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Y] 조덕제vs반민정, 법적 공방은 끝났지만…대중의 온도차

최종편집 : 2018-09-14 09: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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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조덕제와 반민정의 4년여에 걸친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대법원 제2부(대법관 김소영)는 13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조덕제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람의 법적 공방은 2015년 4월 "영화 촬영장에서 겁탈당하는 장면을 찍는 중 상대 배우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는 여배우 A의 폭로와 고소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조덕제의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조덕제가 연기 도중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까지 가게 된 사건은 2심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조덕제는 반민정을 추행한 성범죄자로 낙인찍혔다. 

강제 추행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조덕제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은 받아들이되 존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해당 여배우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당시 이미 많은 촬영을 진행해 온 상태였고 나는 조·단역으로 사건 당시 첫 촬영, 첫 장면, 해당 감독님과의 작업도 그 영화· 그 장면이 처음이었다”며 “해당 장면은 만취한 남편이 아내의 외도사실을 알고 격분, 폭행하다가 겁탈(부부강간)하는 씬이다.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 콘티에 맞는 수준에서 연기했고, 오버하지도 않았다.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강제 추행을 했다는 말인가”라고 주장하며 다시 한번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미지더불어 "스스로에게 떳떳한 만큼 주저앉거나 좌절하지 않고 내 본업인 연기 생활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유죄가 나왔지만, 그동안 걱정과 격려·응원의 말씀을 주셨던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민정은 대법원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으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언론 앞에 선 반민정은 “성폭력 피해를 외부로 알리는 것이 두려웠지만 피해 이후 조덕제와 그 지인들의 추가 가해가 심각해져 경찰에 신고했고 그 결정으로 40개월 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며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구설에 올랐다는 이유로 굳이 섭외하지 않아도 될 연기자로 분류돼 연기를 지속하기도 어려웠고 강의 역시 끊겼으며 사람들도 떠나갔다. 건강도, 삶의 의욕도 모두 잃었다.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법대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저는 모든 것을 잃었고,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그간의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미지더불어 “제가 익명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조덕제는 2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자 자신을 언론에 공개하며 성폭력 사건의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자신의 지인인 이재포 등을 동원해 저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했다”며 “조덕제가 저에 대해 언론, 인터넷, SNS에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명백히 거짓이고 허위”라고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의 법적 공방은 '19금 장면 촬영 중 성추행이 성립될 수 있는가'를 둘러싼 사상 초유의 대립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1심을 뒤집은 2심 판결 이후 조덕제가 스스로 언론에 실명을 공개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조덕제의 언론 플레이 이후 반민정은 국내 여성단체들과 연대해 맞섰다. 

4년간 이어온 법적 공방이고, 어느 한쪽의 손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었던 만큼 대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쏠렸다. 법조계에서는 2심이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고, 실제 대법원판결도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대법원판결을 바라보는 대중의 온도 차다. "촬영 중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추행을 해서는 안된다"며 "대법원이 적합한 판결을 내렸다"고 본다며 옹호하는 시선과 "증거 재판주의는 어디 가고 피해자 진술만 일관되면 처벌 가능한 거냐"며 대법원의 판결의 공정함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여론 역시 거세다.
이미지여기에 두 사람의 법적 공방 초기부터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던 장훈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도 뜨겁다. 2017년 10월 공개된 메이킹 영상에 따르면 감독은 조덕제에게 "그냥 옷을 확 찢어 버리는 거야. 여자는 몸을 감출 거 아니에요? 그다음부터 마음대로 하시라니까. OOO처럼", "그러면 뒤로 돌려 막 굉장히 처절하게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거든.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돼",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한따까리 해야죠. 굉장히 중요한 신이에요." 등의 연기 디렉팅을 했다. 

이 영상은 법적 공방에서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조덕제와 반민정 쌍방의 문제를 넘어 감독의 디렉팅이 배우의 연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촬영 현장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이뤄진 증거였다.

실제로 이 영상의 등장 이후 감독의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다. 장훈 감독은 이 영상에 대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두고도 시선은 엇갈렸다.   

어쨌든 법적 공방은 반민정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판결은 촬영 현장에서의 베드신도 상대가 수치심을 느낄 경우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를 남겼다. 이 판례가 향후 영화 혹은 드라마 촬영장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