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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안시성'을 둘러싼 논란과 기대에 부쳐

최종편집 : 2018-09-18 13:49:02

조회 : 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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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양만춘(梁萬春/楊萬春, ? ~ ?), 고구려 말의 군인. 안시성의 성주로서 당 태종에 맞서 안시성을 지켜냄으로써 제1차 여당 전쟁을 고구려의 승리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안시성 전투를 제외한 삶은 모든 것이 미상으로 그 이름조차 현존하지 않아 그저 안시성주(安市城主)라 불리기도 한다.

영화의 소재로서 실존 인물은 매력적이다. 특히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지만 그 기록이 많지 않다면 되레 상상의 여지가 많아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안시성 전투의 영웅 양만춘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화되기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안시성'(감도 김광식, 제작 스튜디오앤뉴·영화사 수작)은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다. 제작 단계에서 미스 캐스팅 논란이 일더니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자 복식(服飾) 고증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베일을 벗자 이러한 논란은 가라앉았고, 기대 이상의 오락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안시성'은 관객의 높은 안목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까.

645년,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당 태종 이세민(박성웅)은 수십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의 변방 안시성을 침공한다. 20만 당나라 대군과 5천 명의 안시성 군사들이 대치한 가운데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과 전사들은 당나라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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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액션 영화다. 사료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영화적 허용이라는 안전망은 꽤 유용하게 작동한다. 제작진은 이야기의 출발은 역사에서 하되 서사는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 

영화를 연출한 김광식 감독은 "고구려, 특히 '안시성 전투'와 관련된 사료가 부족했다. 남아있는 사료를 통해 고증 가능한 부문은 철저하게 고증했다. 그 외 이야기와 요소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을 거쳤고, 이를 연출의 포인트로 삼았다"고 밝혔다.

전반 한 시간은 여당 전쟁의 배경 제시와 양만춘을 필두로 한 사물, 추수지, 풍, 백화 등 주요 인물의 등장과 캐릭터 묘사에 힘을 쏟았다. 중반 이후 한 시간은 다채로운 전쟁의 서사로 채웠다. 양만춘이 어떻게 달걀로 바위를 쳤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괄목할만한 스케일로 시각화된다. 

영화는 주필산 전투로 문을 연 뒤 2번의 공성전, 토산 전투에 이르는 네 번의 전투 장면을 배치했다. 2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답게 물량 공세가 돋보인다.

제작진은 총 7만 평 부지에 실제 높이를 구현한 11미터 수직성벽세트와 국내 최대 규모인 총 길이 180미터 안시성 세트를 제작했다. '안시성 전투'의 핵심인 약 5천 평 규모의 토산 세트도 CG가 아니라 젝접 제작해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리얼한 액션신 촬영을 위해 스카이 워커 장비로 360도 촬영을 진행했고 드론, 로봇암, 팬텀, 러시안암 등 최첨단 촬영 장비들을 총동원했다. 보조출연자 6,500명에 달했으며 전투 장면에 사용한 말은 650필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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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사극과 섹시한 사극 사이에서 '안시성'이 택한 길은 후자였다. 액션 장면에서 슬로우 모션을 많이 쓰는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통해 이 영화가 판타지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다소 과한 음악도 단점보단 장점으로 작용한다. 단, 전술의 묘사나 구현은 구체화된 느낌이 아니라 덩어리로 다가온다. 고증과 상상력이 섞이다 보니 다소 황당한 전략도 등장한다. 수세에 몰린 양만춘이 선택한 결정적 한 방이 특히 그렇다. 

영화의 주인공인 양만춘 역할은 조인성이 맡았다. 180cm가 훌쩍 넘는 큰 키에 잘생긴 얼굴로 알려진 배우지만 장군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꽃미남 얼굴에 늘씬한 몸매의 조인성은 기골이 장대한 고구려 무사의 이미지는 아니다. 더욱이 톤이 높고 가는 특유의 목소리가 수천 명의 군사를 호령하는 장군의 목소리와 어울릴까에 대한 우려도 컸다.

선입견에서 비롯된 캐스팅에 대한 우려는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불식된다. 배우와 캐릭터가 밀착돼서라기보다는 조인성이 만들어낸 양만춘에 보는 이가 적응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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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누구나의 머릿속에 각인된 장군의 어떤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자유분방한 영웅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존재감과 흡입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안시성 부관 추수지 역의 배성우와 환도수장 풍 역할의 박병은, 부월수장 활보 역의 오대환, 태학도 수장 사물 역의 남주혁, 기마부대장 파소 역의 엄태구 등이 제 역할을 하며 상호 보완하는 '안시성팀'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다소 아쉽다. 고구려 신녀 시미 역에 정은채, 백하부대장 백하 역에 설현이 활약하지만 기능적으로 등, 퇴장할 뿐 인상적인 임팩트를 주지는 못한다.

고구려 역사를 다룬 첫 번째 상업영화로서 '안시성'은 의미 있는 성취를 거뒀다. 신라의 삼국 통일 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고구려의 위대한 역사와 용맹한 기상을 스크린에 살려낸 것에 대한 쾌감이 상당하다. 익숙한 서사의 흐름 속에서도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안시성'으로 출발한 고구려의 영화적 부활을 시리즈로 완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미지의 시대가 선사하는 신비감과 자부심 때문이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