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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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박혁거세가 세운 나라가 중국?"…그냥 웃어넘기기에 씁쓸한 역사인식 부재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0.01 10:34 수정 2018.10.01 10:48 조회 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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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신서유기5'가 첫 방송한 가운데, 신입 막내 멤버로 투입된 블락비 피오의 한마디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첫 방송된 tvN '신서유기5'는 '(귀)신과 함께'라는 부제에 맞춰, 멤버들이 전 세계의 귀신 복장을 입는 것으로 출발했다. 귀신 복장을 선택하기 위해 멤버들은 한국 예능인 종합 평가, '한예종' 게임을 진행했다. 1차로 상식문제를 '부저'로 맞춘 이후 2차로 들려주는 음악의 제목과 가수를 맞추는 게임이었다.

1차 문제는 역사문제가 기반이 됐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사람, 측우기를 만든 과학자, 박혁거세가 세운 나라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피오를 비롯해 송민호, 안재현 등은 역사문제에 선뜻 나서지 못하며 상식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가운데 박혁거세가 세운 나라를 묻는 질문에 피오는 “중국”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피오의 대답에 주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안재현은 “신라”라고 정답을 맞춰 원하는 '강시' 의상을 따냈다.

방송 이후 이날 '신서유기5'에서 나온 역사문제 오답들에 대해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피오가 박혁거세가 건국한 나라를 중국이라고 한 것이나,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이름을 몰라 송민호가 '김태동'이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은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역사에 대한 무식은 부끄러운 거다”, “무식한 걸로 개그코드 잡지 마라. 하나도 안 웃긴다”,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기가 그런 것도 몰랐다는 걸 수치스럽게 여기길”, “고구려나 고조선 같은 오답이면 이해라도 했지. 다른 나라 이름이 나온 건 어이없다”, “이 프로를 보는 사람들도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까 봐 우려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질타했다.

반면 예능프로그램의 재미일 뿐,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들도 있다. 이런 의견의 네티즌들은 “이게 그토록 욕먹을 일인가”, “재밌기만 하던데. 불편한 거 하나도 없었다”, “역사 프로도 아니고. 그냥 재밌으면 다인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이었다.

연예인들, 특히 10, 20대 어린 나이의 아이돌이 역사 인식 부재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AOA 설현, 지민은 한 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맞추지 못한 채 “긴또깡?”이라는 엉뚱한 일본식 이름을 내뱉어 네티즌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또 아이돌들이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무대의상을 입어 문제가 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아이돌의 역사 인식 부재 논란이 나올 때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연습생'이 되어 학교 교육에 충실히 참여하지 못하고 춤과 노래를 연습시키는 한국의 아이돌 육성시스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기획사들은 연습생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보다 나아졌을 뿐 일반 학생들의 그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또 이를 단순히 “아이돌이 공부를 안 했다”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역사와 위인들의 업적을 진짜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그저 외우도록 하는 주입식 역사교육이 역사 인식 부재를 만드는 근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서유기5'는 출연진의 '무식'이 웃음을 자아내는 하나의 코드로 자리매김해 시즌5까지 왔다. 물론 그들이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 중에는 미성숙한 청소년이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되고, 방송이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가볍게 여겨서는 된다. 그저 모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오답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게 전부가 아닌, 그들이 무지를 자각하고 점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부 시청자의 원성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사진='신서유기5' 방송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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