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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리뷰]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의 못 본 얼굴…겉도는 스타일

최종편집 : 2018-10-05 11:53:10

조회 :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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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부산=김지혜 기자]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총천연색 조명 아래 선 한 여성의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인공적인 화려함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린 이 여성은 밤에만 피는 꽃처럼 보인다. 얼굴에 생기는 없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다.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시작으로는 파격적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 구성 아래 화려함과 초라함이 교차하는 이미지, 분위기에 맞지 않는 듯 느껴지는 과장된 음악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자칫 스타일의 과잉처럼 여겨지는 이 연출적 기교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을까. 아니면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 판단은 보는 이의 몫이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14년 만에 그녀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그녀의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6년 '히치하이커'로 칸 영화제 단편 주간에 초청돼 주목받았던 윤재호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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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아 나선 아들의 이야기,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엄마가 탈북 여성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다르게 다가온다.

이 여성의 과거는 엄마를 찾아 나선 아들이 엄마의 일기장을 펼치면서 한 꺼풀씩 벗겨진다. 탈북해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지만 이 여성 앞에 주어진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악질 브로커에 의해 조선족 남자에게 팔리듯 시집을 가고 그곳에서 아들을 낳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찾아보려고도 하지만 삶이 그리 녹록지 않다.

한 여성의 기구한 삶이 요즘 영화의 이야기로는 구식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주인공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서는 충분히 있음 직한, 아니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게다가 영화는 가족의 태동과 완성이라는 의미 있는 메시지로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인들을 보듬는다.  

이 영화는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았다. 게다가 10대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애 엄마다. 한 캐릭터의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전 연령층을 직접 연기하며 한 여성이 몸과 마음으로 마주했던 삶의 질곡을 연기한다.

분명한 것은 이나영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한 북한말 연기, 의상과 분장 등 스타일의 변화 등을 통해 탈북 여성으로의 외적 변신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이제껏 어느 작품에서도 쓰지 않았던 얼굴 근육을 꺼내 연기에 사용했다. 다만 못 봤던 표정이 능숙한 감정 연기로 이어졌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낯설면서도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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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에 둔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소화됐던 것을 생각하면 '뷰티풀 데이즈'는 극영화 안에서 화려한 스타일로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한다. 무겁고 어두우며 우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한 여성의 기구한 삶과 그런 엄마의 과거를 대면하는 아들의 혼란을 총천연색 조명과 드라마틱한 음악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과할 정도로 고속 촬영 기법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1990년대 왕가위 영화나 '드라이브'로 주목받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영화들도 떠오른다. 그러나 '뷰티풀 데이즈'의 촬영 방식과 음악의 사용이 신과 시퀀스의 성격에 맞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같은 의도된 불협화음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는 무엇이며,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됐는지에 대해서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뜻밖의 수확은 아들 젠첸 역할의 장동윤이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유일하게 이름을 부여받은 장동윤은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낯선 엄마를 보면서 느끼는 혼란, 엄마의 비밀을 마주하는 충격 등을 과하기도 모자라지도 않은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24살의 신인이라고 하기엔 빛나는 존재감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 공개된 '뷰티풀 데이즈'는 영화제 기간 두 차례 더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월 중 전국 극장에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ebada@sbs.co.kr

<사진 = 백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