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로딩이미지
로딩중

[TV랩]god와 재민이, 같이 소맥 마시는 그림 꿈꿔도 될까요

최종편집 : 2018-10-26 15:10:40

조회 : 1384

>
이미지

[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지난 2000년 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방송된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코너였던 'god의 육아일기'는 어린 아기를 god 다섯 청년이 돌본다는 신선한 콘셉트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방송에 출연한 재민이는 또랑또랑 큰 눈에 잘 웃던 아기로 god 못지않은 인기를 얻은 '국민 아기'였다. 태어난 지 11개월 만에 방송에 출연해 처음 두 발로 서고, 걷고, “엄마”라는 말을 하는 등 재민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god 멤버들은 물론 이를 지켜본 시청자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아기 재민이의 치명적인 귀여움과 육아에 서툰 god의 우여곡절,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멤버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은 god를 남녀노소 인지도 높은 '국민그룹' 반열에 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길' 등 god의 명곡들이 인기의 뒷받침이 됐지만, 그 전에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이 그룹에 처음 호감을 갖게 됐다는 이들이 많았다.

god 멤버들은 'god의 육아일기'에서 저마다 캐릭터를 구축했다. 재민이를 다정하게 돌본 손호영은 '왕엄마', 팀의 리더이자 맏형으로 재민이를 든든하게 챙긴 박준형은 '왕아빠'라는 애칭이 붙었다. 윤계상은 특유의 유머로 재민이를 웃게 만들었고, 안데니는 꼼꼼한 면모로 재민이를 챙겼다. 막내 김태우는 재민이에게 장난을 자주 쳐 형들의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그런 서툰 애정표현이 순수한 진심으로 다가왔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라 god는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고, 이때 구축된 god 멤버들의 이미지는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god의 육아일기'가 종영한 이후에도 재민이의 소식은 간간이 들려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중학교에 들어갔고, '학생 재민이는 이런 얼굴이다' 하는 교복 사진도 온라인에서 돌았다. god 멤버들이 출연한 방송들에서도 재민이의 근황이 다뤄졌고, 멤버들은 건너건너 들은 이런 소식들 속에서 과거 추억을 곱씹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같이 걸을까'에선 그동안 소식만 전해졌던 재민이가 실제로 등장했다. 얼굴 모자이크로 시청자는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지만, 'god의 육아일기' 종영 이후 17년 만에 재민이가 god 형들 눈앞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방송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힘들게 걷던 god 다섯 멤버는 그늘 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제작진으로부터 “god와 영상통화를 하고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과 함께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휴대폰 너머에서 god와 영상통화를 한 주인공은, 이제 성인이 된 재민이었다.

처음 영상통화에 응한 김태우가 자신을 못 알아보자 재민은 “저 알아보겠어요? 20년 전에 형들이랑 프로그램 같이했었는데”라고 운을 뗐다. 모두가 갸우뚱하고 있던 사이 안데니가 “재민이 아니야?”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은 “재민이라고?”라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으로 몰려들었다.

“농담하지 말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손호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김태우는 “얼굴을 전혀 못 알아보겠다”며 훌쩍 커버린 재민이에 놀라워했다. 박준형은 “너 기저귀 갈아줄 때 내 얼굴에 오줌쌌어”라고 과거 에피소드를 꺼내며 반가움을 표했다. 안데니는 “다 컸네 진짜”라며 신기해했고, 어안이 벙벙하던 윤계상은 “나 알겠니?”라며 재민이가 자신들을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god의 육아일기'가 방영된 건 재민이가 1~2살일 때. 이후 방송을 챙겨본 적 있냐는 질문에 재민은 “제가 관심이 없어도 친구들이 교실에서 유튜브로 찾아서 다 보여주고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스물한 살이라는 재민은 잘생긴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안데니는 “지나가면 못 알아볼 거 같다. 생긴 게 우리가 원하는 메인보컬 감이다”라며 재민의 외모를 칭찬했다. 김태우도 “잘생겼다 진짜”라며 훌륭하게 성장한 재민에 뿌듯해했다. 더불어 김태우는 20년 전 자신이 재민을 높이 드는 바람에 천장에 머리를 찧게 한 일을 뒤늦게 사과해 웃음을 선사했다.

박준형은 “넌 우리 기억 못 하겠지만, 우린 너의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왕엄마'로서 재민이에 대한 애착이 컸던 손호영의 목소리는 계속 떨렸다. 그는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너 잘살고 있구나”라며 지금 상황을 못 믿겠다고 말했다. 안데니는 “형이 가장 널 무서워하고 조심스러워했는데, 다 컸구나. 진짜 보고 싶다”며 너무 어려 조심조심 대할 수밖에 없었던 아기 재민의 성장에 만감이 교차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재민은 god의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에 깜짝 손님으로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더이상 '국민 아기'가 아닌 일반인으로 살고 있는 재민이 얼굴을 드러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이에 직접 출연 대신 재민은 god와의 영상통화를 선택했다. 제작진은 “직접 출연은 못 해도 형들에게 자기가 큰 거 보여주고 싶다더라”며 재민의 마음을 전했다.

이미지

이날 재민과 영상통화를 한 god 다섯 멤버들은 모두 울컥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 속에는 재민이에 대한 반가움과 과거에 대한 애틋한 추억,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얽혀있었다. 멤버들은 재민에게 “잘 커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국에 가면 실제로 만나 밥도 먹고 이야기 나누자”라고 약속했다.

'god의 육아일기'가 끝났어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재민이와 연락을 취하며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god. 하지만 멤버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명세 뒤에 따라오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상황들에, 어린아이가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후 '같이 걸을까'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손호영은 “재민이가 어떻게 크는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연락을 못 한 이유가, 커오면서 (일어나는 원치 않는 일들 때문에) '난 이 형들 보고 싶지 않아'란 이야기를 들을까 봐 겁이 많이 났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안데니도 “재민이가 한두 살 때 방송에 출연한 거라, 사실 우리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god의 육아일기'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찍고 나서도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재민이가 방송 출연의 후폭풍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 미안했다는 마음을 전했다.

god는 세월의 흐름 앞에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박준형은 “어떻게 보면 쓸쓸했다. 재민이가 21살이라니. 마지막 인사한 게 2살이었는데. 이 시간이 어디 갔지? 싶더라”며 야속해 했다. 윤계상도 “재민이가 이제 멋진 청년이 됐더라. 그게 좋으면서도, 이제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란 현실감이 확 느껴져 슬펐다”며 “그때의 재민이는 다시 볼 수 없구나. 그때의 태우가 그립고 그때의 쭈니형이 그립다. 그리움이 찾아온 시간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손호영은 “지금이라도 연결됐으니, 한국에 가면 무조건 볼 것”이라며 재민이와의 재회를 다짐했다. 그러자 제작진은 “같이 술도 먹을 수 있겠다. 재민이가 소맥을 좋아한다더라”고 귀띔했다. 제작진의 설명에 손호영은 “재민이가 소맥을 먹는다고?”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god의 품에서 자고, 먹고, 처음 걸음마를 떼던 2살 재민이는 이제 21살의 청년이 됐다. “소맥을 잘 먹는다”는 재민이와 '아빠 같은' god 형들과의 만남이 빨리 성사되고, 그 소식 또한 전해져 과거 'god의 육아일기'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도 또 하나의 소소한 추억거리로 남겨지길 바란다.

[사진=JTBC 방송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