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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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보헤미안 랩소디', 퀸이 되살아났다…명곡의 황홀경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0.31 16:30 수정 2018.11.01 17:42 조회 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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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오프닝과 엔딩은 수미쌍관이다. 무대에 오르는 프레디 머큐리를 위시한 퀸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관객 7만 명이 들어찬 공연장을 음악으로 달구는 퀸의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중반까지는 갈릴 수 있으나 엔딩에 이르러 단 하나의 감흥으로 집약된다. 

'롱 리브 더 퀸!'(Long live the Queen 여왕 폐하 만세!)

누구나 마음속에 퀸의 노래 한 곡쯤은 있다. LP 세대, CD 세대, 스트리밍 세대를 막론한 올 타임 넘버원 록 밴드기 때문이다. 설령 찾아 듣지 않는다고 해도 영화와 드라마, 광고 음악, 월드컵 등에서 퀸의 노래가 흐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의 록밴드 퀸의 시작과 성장을 다룬 음악 영화다. 사실상 퀸의 일대기를 다룬 첫 번째 극영화인 만큼 기획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세븐', '소셜 네트워크'로 유명한 데이빗 핀처가 감독으로 거론됐으나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촬영을 80% 마무리한 시점에 덱스터 플레처 감독으로 교체돼 완성)하고 라미 말렉,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가 주요 배역에 캐스팅됐다. 

이 영화의 절대무기는 퀸이라는 콘텐츠 자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밴드의 탄생 스토리와 전 세계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주옥같은 노래가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보헤미안

◆ '불세출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 드라마 

퀸의 얼굴은 프레디 머큐리다.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보컬로 꼽히는 그는 퀸의 리드보컬로 활약하며 1970~80년대의 인기를 주도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지만 메인 스토리는 프레디 머큐리의 드라마틱한 인생이다.  

영국령 잔지바르 스톤 타운 태생의 프레디 머큐리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뻐드렁니를 가진 파시계 인도인 청년이었다. 보수적인 조로아스터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음악과 미술 등에 심취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공항에서 수화물 노동자로 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파로크 불사라(본명 Farrokh Bulsara)는 보컬을 구하던 록밴드에 들어가며 인생이 바뀐다. 프레디 머큐리의 시작인 동시에 '퀸'이라는 역사의 첫 발이었다. 

퀸은 1973년 첫 번째 앨범 '퀸'(Queen)으로 정식 데뷔했다. 그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것은 1975년 발매한 '어 나이트 앳 디 오페라'(A Night At The Opera) 앨범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영국 차트 9주 연속 1위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노래는 프레디 머큐리가 작곡한 6분 짜리 대곡으로 하드록과 오페라, 아카펠라를 오가는 드라마틱한 형식과 다채로운 멜로디 구성을 자랑한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과 철학적인 메시지가 어우러져 한 편의 록 오페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가사가 난해하고 노래가 길다는 이유로 발매까지 난항을 겪었다. 이를 둘러싼 퀸과 음반 관계자의 갈등, 당대 평론가들의 혹평 세례를 영화는 위트있게 다룬다. 시대를 앞서간 퀸의 재능이 주류와 충돌하고 대중의 인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현재의 관점에서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퀸은 헤비락, 글램락, 펑크락,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며 자가 발전했다. 이 성장에는 보컬이자, 작곡가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킬러 퀸'(Killer Queen),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굿 올드 패션 러버 보이'(Good Old Fashioned Lover Boy),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 '크레이지 리틀 띵 콜 러브'(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 등을 작곡하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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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영화로서의 아쉬움…깊이보단 넓이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실제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처음부터 참여해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그러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밴드의 흥망성쇠를 다룬 전기물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지만 관점이 새롭다거나 깊이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프레디 머큐리는 소수자의 상징 같은 존재로서 오랫동안 세상의 편견과 싸워왔다. 이민자이자 성소수자였던 그의 인생 역경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성 정체성 혼란, 에이즈 등의 이슈도 훑고 지나가는 수준에 머물고 만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을 클로즈업하는 방식이 아닌 점프 컷 하는 방식으로 다뤘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 나열에 그친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 사후 27년 만에 나온 첫 번째 전기 영화이자 동시대와 후시대의 팬을 두루 만족시킬 입문작으로는 안전한 선택이다.    

제작진은 퀸의 태동과 전성기 그리고 갈등과 화합의 10여 년을 스크린에 펼치기 위해 이미지 맞춤 캐스팅을 시도했다. 프레디 머큐리부터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존 디콘을 쏙 빼닮은 배우들을 찾았다. 프레디 머큐리의 뮤즈 메리 오스틴과 짐 허튼 역할도 마찬가지였다.

주연 배우 라미 말렉은 외면은 물론이고 내면까지 프레디 머큐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뻐드렁니 분장과 프레디 머큐리의 화려한 패션을 제 몸처럼 소화하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탁월한 보컬 능력과 화려한 쇼맨쉽으로 대중을 매료시킨 프론트맨 프레디 머큐리를 표현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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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의 명곡은 감동의 정수…'라이브 에이드' 완벽 재현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기 영화로는 평범하다. 하지만 세대 불문, 취향 불문한 타임리스 음악의 위력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야 만다. 

