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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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 또 '센캐'면 어때, 믿고 보는 김윤진인데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0.13 09:05 수정 2018.10.15 09:43 조회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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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마 김윤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센 이미지로 굳어지는 거? 신경 안 써요. 계속 제가 재밌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SBS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하 '미스마')을 통해 19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복귀한 배우 김윤진은 낯선 듯 낯설지 않다. 스크린이 아닌 TV 속에서 연기하는 김윤진을 보는 거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한데, 그가 연기하는 강렬한 캐릭터는 익숙한 느낌이다.

김윤진은 '미스마'에서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복역하다가, 9년 만에 치료감호소를 탈출해 진범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엄마 미스마 역할을 맡았다.

지난 6일 첫선을 보인 '미스마' 1~4회에선 '믿고 보는 배우' 김윤진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김윤진은 치료감호소에서 탈출해 형사 한태규(정웅인 분)와 격한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도주하는, 절박한 상황에선 남성에게조차 밀리지 않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딸이 죽은 현장에서 소리치며 오열하는 장면과, 죽은 딸을 꿈속에서 만나는 장면에선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김윤진은 미스마가 처한 극적인 상황들을 자신만의 캐릭터 소화력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남성까지 제압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폭발과 절제를 오가는 분노, 자식에 대한 짙은 모성애 등을 그리는 '미스마' 속 김윤진의 모습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가 출연한 전작들에서 느꼈던 것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김윤진은 그동안 일명 '센캐'('센 캐릭터'의 줄임말)의 어머니 역을 많이 맡아 왔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 '세븐데이즈'의 유지연,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내야 하는 상황에 애잔한 모성애를 보여준 '하모니'의 홍정혜, 딸의 심장이식을 위해 절박하게 뛰어다니는 '심장이 뛴다'의 연희 등 강한 모성애를 가진 여성 캐릭터가 주로였다. 여기에 김윤진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화 '쉬리'를 시작으로 '밀애', '이웃사람', '시간위의 집'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 가운데 밝고 해사한 느낌의 작품이나 캐릭터는 없었다. '국제시장'에서 황정민과 풋풋한 연애 시절부터 노년까지의 희로애락을 보여준 게, 김윤진의 연기 필모그래피에서 전작들과 다른 지점이었다.

김윤진은 '미스마'에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딸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애쓰는 '센캐 엄마' 역을 소화하고 있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양날의 검이다. 특화된 이미지로 꾸준히 소구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선보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미스마 김윤진

이런 문제에 대해 김윤진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김윤진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센 것보다는 모티브가 정확히 있는 캐릭터”라고 짚으며 “이미 센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진 거 같지만 신경 안 쓰다. 제가 재밌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미지와 상관없이, 지금껏 그래왔듯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작품에 계속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김윤진은 여배우의 역할이 한정적인 한국 작품들의 한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윤진은 “한국 작품들은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다. 모성애가 부각되는 캐릭터가 많다. 전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싶은데, 그런 캐릭터밖에 없어 아쉽다”라고 좁은 선택의 폭에 대해 언급했다.

선택지에 세고 모성애 강한 어머니 캐릭터들밖에 없지만, 김윤진은 그런 캐릭터를 원래 좋아하다 보니 굳이 거절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혔다. 싫으면 안 하면 되지만, 자신이 좋아하니 애써 피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윤진은 기존과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채운다. 미국드라마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에 출연하며 월드스타에 등극한 김윤진은 국내에서 세고 강한 여성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과 달리, 해외 작품에선 연약한 성격의 여성을 연기한다.

김윤진은 “미국에서는 제 이미지가 다르다. '로스트' 이미지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나약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온다. 한국에서 '여전사'로 불린다고 말하면, 미국 관계자들이 놀란다. 배우로서 한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신경 안 쓰는 이유가, 이런 저만의 특별한 상황, 따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좋아하는 작품에 계속 출연하고 싶고, 그게 굳이 모성애를 내세우는 역할이라면 계속하겠다”는 김윤진. 그의 선택은 옳은 듯하다. '미스마'에서 또다시 세고 강한 어머니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런 김윤진에게 전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비록 종전과 캐릭터 이미지가 비슷해도 이야기 전개가 다르고, 이를 훌륭한 연기력으로 끌어가는 김윤진이기에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배우라면 스스로 제한된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김윤진은 이를 '쿨하게' 받아들였고, 대신 반복적인 캐릭터라도 극에 완벽하게 흡수된 연기를 펼쳤다. 또 '센캐'면 어떤가. 믿고 보는 김윤진인데.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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