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수현, 할리우드 유리천장 뚫다…오해와 진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02 10:35 수정 2018.11.02 13:34 조회 5,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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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수현이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 이어 또 한 번 미국 프렌차이즈 영화에 출연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 오프작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다.

이 작품은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가 신비한 동물들을 보호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영화. 에디 레드메인, 에즈라 밀러, 조니 뎁과 함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수현은 이 작품에서 내기니로 분했다.

내기니는 볼드모트가 키우는 뱀이자 호크룩스다. 예고편이 공개되고 난 후 백인 남성이 기르는 애완동물이 알고 보니 아시아 여성이었다는 점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반응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개봉 전 닥친 논란은 수현에게도 당황스러웠던 일이었을 터.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현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게 많은 배우다. 한국에서의 인지도보다 할리우드에서의 인지도가 더 높은 탓에 많은 이들은 수현이 해외 활동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자청한 수현은 영화를 둘러싼 논란과 자신에 관한 오해를 바로 잡았다.

그야말로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다. 배우로서의 지향점과 할리우드 활동에 관한 폭넓은 시야, 삶의 방향성에 대한 소신도 확고했다. 영화 미리보기는 물론이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클라우디아 김(Claudia Kim)을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수현

◆ '어벤져스2'에 이은 두 번째 행운

한국 배우 아니 동양 배우에게 할리우드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자국, 게다가 백인 중심의 캐스팅이 이뤄지는 만큼 동양인이 설 자리는 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 배우는 연기력과 재능이 뛰어나도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유리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 수현은 오랜 외국 생활 경험으로 뛰어난 영어실력은 물론 미국 문화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동양 배우 하면 으레 떠올리는 동양적 외모가 아닌 서구적 외모로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동양인에게 주어진 오디션이라는 것을 알고 임하게 됐어요. 직접 연기 영상을 찍어서 보냈어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대방 역 목소리를 녹음해서 튼 뒤 제 연기를 녹화했어요. 아마도 많은 아시안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겠죠? 왜 저를 선택하셨는지는 물어보지 못했어요. 다만 원작자인 조앤 K. 롤링 작가를 만났는데 제 오디션 영상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내기니가 인종차별?

"영화를 보셨을 때 논란이 사그라들고 충분하게 만족하시기를 기대해요. 하지만 이런 논란이 꼭 부정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이렇게 동양인이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주목하고, 이런 이슈를 잘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어요. 내기니는 동양인이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앤 K. 롤링 작가도 내기니의 기원을 찾아보셨기 때문에 동양 배우를 찾았을 것이고요. 제가 가진 자부심 일지 모르겠으나 코리안 아메리칸이 많은 할리우드에서 한국인이라 조금 더 다른 느낌을 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기니

◆ "저 한국 살아요."

지난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촬영했던 수현은 1년 중 8개월을 해외에 머물렀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배우가 된 만큼 거점 또한 미국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미국에 사는 줄 알고 계시더라고요. 저 서울에서 부모님, 강아지와 함께 살아요. 해외에는 촬영이 있을 때만 가고 그 외에는 한국에 있어요. 지난해엔 영화 촬영 때문에 해외에 머물 일이 많았는데 올해, 내년은 또 모르죠.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왔었는데 저를 외국 배우 대하듯이 하는 거예요. 저 한국 사는데...(하하)"

◆ "특례 입학 아니에요"

수현은 한국 국적을 강조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미국인은 많지만 한국 국적에 한국 문화가 더 익숙한 자신의 배경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 직업(대기업 해외 주재원)때문에 어릴 때 외국에 오래 살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시민권자 되는 걸 포기하셨어요. 한국인은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한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요. 어릴 때 외국 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혼란이라던가 문화 충격이 심했어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어려움이 있었죠. 다시 외국으로 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 아버지가 안된다고 하셨어요 "아, 그리고 많이들 오해하고 계시는데 저 특례 입학(이화여대 국제학부) 아닙니다."