퀸의 명곡을 릴레이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펑크락으로 그루브를 느끼며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부터 프레디 머큐리의 클래식한 창법과 환상적인 연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떼창을 유발하는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등의 대표곡이 스토리에 라인에 맞춰 쏟아진다. 영화는 퀸의 대표곡 탄생기를 에피소드로 그린 뒤 완성된 음악을 플레이하는 구성으로 관객의 흥을 돋운다. 

음악 감독을 맡은 베키 벤섬은 반주에서 보컬까지 퀸의 실제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명곡을 구현했다. 그다음에는 각 노래의 재생에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사전 녹음을 배우들에게 보내 보컬, 악기 코치와 함께 연습하도록 했다.

보이스 액터로는 프레디 머큐리와 목소리가 유사한 캐나다 록가수 마크 마텔이 참여했다. 영화 속 노래 장면 전부를 배우들에게 따라 부르게 해 목과 근육 움직임까지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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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말렉은 무브먼트 코치와 함께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분석, 시기별로 그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준 것들을 파악해 디테일을 살렸다. 여기에 실제로 악기를 다룰 줄 알았던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의 끝없는 연습과 실존 인물 연구 역시 실제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표현하는 데 기여했다. 

영화의 백미는 퀸의 최고 라이브로 꼽히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자선 공연이다. 이 공연은 당시 전성기를 지난 프레디 머큐리가 유일하게 모든 곡을 원음으로 소화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서는 반목을 거듭한 멤버들이 극적으로 화해를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설정돼있다. 무대 셋팅, 의상, 셋리스트 등 실제 공연을 스크린에 옮겨오다시피 했다. 이날 프레디 머큐리가 착용한 흰색 런닝셔츠에 랭글러 진, 아디다스 운동화는 그를 상징하는 의상이 됐다. 

제작진은 비행장 활주로에 세트를 지어 공연이 열렸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재현했다. 실제로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제작한 팀원들이 세트 팀에 소속돼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이 공연은 관객을 1985년 웸블리로 안내한다. '위 아 더 챔피언스'까지 듣고 나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심장 박동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이브 에이드' 공연 셋리스트- 

1. Bohemian Rhapsody. (Partial, Only First Half)
2. Radio Ga Ga.
(Vocal improvisation.)
3. Hammer to Fall.
4.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5. We Will Rock You. (first verse and chorus only)
6. We Are the Champions.

◆ 멜로디만큼 훌륭한 가사…황석희 번역가의 자막   

퀸의 음악이 세대를 불문한 사랑을 받은 이유는 대중적 멜로디의 힘이기도 하지만, 노래에 담긴 메시지와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퀸의 대표곡인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어머니, 난 그 남자를 죽였어요. 그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더니 죽고 말았죠."(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라는 가사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가사가 불건전하다는 이후로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가사의 의미를 두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돌았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번역은 '데드풀' 시리즈, '스파이더맨:홈 커밍'으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가 맡았다. 황 번역가는 '인사이드 르윈', '러덜리스'로 음악 영화 번역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 역시 퀸의 팬이었기 때문에 어떤 작업보다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황석희 번역가는 "음악 영화고, 밴드의 일대기를 다루다 보니 음악 용어나 가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영상을 찾아보면서 캐릭터를 파악하려고 했다. 나 역시 밴드 활동을 한 적 있기에 음악 용어는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했다"고 밝혔다. 

보헤미안

영화에는 퀸의 노래 22곡이 나온다. 하지만 모든 곡의 가사를 자막 처리한 것은 아니다. 황 번역가는 "각 나라마다 노래 자막을 쓰고 안 쓰고의 가이드 라인이 다르다. 문화적인 이유도 있고 라이센스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명곡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도 숙제였다. 황 번역가는 "'위 아 더 챔피언스'의 경우 가사를 직역하면 '우리는 챔피언이야 친구들.'(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이다. 하지만 그렇게 쓰면 너무 딱딱할 것 같아 '친구야', '친구들', '친구여' 등 다양하게 입혀봤다. 결국 가장 자연스러운 '친구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어나더 원 바이츠 더스트'(Another One Bites Dust)의 경우는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어서 번역에 더욱 신경을 썼다. 한국적으로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죽음을 의미하는 표현이라 '더스트'(Dust: 흙)의 뜻을 살려 '한 놈 또 흙으로 돌아갔네'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1991년 11월 24일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마흔다섯 살의 이른 죽음이었다. 

그는 살아 생전 "나는 록 스타가 아니라, 전설이 될 것이다."("I won't be a rock star. I will be a legend.")라고 말해왔다. 이 말은 자아도취성 발언이 아닌 예언이 됐다. 퀸의 음악은 영원하다. 

* 퀸의 음악을 생생하게 만끽할 수 있는 스크린X관 혹은 MX관 관람을 추천합니다. 

ebada@sbs.co.kr 

<사진 =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라이브 에이드' 실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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