우 하는구나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9.12 10:07 수정 2018.09.12 10:59 조회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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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역시 조승우였다.   

수작이었던 1편과 졸작에 가까웠던 2편을 넘어 시리즈 영화의 3편이라는 험준한 산에 오른 조승우는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역학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명당'의 이야기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 2013년 개봉해 전국 913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과 올 초 개봉해 134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친 '궁합'을 잇는 시리즈 영화다. 

역학 시리즈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세 영화는 사극이라는 장르적 공통점을 빼면 크게 닮은 점이 없다. 우선 완성도의 차이가 확연하다. 관상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낸 1편의 경우 김동혁 작가의 참신한 각본에 한재림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더해진 역작이었지만, '궁합'은 배경만 조선시대로 간 무색무취 로맨틱 코미디였다.

그러다 보니 3편 '명당'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믿을 구석은 조승우뿐이었다.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력을 선보인 조승우의 3년 만의 스크린 귀환이라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명당

1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명당'은 조승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조승우가 분한 천재 지관 '박재상'은 세도가의 계략에 의해 가족을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인물. 자신이 가진 탁월한 재능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고민하던 박재상은 세도가가 득세하던 조선 후기의 정치판에서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승우는 "제가 연기한 박재상은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말했을 뿐인데 그로 인해 가족을 잃게 되고 13년간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인물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개인의 복수로 시작하지만 흥선(지성)을 만나고 또 세도가가 나라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내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전형적일 수 있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올바른 곳에 써야 한다는 것을 중요한 신념으로 여기는 캐릭터다"고 덧붙였다.

'명당'에서 조승우는 목소리로 첫 등장을 알린다. 특유의 안정된 발성과 발음은 사극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극이 전개될수록 등장인물이 늘어가고 포커스가 분산되는 '명당'에서 조승우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낸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다. 여러 배우들과의 앙상블에서도 분출과 절제의 정도를 지키며 홀로 튀거나 앞서나가지 않는 조화의 묘를 보여준다. 영화적으로는 조승우의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폭넓게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명당

정통 사극 스타일을 표방한 '명당'은 시종일관 진중하지만, 그 진중함이 작품의 무게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무엇보다 명당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보다 흥미롭고 밀도 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영화는 흥선대원군이 정만인이라는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에 세도 정치의 핵심 인물 김좌근(백윤식), 유약한 왕 헌종(이원근)이라는 실존 인물도 등장한다. 

조선 후기 가장 치열하고 지저분했다는 권력 암투의 현장은 질투와 열등감의 과욕으로 점철된다. 물론 누구나 가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어둠이다. 누구나 다 아는 그 감정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묘사했다면 좋았겠지만 영화는 뻔하고 단순하게 풀어내버렸다. 준비된 배우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조승우는 "땅이라는 것을 빼도 상관없는 작품이다. 제목이 '명당'이라 흔히 땅을 생각하는데,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인간이 가지지 말아야 할 욕망과 생각들에 대해 꼬집어가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생각하는 게 올바른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인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명당

그의 말대로 인간의 욕망이 과욕으로 이어질 때의 파국과 그 욕망의 허망함을 그린 영화다. 조승우가 그린 박재상은 욕망의 소용돌이 안에서 유일하게 제 중심을 잡고 소신을 지켜나간 인물이다. 자칫 뻔하게 여겨질 수 있는 히스토리를 가진 인물이지만 삶의 고통을 맛본 이후 객관적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을 보여준다. 

'물괴'로 시작해 '협상', '명당', '안시성'으로 이어지는 올해 추석 대전에서 '명당'의 가장 큰 매력요소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조승우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그리고 무대에서 신뢰의 아이콘이 된 조승우의 매력적인 연기를 큰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이 '명당'에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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