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김용지, 포털에 프로필조차 없던 신인…'미스터션샤인' 호타루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0.09 10:06 수정 2018.10.09 15:36 조회 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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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지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포털사이트에 프로필 하나 없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구동매(유연석 분)의 운세를 점쳐주던 신비로운 여인, 말을 못 하는 캐릭터인 탓에 목소리 한 번 들을 수 없었던 그녀. 드라마 속 호타루 역을 맡은 이 낯선 배우가 누군지 궁금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도 정보가 부족했다. 이 작품이 연기자로서 첫 데뷔인 탓에, 포털사이트에 프로필조차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이 배우의 정체가.

이국적인 외모에 묘한 눈빛의 호타루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배우의 이름은 김용지다. 김용지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드라마는 물론, 연기라는 분야에 처음 도전했다. 첫 작품부터 '출연만 해도 대박'이라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만났으니, 신인에게는 그야말로 천운(天運)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이 제 인생의 첫 연기오디션이었는데, 이렇게 출연의 기회를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신인 배우가 배역 하나 맡으려면 하늘의 별 따기라고들 하잖아요? 제게 큰 행운이죠. 그렇다고 제가 그 과정을 건너뛰었다고는 생각 안 해요. 앞으로 제가 겪어나갈 일이니까요. 처음에는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그 과정을 밟아나가며, 신인이라 느끼게 되는 고민들도 다 경험하겠죠.”

김용지

91년생 김용지는 올해로 27세다. 대학 때 연극연출을 전공했고, 모델로 3년 정도 활동했다. 모두 연기와 관련 있는 분야들이긴 했지만, 자신이 연기를 따로 하거나 배운 적은 없었다. 그러다 “연기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강한 동기가 김용지를 움직이게 했다.

“모델 일도 재밌고 흥미로웠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단편적이지 않고 호흡이 긴 인물을 연기해보는 건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캐릭터에 어떻게 다가가는지, 그런 공부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배우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봤어요. 모델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을 통해 지금의 소속사 관계자를 만났고, 대화를 나눠보니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 같이 일하게 됐죠. 그리고 처음 본 오디션이 '미스터 션샤인'이었어요.”

'미스터 션샤인'에서 호타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혼혈 아니냐”며 김용지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실제로 이국적인 외모 탓에 전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김용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도 안산 출신에 부모님 모두 한국인이라며 “엄마아빠도 이런 제 외모를 희안하게 생각하신다”며 웃어 보였다.

극 중 호타루는 말을 못 해 표정과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브라운관에서 보지 못한 낯선 얼굴, 국적마저 헷갈리게 만드는 이국적인 외모, 여기에 무슨 사연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묘한 눈빛까지. 김용지가 첫 오디션에서 단박에 호타루 역에 낙점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용지

비주얼적으로 캐릭터와 완벽히 부합했던 김용지는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녹아들었다. 대사 없는 연기는 베테랑 배우들도 힘겨워하는 부분인데, 김용지는 최선의 노력으로 부족함 없이 호타루를 표현해냈다.

“목소리 없는 캐릭터 연기가 쉽지는 않았죠.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더 고뇌하고 더 깊게 원초적인 것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거 같아서요. 한편으로는 함께 연기해주신 선배님들께 제가 에너지를 못 드린 거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어요.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냐에 따라 자신의 연기도 시너지가 나는데, 제가 선배님들 연기에서 받은 에너지에 비해 반대로 드린 에너지가 적어서요. 그 부분이 아쉬워요.”

극 중 호타루는 구동매가 전부였다. 구동매로 인해 새 삶을 얻은 후, 그의 곁에서 매일의 운세를 봐주며 곁을 지켰다. 구동매는 호타루의 은인이었고, 보호자였고, 유일한 사랑이었다. 고애신(김태리)을 향한 구동매의 순애보가 결국엔 그를 해친다는 생각에, 구동매를 보호하고자 고애신을 위험에 빠뜨린 인물도 호타루였다.

“동매의 세상이 애신이라면, 호타루를 살게 한 건 동매였죠. 호타루가 얼마나 동매만을 생각하는지, 동매를 위한 그 마음이 시청자에게 조금 가엾게 여겨지길 바랐어요. 그래서 최대한 동매를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하고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김용지는 구동매 역 유연석과 함께 하는 장면이 대다수였다. 드라마 판이 처음인 신인에게 유연석은 좋은 선배였다.

“아무래도 제가 처음 하는 드라마라 촬영 현장이 낯설 수밖에 없는데, 유연석 선배님이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카메라를 보는 시선이나, 장면의 연결, 기술적인 것에 대해 제가 너무 무지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선배님이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김용지

'미스터 션샤인'에선 호타루의 결말이 나오지 않는다. 고애신을 밀고한 호타루의 행동에 분노한 구동매가 호타루를 내쫓은 후, 그녀의 행방에 대해 그려지지 않았다. 김용지는 자신이 연기한 호타루의 결말에 대해 이런 상상을 펼쳤다.

“호타루는 전과 다르지 않게 살았을 거 같아요. 동매를 생각하며 매일 아침 점을 치면서요. 동매를 그리워한다기보단, 걱정하는 마음에 계속 기도를 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동매가 죽는 순간도, 호타루는 알았을 거 같아요.”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배우들 중 김용지와 또 깊은 인연이 있는 배우가 있다. 주인공 유진초이 역의 이병헌이다. 이병헌과 김용지는 BH엔터테인먼트 선후배 사이다. 소속사의 '큰오빠' 이병헌이 '막내' 김용지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를 물었다.

“이병헌 선배님은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어요. 호타루라는 역할은 워낙 신비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캐릭터이니 지금의 관심에 안주하면 안 된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다음 작품에 어떻게 임할 건지,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도 선배님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신인한테 드라마 촬영장은 그 자체로 배움터다. 김용지도 '미스터 션샤인' 촬영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특히 눈앞에서 펼쳐지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느낀 게 많다.

“제 촬영순서가 아닐 때 이병헌 선배님이나 다른 선배님들의 연기를 가서 보면서 '아, 연기는 이렇게 하는구나'를 느꼈어요. 그게 너무 재밌기도 하고, TV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그런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워낙 경험 자체가 없으니까요. 현장의 하나하나가 제게 귀한 자리였죠.”

김용지

첫 연기인 만큼, 김용지는 자신의 연기를 보면 아직 어색하다. 그럴수록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를 떠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그 숙제들을 밀어낼 생각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공부 앞에 의욕이 앞선다.

“'미스터 션샤인'은 제게 정말 감사하고, 재미있었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 작품이 끝나고 호타루를 떠나보내야 해서 마음이 아려요. 동시에, 더 숙제가 많아졌다는 생각이에요. 더 고민 많이 하고, 공부 많이 해서,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아역배우부터 출발하거나, 연기를 전공하며 20대 초반에 연기를 접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27세 김용지는 배우로서 시작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안감이 전혀 없다.

“배우는 평생직업이잖아요. 제가 언제 어떤 역할에 잘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여태껏 살면서 한순간도 허투루 보낸 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교도 재밌게 다녔고, 모델 일도 즐겁게 했어요.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서 이제 배우를 하게 된 건데, 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적절한 시기에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후회 없이 열심이 살아온 김용지가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인 연기. 처음 맛본 연기에 대해 그녀는 “정말 재밌다. 되게 설레는 직업인 거 같다”고 말한다. 그런 김용지의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연기 잘하는' 배우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라면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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