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미리보는 부산영화제…볼거리·즐길거리, 올해는 제대로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0.03 12:28 수정 2018.10.03 22:40 조회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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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매년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외쳤지만, 올해는 진정한 의미의 환골탈태라 할 만 하다. 훈수를 두는 이도 없고 내부에서 의견이 갈릴 일도 많지 않다. 영화의 힘과 영화제를 만드는 이의 열정과 단합이 있다면 예년과는 다른 풍성한 잔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관한 이야기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국내·외적으로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영화 관련 9개 단체가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파행이 거듭되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화 원년을 선언하고 새롭게 거듭난다. 올해는 영화계 대부분의 단체가 보이콧을 철회했다.

한동안 영화제에서 물러나 있던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은 집행위원장으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영화제에 복귀했다.

영화제 측은 올해의 변화와 기대 요소에 대해 ▲ 보이콧 철회와 영화제 정상화 ▲ 지역 커뮤니티와의 결합을 통한 관객체험 및 참여 프로그램 확대 ▲ 아시아독립영화 네트워크-플랫폼 부산의 성공적 론칭과 새로운 도전 ▲ 아시아 필름마켓의 외연 확장 ▲ 부산 클래식 섹션 신설로 요약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열리며, 79개국 324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환골탈태한 부산국제영화제의 흥미진진한 볼거리들을 소개한다.

부산

◆ 김남길X한지민이 여는 개막식…갈라·뉴커런츠·회고전 기대↑

오는 4일 오후 6시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개막식은 배우 김남길과 한지민의 사회로 막이 오른다. 이 자리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용관 이사장, 영화인 대표와 함께 '2018, BIFF 정상화 원년'을 선언한다.

의미 있는 선포와 함께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가 상영된다. '뷰티풀 데이즈'는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 배우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윤재호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윤 감독은 2016년 영화 '히치하이커'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부산 출신 영화인이다.

뷰티풀

폐막작 '엽문 외전'은 홍콩 정통무술을 세계적으로 알린 배우이자 제작자인 원화평 감독의 최신작이다. 한동안 침체했던 홍콩 액션 영화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갈라 프리젠테이션은 예년보다는 줄어든 3편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할만한 감독의 신작이 선정됐다. 2016년 '춘몽'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막을 열었던 장률 감독은 신작 '거위를 노래하다'로 초청됐다. 갑자기 군산을 여행 가게 된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다루며 박해일과 문소리가 출연했다. 

'초연'은 관금붕 감독이 중국 대륙에서 활동 후 홍콩으로 돌아와 만든 영화다. 왕년 라이벌이었던 두 스타 여배우가 '투 시스터스'라는 연극 공연을 준비하면서 초연 때까지 겪는 불안을 그린 영화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킬링'은 평화로운 시골에서 무술 수련에 전념하던 조용한 청년이 갑자기 마을을 찾아온 무법자의 무리로 인해 사무라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아오이 유우와 이케마츠 소스케가 수줍은 로맨스를 펼치는 것은 물론 절절한 상실의 고통도 연기한다.

영화제 유일의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섹션에는 '골드 러너', '내 아버지들의 집', '벌새', '붉은 남근' 등 10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이 중에는 세 편의 한국영화 '선희와 슬기', '벌새', '호흡'도 포함됐다. 심사위원으로는 '곡성'으로 알려진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 시드니영화제 집행위원장 나센 무들리, 홍콩의 유명 프로듀서 시 난순 등이 위촉됐으며, 심사위원장은 한국영화예술학교 김홍준 교수가 맡았다.

풀잎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버닝',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등 이미 개봉한 영화 9편을 포함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던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 김태용 감독이 지난해 국립국악원과 함께 공연 형태로 무대에 올렸던 '꼭두'의 영화판,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원작으로 수영이 주연을 맡은 '막다른 골목의 추억', 김대명과 김의성, 송윤아가 주연을 맡아 억울한 처지에 놓이는 지적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돌멩이' 등 8편을 새로 선보인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는 '내 청춘에게 고함'으로 데뷔한 김영남 감독의 신작 '오리의 웃음'을 제외하고 9편이 데뷔작이고, 절반인 5편이 여성 감독의 영화다. '영주'와 '영하의 바람'은 각각 다른 사연을 갖고 있지만 소녀의 성장담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보희와 녹양'은 남자 중학생, '나는 보리'는 여자 초등학생의 성장영화다. 이옥섭 감독이 연출하고 구교환, 이주영이 주연을 맡은 '메기'와 손병호가 주연한 '멀리가지마라'는 기발한 상상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이다. 최희서가 주연을 맡은 '아워바디'와 이영진이 주연한 '계절과 계절 사이'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운 영화들이다. 

