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협상' 현빈,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라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9.21 13:15 수정 2018.09.21 13:33 조회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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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 '시크릿가든'의 김주원, '만추'의 훈, '역린'의 정조, '공조'의 임철령... 배우 현빈이 그동안 맡아 온 역할들은 악(惡)이 없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멜로 속 왕자님, 정의와 신의로 움직이는 반듯한 남자 캐릭터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그가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을 통해서다.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범죄 오락 영화다. 현빈과 손예진이 각각 인질범 민태구와 협상을 맡은 경찰 하채윤 역으로 분했다.

현빈이 사람을 납치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상대를 협박하고, 배알이 뒤틀리면 욕을 하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협상' 속 현빈은 그런 악인의 모습이다. 우리가 그동안 알았던, 잘생기고 선한 이미지의 현빈이 아니라 낯설다.

하지만 낯설더라도 현빈은 현빈이다. 현빈은 민태구 안에 자신만의 매력을 녹여냈다. 범죄인 미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빈은 민태구를 극악무도한 냉혈한이 아닌, 결국엔 '연민'을 느끼게 하는 악인으로 그려냈다. 첫 악역 도전인 만큼 그의 많은 고민과 연구가 뒤따른 결과다.

데뷔 15년 만에 처음 도전한 악역, 생소한 이원촬영, 또래 배우 손예진과의 연기 호흡까지, '협상'의 현빈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빈

Q. 배우들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모니터로 서로를 보고 연기한 '협상'의 이원촬영이 굉장히 특이하다.

현빈: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이원촬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시나리오상 협상가랑 인질범이랑 1대1로 모니터를 보며 연기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처음 하는 촬영방법이라 걱정도 됐고, 실제로 초반에는 촬영할 때 힘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익숙해지고 편해지면서 이 촬영방법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Q. 힘들었다는 건 어떤 부분인가?
현빈: 상대 배우와 한 공간, 같은 공기 안에서 연기하면, 상대방의 호흡이나 눈빛, 행동 등을 보며 거기서 나오는 리액션이나 반응들이 존재한다. 이번 작품에선 작은 사이즈의 모니터로 상대를 보고 인이어로 소리를 들으니, 그런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고 이질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점점 찾는 재미가 생기더라.

Q. 악역이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현빈: 악역이어서 어려웠던 건 없었다. 어느 작품이든, 착한 역이든 나쁜 역이든, 매번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마다 어렵다.

Q. 그럼 악역이라 더 재미있었던 지점이 있나.
현빈: 막 해도 되더라.(웃음) 제약을 덜 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이 캐릭터는 뭐든 가능하다는 범위가 넓었다.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었다. 민태구가 욕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그런 행동들을 어떤 수위로 어느 정도까지 표현하는 게 맞을지, 감독님과 함께 계속 고민하며 연기했다.

Q. 현빈이 욕을 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가는데, 이번 작품에선 하더라.

현빈: 저도 남자들끼리 있을 때 욕도 하고 그런다.(웃음) 대본 보고 캐릭터를 만들며 이리저리 연습해봤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혼자 연습한 시간이 많았다.

현빈

Q. 영화 속 민태구는 단순히 나쁘기만 한 악역은 아니다. 캐릭터 설계를 어떻게 했고, 중점을 둔 부분은 뭔가.

현빈: 감독님과 태구 캐릭터에 대해 얘기할 때 “채윤이 태구한테 연민을 느끼면 좋겠다”는 큰 축이 있었다. 그걸 위해 많은 것들을 고민했다. 태구가 계속 무섭게만 나오면 채윤이 연민을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센 부분에서 약하게 하고, 약하게 할 부분에서 반대로 세게도 하고, 웃는 것도 넣고, 너스레도 떨었다. 모니터 너머에 협상 대상이 바뀔 때마다 태구의 대사나 행동도 다 다르게 갔다. 태구의 이런 모습들을 보며 관객이 “얘는 뭐지?”라는 호기심이 생겼으면 했다.

