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조재현에게 당한 성폭행…고통에는 공소시효가 없었습니다”

최종편집 : 2018-10-08 16: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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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SBS 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A씨와 처음 연락이 닿은 건 지난 6월이었다. ‘재일교포 배우 B씨가 2000년대 초반 조재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기사를 보고 A씨가 어렵게 연락을 취해왔다. A씨는 “조재현을 TV에서 볼 때마다 괴로웠다. 피해자들 인터뷰를 보고 나니, 다시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 같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후 A씨와 몇 차례 더 연락을 주고받았다. A씨는 “조재현에 대한 기사화 대신, ‘그날의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진실을 가려보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A씨는 지난 7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A씨 측 변호사들은 합의 여지를 열어두고 조재현에게 50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A씨는 현실적인 합의금을 요구하는 소송이 아닌, “나의 고통과 피해를 상징하는 소송”이라며 3억 원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

소송이 제기되자 조재현은 답변서를 통해 “그즈음 A씨와 만난 적은 있다.”고 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다퉈볼 만한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소멸시효를 들어 A씨의 청구에 대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 A씨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시효 만료가 있다는데,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그런 시효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잊혀지기는커녕 괴롭고 더 고통스럽다.”며 14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치심으로 괴로웠던 그 날에 대해 입을 열었다.

Q. 조재현 측에서 재판부가 합의 권고한 사건이라며, 소멸 시효를 언급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상처가 저절로 아무는 게 아니었다. 사건 직후 더 밝은 척 잊으려고도 해봤다. 자책도 해봤고, 또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지내보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전부터는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해가 갈수록 괴롭고 힘들다.”

Q. 조재현과의 첫 만남을 얘기해줄 수 있나.

“고교 3학년 때였고, 나이로는 만 17살이었다. 연예인 매니저를 한다는 아는 오빠가 ‘친한 연예인이 조재현’이라고 자랑하면서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연예인을 본다는 마음에 고교 친구들과 함께 별 의심 없이 만남의 장소로 갔다. 곧이어 근처 노래 주점으로 데려갔다.”

Q. A씨와 그 일행이 여고생인 사실을 알고 있었나.

“그들은 우리가 미성년자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Q. 술자리가 이어졌나.

“동갑내기 친구 4명은 그 자리가 노래방인 줄 알았다. 조재현 일행이 우리에게 묻지도 않고 술을 시켰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들은 어른들이었기에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 이후 조재현 일행이 술을 계속 권했다. 그러다가 친구 중 한 명이 조재현으로부터 귓속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나서 집에 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조재현이 친구에게 ‘우리 둘이 지금 나가서 잠자리를 하자’고 했다더라.”

Q. 그렇다면 성폭행 상황이 이뤄진 건가.

“친구가 나간 뒤 또 다른 친구 한 명이 따라서 나갔다. 영문을 모른 채 앉아있는데, 그때부터 조재현이 내 옆자리에서 집중적으로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이건 아닌데’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술을 마셔서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쇼파에 거의 기대어 쓰러져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조재현이 ‘여기 이렇게 있지 말고 위층에 가서 눈을 붙이고 술 좀 깨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술에 취해서 경황도 없는 데다 큰 의심 자체를 못 했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Q.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나.

“그 건물 노래주점 위층이었는데, 침대에 눕자 다짜고짜 내 옷을 다 벗겼다. 너무 수치스럽고 깜짝 놀라서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반항했다. 묵살 당했다.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당했다. 술에 취했지만 그 당시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뚜렷하게 난다. 성폭행을 하자마자 조재현은 나를 다시 술 마시던 곳으로 데려다 놨다. 남아있던 친구 한 명이 나를 기다렸다가 택시를 태워서 집으로 갔다.”

Q. 곧바로 신고를 하거나, 항의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나.

“너무 수치스러워서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를 술자리에 불렀던 남성에게는 더욱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했다. 그 일을 그 남성이 아는 게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날 일을 고백했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말했다. 술자리에 함께 갔던 게 나를 제외하고 총 3명인데, 이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2명이 이번 소송에 사실 증명서를 제출해줬다.”

Q. 시간이 흐른 뒤에 더 고통스러워졌나.

“그렇다. 사건 직후에는 스스로 자책도 했고, 숨기고 더 밝은 척 살아보려고 했다. 내가 어른이 될수록, 이렇게 당한 게 나뿐 만이 아닐 것이며 나를 조재현에게 소개해준 그 사람이 그런 목적으로 그 만남을 주선했다는 확신이 들면서 너무 괴로웠다. 약 5~6년 전부터 거의 매년 조재현을 소개해준 남성에게 ‘제발 나에게 사과하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조재현의 연락처는 몰랐기 때문에 힘들어서 죽고 싶을 때마다 그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철저히 무시당했다. 나를 조재현에게 소개해준 남성은 여전히 조재현을 ‘오야붕, 오야붕’(‘대장’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SNS에 조재현이나 그의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린다.”

Q. 그럴 때 더 괴로웠나.

“우연히 길거리에서 조재현이 광고 모델로 있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너무 힘들었다. 그가 방송에서 자녀들과 함께 출연했다거나, ‘딸 바보’ 방송 이미지로 인기를 얻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조재현의 자녀가 나와 2~3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더라. 그저 괴롭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괴로움을 겪었나.

“그날 일이 한번 생각이 나면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하다가도 한 번씩 그날 생각이 나면 괴로워서 집 밖에 나갈 수 없다.”

Q. 이렇게 용기를 낸 이유는 뭔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상담 글도 올렸다. 변호사와 상담하기도 했다. 그럴 때일수록 가족에게 알려질 게 너무나 두려웠다. 또 돈을 노리고 하는 소송이라고 할까 봐 무서웠다. 그러다가 조재현에 대한 미투(#ME TOO) 폭로가 하나둘씩 터지는 걸 보면서 ‘피해자가 나뿐만이 아니었구나’란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더욱 괴로워져서 결심을 했다.”

Q. 조재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재현 씨가 제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조재현 씨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공소시효 때문이다. 그리고 민사소송도 소멸 시효로 인해 더 이상 그 사람의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 진심으로 묻고 싶다. 피해자가 아직 이렇게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공소 시효는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말이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한 여성에 대해서 조재현 씨가 불륜관계였다고 하는 걸 봤다. 그럼 미성년자였던 나에 대해서 대체 뭐라고 주장하겠는가. 나도 당신과 불륜 관계였었나?”

Q. 현행법상 재판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계속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조재현으로부터 그런 일을 겪은 걸 가족도 뒤늦게 알게 됐다. 함께 분노했고, 많이 힘들었다. 모든 피해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 거다. 정말 괴롭고 고통스럽다. 사과를 받고 싶다.”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