퍼스트맨

월드시네마 섹션에는 미주의 거장과 유럽 영화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핫한 영화들이 대거 포진됐다. 대부분의 화제작은 극장 개봉이 예정돼있지만 부산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라라랜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퍼스트맨', 마이클 무어의 새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11/9', 장 뤽 고다르의 '이미지의 북',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시스터스 브라더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 등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역사를 지닌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 영화를 조명한다. '100주년 특별전'이 마련돼 '3세계 영웅', '카인과 아벨' 등 10편이 소개된다.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이장호 감독 작품이 선정됐다.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해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 등 대표작 8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부산

◆ 칸이 거부한 넷플릭스, BIFF는 두 팔 벌려 환영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 제작의 영화를 처음으로 상영한다. 앞서 칸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 초청 불가를 선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BIFF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전통적 개념만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안방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현시대의 흐름을 포용하기로 했다. 지난 9월 폐막한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선택에 동조한 것이다.

올해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영화는 세 편이다. 오손 웰즈 감독의 유작 '바람의 저편'은 부산 클래식 섹션에,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그래비티'를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와 '노인을 위한 나라를 없다'를 만든 미국 거장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는 월드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다.

'바람의 저편'은 전설적인 영화감독 'J. J. 제이크'가 유럽에서 은둔생활을 마치고 할리우드로 돌아와 기발한 컴백 영화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시민 케인'(1941)을 연출한 오손 웰즈 감독의 유작이다. 1970년부터 1976년까지 영화화 작업을 거쳤으나 재정난으로 완성되지 못하다가 2017년 넷플릭스가 당시 프로듀서였던 프랭크 마샬과 손잡고 완성한 작품이다.

로마

'로마'는 '그래비티'(2013)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혼돈의 197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주인공 '클레오'의 삶을 바라보는 영화는 어린 시절 감독 자신을 돌봐준 여성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카우보이의 노래'는 '파고'(199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를 연출한 코엔 형제의 신작으로 '버스터 스크럭스'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부극이다.

◆ 거장의 손길 느낄 수 있는 '부산 클래식'

올해 신설된 부산 클래식 섹션도 기대를 모은다. 예술적 성취로 영화사적 의미를 가진 13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첫해를 기념해 엄선된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거장 오손 웰즈의 미완성 유작으로 최근 완성돼 베니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바람의 저편'이다. 아시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올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두 거장을 추모하는 영화도 있다. 지난 4월 타례한 체코의 거장 밀로시 포먼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블랙 피터'가 최근 완료된 디지털 복원판으로 국내 최초 상영된다. 지난 4월 타계한 비토리오 타비아니를 추모하며 타비아니 형제의 대표작 '파드레 파드로네'는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올해는 세계 영화 역사에 빠져서는 안 될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르만 탄생 100주년이다. 그의 수많은 걸작 중 가장 대중적으로 친숙한 '제7의 봉인'이 상영된다. 아시아 고전으로는 호금전의 '영춘각의 풍파' , 첸카이거의 '패왕별희' 등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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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의 성지' 남포동 부활 기대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의 거점은 해운대지만, 영화제의 발상지는 남포동 일대였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남포동 BIFF 광장을 비롯해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 앞에 줄지어 선 관객을 보는 것은 10월의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2011년 부산 센텀에 영화의 전당이 문을 열면서 남포동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로 영화 상영과 행사를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영화제의 성지인 남포동 일대를 부흥시킨다는 계획이다. 남포동 BIFF 광장을 비롯하여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모퉁이극장, 한성1918, 중구 40계단 등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액티비티 시어터', '시네필 라운드', '커뮤니티 시네마', '해피투게더'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된 '2018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원도심권과 서부산권 시민들과도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14시부터 상영작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무수한 영화들이 매진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티켓이 일부 남아있으니 낙심하지 않아도 된다.

10월 4일부터 열리는 영화의 바다에 빠지고 싶다면 일단 부산행 기차표부터 확보하자.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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