Q. 손예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면대면이 아닌, 서로가 나오는 모니터만 보고 연기해야 해서 아쉬웠을 거 같다.
현빈: 당연히 아쉽다. 예진 씨랑도 얘기했는데, 나중에 다른 장르에서 또 같이하자고 했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서로 마음에 드는 대본을 만나야 하니.

Q. 배우로서 손예진은 어떻던가.

현빈: 놀란 지점들이 있었다. 예진 씨도 모니터만 보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연기해야 하니 힘들고 답답한 부분들이 있었을 거다. 그래도 그 모니터를 통해 본 예진 씨의 연기에 감탄하곤 했는데, 나중에 그걸 스크린 큰 화면으로 보니 훨씬 세게 와닿는 지점들이 있었다. 특히 밖으로 감정을 표출할 줄 알았던 장면에서 반대로 안으로 감정을 집어넣는, 절제하는 연기를 보여준 것에 놀랐다. 이 사람이 어떻게 연기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 예진 씨는 그동안 제가 스크린을 통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달랐다.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고, 반대로 흥이 많고 털털하기도 했다.

현빈

Q. 2003년 데뷔한 이래,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악역에 도전했는지 궁금하다.

현빈: 지금껏 시나리오를 봐서 좋고 하고 싶은 걸 해왔다. 악역을 해야겠다, 안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협상'이란 대본을 봤을 때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민태구 캐릭터가 악역이었을 뿐이다. 악역이라 더 끌린 건 아니다.

Q. 배우 현빈은 착한 역, 멜로 속 남자주인공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편견'인데, 이런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빈: 제가 나오는 어떤 작품을 봤고 그게 마음에 들었다면, 충분히 그 이미지로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전 제 나름대로 다른 캐릭터를 추구해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협상'도 그런 방향에서 선택한 작품이고, 다음에 개봉할 '창궐'도,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이번 드라마는 VR, 증강현실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걸 시청자에게 처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저 나름대로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해왔다.

Q. 그럼 작품 선택의 기준이 어떻게 되나.
현빈: 영화든 드라마든 첫 번째는 무조건 시나리오다. 몇 달 동안 수많은 사람과 오랜 시간 같이 작업해야 하는데,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외적인 부분들에 의해 작품에 들어간다면 그 몇 달을 못 버틸 것이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1순위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새로운 이야기가 있어서 그걸 대중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다. 배역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면 끌린다. 민태구도 그랬다. 기존에 안 했던 인물이고, 제가 갖고 있는 표현방법들로 민태구를 다르게 만들어보고 싶단 욕심이 있었다.

Q. '협상'의 이종석 감독은 이번 작품이 입봉작이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은, 일종의 모험 아닌가.

현빈: 두려움이 있었다면 안 했을 거다. 전 입봉 감독님들이 다른 시각과 다른 표현방법이 있을 거란 기대감이 더 크다. 이종석 감독님은 예측 못 하는 재미가 있었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셔서 그런지 많이 열린 분이셨다. 배우들과 소통하려 노력하셨고, 그걸 반영해 대본을 바꾸기도 하셨다.

현빈

Q. 이번 추석 명절에 대형 한국영화들이 많이 개봉한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클 거 같다.

현빈: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이 고생한 작품이라,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도 있다. 판단이야 관객분들이 하시겠지만, '협상'은 2시간 동안 시간이 쓩 지나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Q. '협상'에 '창궐'에 드라마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현빈: 운이 좋게 하고 싶은 작품들이 계속 들어왔다. '창궐'도 '협상'도 다 제 눈에 보였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Q. 20대 초반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후반이다.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현빈: 단순히 숫자를 떠나, 배우한테 경험이란 건 큰 자산이고 연기적으로 표현방식들이 다양해지는 지점들이 있는 거 같다. 배우로서 나이 먹는 게 좋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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