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퍼스트맨'은 실패작일까…흥행과 호불호, 두 가지 시선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0.25 10:39 수정 2018.10.25 12:59 조회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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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퍼스트맨'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실패작일까.

이 영화를 둘러싼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와는 또 다른 색깔의 우주 영화 수작이라는 호평과 지루한 작가주의 영화라는 혹평으로 나뉘며 관람의 온도차가 상당하다.

'퍼스트맨'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인간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의 위대한 여정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닐 암스트롱의 일생을 다룬 동명 소설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의 일생'(제임스 R. 한센 지음)을 바탕으로 했다. '위플래쉬', '라라랜드'를 만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인 데다 그의 페르소나인 라이언 고슬링이 타이틀롤을 맡아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18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는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개봉 첫 주말(10월 19일~21일)에도 34만 9,875명을 모아 인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5일 만에 개봉 4주 차의 '암수살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현재 누적 관객 수는 51만 9,397명.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 '라라랜드'가 입소문과 역주행 끝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각각 158만 명, 359만 명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퍼스트맨'은 초반 반짝인기에 그치는 분위기다.  

퍼스트맨

북미 흥행 성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 개봉 첫 주인 10월 12일에서 14일까지 1,600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거둬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했다. 그러나 2주 차인 10월 19일에서 21일까지는 823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쳐 5위로 떨어졌다. 현재 누적 수익은 2,976만 달러다.

다행인 것은 해외 수익이 2,570만 달러를 기록하며 월드 와이드 수익은 5,546만 달러를 기록했다. 북미 1억 달러 돌파는 어려워 보이지만 전 세계 극장 수익을 고려하면 제작비 7천만 달러 회수는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의 전작인 '라라랜드'는 북미에서만 1억 5,000만 달러를 버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퍼스트맨'은 왜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을까. 이 영화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관객 대부분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는 반응이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의 앞선 SF물은 체험형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을 선사했으며 스펙터클 넘치는 재미까지 선사했다. 많은 이들은 '퍼스트맨'도 이와 흐름을 같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화에서 우주 분량은 후반 15분 남짓이다. 달 착륙 장면은 64㎜ 초고화질의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돼 체험의 극대치를 경험하게 하지만, 달에 도달하기까지의 드라마를 힘겹게 느끼는 이들이 적잖았다. 

퍼스트맨1

애초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인물의 신화적 면모보다는 내면의 고뇌 묘사에 집중했다. 이 영화엔 박제된 영웅이 아닌 외로운 인간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 동료를 잃은 리더의 마음, 죽음에 대한 공포 등 인류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기 전 닐 암스트롱이 겪고 느꼈을 부담감과 압박감, 비애와 좌절감 등 감정의 파고가 라이언 고슬링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됐다. 데이미언 셔젤과 라이언 고슬링은 달 착륙이 아닌 한 인간의 마음을 마음을 탐구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데이미언 셔젤의 모든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음악 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우주 장면에 클래식 선율을 깔아 시청각적 장관을 연출하는 데 기여했다.

영화는 역사의 이면과 그림자를 조명하는데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을 둘러싼 과열된 최초 경쟁과 인간의 희생 끝에 세워진 씁쓸한 역사이기도 하다라는 것을 시대의 분위기와 다양한 계층, 인종의 시선을 투영해 꼬집는다. 

관객은 영화를 보기 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그렸을 것이다. '퍼스트맨'은 시종일관 느린 호흡으로 깊고 넓게 닐 암스트롱의 내면을 탐구한다. 예상과 결과물이 달랐을 때 드는 배신감을 즐기는 관객도 있지만, 실망감을 느끼는 관객도 적지 않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가치 평가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퍼스트맨

'퍼스트맨'은 지난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이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내에서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이슈를 모았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개봉 이후 이 장면을 문제 삼는 관객은 거의 없다. 애초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포커싱에 애국주의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것이 '영화의 결'에도 맞는 선택이라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앞서 선보였던 영화와는 다르다. 전작들이 음악 영화의 외피를 쓰고 대중적이되 개성 있는 형식으로 보편적 감성을 건드렸다면 '퍼스트맨'은 느리지만 진중한 화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출을 구사했다. 그러나 성취 뒤의 허무, 상실감, 외로움의 정서를 그렸다는 점에서 '전작의 결'과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어쩌면 감정의 파노라마를 보다 깊고 넓게 펼쳤다는 점에서 데이미언 셔젤의 전진이다.

다만 다수의 관객이 기대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미언 셔젤의 작가적 야심과 뚝심이 엿보이는 수작임은 틀림없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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