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안시성' 빼고 빨간불…韓 영화, 무모했던 추석 맞불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9.26 13:15 수정 2018.09.26 15:56 조회 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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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안시성'을 빼고는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추석 연휴를 겨냥했던 한국 영화의 흥행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올 추석은 제작비 100억대의 한국 영화 네 편이 출사표를 던져 4파전이 예상됐다. 이 중 조선 괴수물 '물괴'가 일주일 앞선 9월 12일 개봉을 결정해 먼저 치고 나갔다. 결과는 대참패. 엉성한 시나리오, 연기력 논란 등에 휘말리며 개봉 2주 만에 박스오피스 10위까지 떨어졌다. 누적 관객 수는 71만 명에 머물러 80만 명 안팎에서 상영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본격적인 한국 영화 간 맞불 경쟁이 시작됐다. '안시성', '명당', '협상'이 나란히 개봉했고 이 중 '안시성'이 개봉 첫날 11만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2위 '명당'과는 약 1만 명 차 신승이었다. 여기에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공포영화 '더 넌'이 19일부터 21일까지 '협상', '명당'을 차례로 제치며 박스오피스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괴

개봉 주만 해도 한국 영화 세 편의 화력이 기대에 못 미쳐 예년보다 관객 수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연휴가 시작된 첫 주말부터 관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안시성'은 개봉 6일 만에 전국 200만 명을 돌파하며 일찌감치 앞서나갔다. 명절 당일부터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연휴 특성에 따라 '안시성'은 추석 당일 일일 관객 수 69만 명을 기록했다. 25일에는 79만 명을 모으며 개봉 이래 최다 일일 관객 수를 기록했다. '안시성'이 개봉 8일 만에 전국 300만 명을 모으는 동안 '명당'과 '협상'은 각각 140만, 11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안시성'은 손익분기점이 약 580만 명, '명당'과 '협상'은 약 300만 명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면 '안시성'은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명당'과 '협상'은 불투명하다. '안시성' 역시 관객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규모와 볼거리 면에서 불호보다는 호가 많은 상황이다.

반면 '명당'과 '협상'은 화려한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이야기, 신파 설정 등이 발목을 잡으며 입소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연휴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하고 2~3위권에 머물러 있다.  

물론 10월 3일 개천절과 10월 9일 한글날까지 두 번의 연휴라는 기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10월 3일 기대작 '암수살인'과 '베놈'이 개봉하면 지금 수준의 스크린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넌

올 추석은 100억대의 한국 영화 네 편이 동시기에 출격해 여름 시장 못지않은 대작들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영화들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려면 연휴 기간 동안 1,600만 관객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700만 명 내외다. 추석 대전이 열리기 전 이들 중 1~2편은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걱정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를 두고 '서치'와 '더 넌' 같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뜻밖의 선전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관객들 사이에서는 "볼 영화가 없다"는 반응이 훨씬 많다. 개봉작은 많지만 '구미가 당기는 영화'나 '입소문이 좋은 영화', '만족도 높은 영화'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무리한 맞불 경쟁이 돼버렸다. 개봉 시기라도 조정을 했다면 이처럼 흥행 희비가 엇갈리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수확의 시기인 한가위에 야심 차게 영화를 내놓은 투자배급사들은 쓰린 성적표를 받아들고 깊은 한숨을 쉬게 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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