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고마웠어"…'어느 가족'에 담긴 키키 키린의 작별 인사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9.17 09:31 수정 2018.09.17 09:36 조회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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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일본의 '국민 엄마' 키키 키린이 일흔다섯의 생을 마감한 가운데 유작 속 명품 연기도 조명받고 있다.

키키 키린의 유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지난 5월 폐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수작이다. 이 작품에서 키키 키린은 하츠에 시바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어느 가족'은 키키 키린의 명품 연기가 더해져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대본에 없었지만 배우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명장면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한 하츠에는 네 가족이 바닷가에서 즐거이 노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다들 고마웠어"라고 말한다. 육성으로는 들릴까 말까 한 어렴풋한 음성이었지만 입 모양으로 하츠에의 메시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어느 가족

지난달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촬영 첫날 즉흥적으로 본인이 한 거다. 현장에서는 눈치 못 챘었는데, 편집실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입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들 고마웠어'라는 대사였다"면서 "영화 안에서는 하츠에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인데, 원래는 아니었다. 그 말이 마지막쯤 나올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정해갔다"고 밝혔다.

이어 "키키 키린은 그런 식으로 영화의 주제 또는 핵심에 대해 포착해낸다. 본인이 받아들이고 생각한 것에 대해 연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꺼내놓는 배우다. 그분이 꺼내놓은 걸 다시 받아칠 수 있는 연출을 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런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건 감사하고 혜택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키키 키린의 위대함에 대해 극찬했다. 

이 장면은 키키 키린의 별세 소식과 함께 관객들에게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대사는 영화 속 하츠에의 상황뿐만 아니라 배우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관객에게 남긴 작별 인사처럼 여겨져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키키

키키 키린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냐로 불릴 만큼 많은 영화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어 '어느 가족'까지 무려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가족 영화의 장인'이라 불리는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서 키키 키린은 중추적 역할과 연기를 담당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키키 키린은 자타공인 일본의 국민 여배우다. 1961년 극단 분가쿠좌 입단해 연기를 시작한 키키 키린은 1974년 TBS 드라마 '테라우치칸타로 일가'에서 주인공 칸타로의 어머니 역할로 큰 인기를 얻었다. 30대부터 노인 분장을 하고 어머니·할머니 주로 맡으며 일본의 국민 엄마로 자리매김했다. 

키키 키린

2007년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2013년 '내 어머니의 인생'으로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걸어도 걸어도' '악인' 등으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4년 유방암 발병 이후 전신에 암이 전이되면서 십 년 넘게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투병 중에도 완성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연기 열정을 불태워왔다. 지난달 13일 대퇴부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5일 도쿄 내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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