수현

◆ 미국 속 한국인, 혼란에서 장점으로

수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오랜 외국생활은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외국에 가면 한국 사람 같고, 한국에 있으면 외국 사람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그러한 정체성 혼란의 경험이 좋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어 대본을 읽는 것도 편안해요. 어려서부터 영어로 된 책을 많이 봐오기도 했고, 글도 영어로 된 글을 훨씬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본을 읽으면 이 작품이 좋다 안 좋다가 어느 정도 파악되죠. 해외 작품을 할 때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그런 면에서 해외 생활을 오래해봤다는 것은 배우 생활에 큰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 해외 활동의 고충

"요즘은 좋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전 어릴 때부터 공항에 가는 게 취미였어요.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달까요? 역마살 같은 게 있었나 봐요.(웃음) 물론 외국에 가면 힘든 것도 많고 어려움도 많지만 뭔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좋아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땐 그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내가 한국을 떠나 활동할 수 있을까를 3년 가까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결론은 '죽더라도 한번 해보자'였죠. 요즘은 아시안 배우가 가보지 못했던 영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수현

◆ 엔딩 크레딧 순서요? 아는데 비밀이에요

'어벤져스2' 출연 당시 수현의 출연 분량은 10여분 남짓이었다. 엔딩 크레딧에는 8번째에 영문 활동명 클라우디아 김(Claudia Kim)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는 어떨까.

"모든 게 대외비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어벤져스2'보다는 분량이 많아요. 크레딧 순서요? 사실 저도 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확인하는데요. 할리우드 영화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배역 중요도에 따른 번호가 있어요. 다만 크레딧이 반드시 그 순서대로 나오는 건 아니에요. 다양한 이유로 바뀌기도 해요. 이번 영화에 제 크레딧 순서는 알고 있지만, 영화 공개 전까진 비밀입니다. 스크린에서 확인해주세요.(웃음)"

◆ 오디션도 골라본다? 선택의 기준은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오디션은 에이전트와의 협의를 거쳐 임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에이전트의 안목과 수현의 안목은 일치하는 편이다.

"아시안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전형적인 역할은 피하려고 해요.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에이전트와 의견을 교환해요. 저는 일부러라도 백인 역할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미국에서 그만한 스케일과 예산으로 아시안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없거든요. 최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도 미국에서 큰 흥행을 기록했지만 저희끼리는 "우리가 더 큰 규모의 아시안 캐스팅인데"라고 말하곤 했어요."

◆ 한국과 할리우드의 시스템 차이

한국과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모두 경험해본 만큼 피부로 느끼는 차이도 있을 터다. 수현은 시스템 구축의 역사와 체계성에 일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 작품을 못 했지만 시스템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들었어요. 스태프에 대한 대우도 달라지고 있다고. 사실 일하다 보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예외적인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해요. 다만 할리우드의 경우 시스템이 구축된 역사가 오래됐잖아요. 보다 체계적인 건 있어요. 이번 영화의 경우는 감독과 제작진이 '해리포터' 시리즈부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오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각자 역할에 대한 분업이 잘 돼 있기도 했고요. 또 차이라면 스케일이 엄청나게 크다? 또는 함께 하는 작업하는 스태프들이 '빅피쉬', '흐르는 강물처럼'과 같은 유명한 영화들의 제작진이라는 거죠."

어벤져스2

◆ '어벤져스2' 출연이 가져다준 변화

수현은 2015년 마블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영화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작품은 클라우디아 김을 할리우드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이 영화 이후 수현의 할리우드 내 입지는 넓어졌을까?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마블이 얼마나 깐깐하게 따지고 캐스팅했겠어?'라는 생각은 하시는 것 같아요. '어벤져스2'의 영향도 있지만 아시아 배우들의 할리우드 활동이 늘면서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앞서 김윤진, 이병헌, 배두나 선배도 좋은 활약을 펼치셨고요."

◆ 라라랜드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수현처럼 할리우드 활약을 꿈꾸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 영화 '라라랜드'의 미아처럼 꿈의 공장을 향해 발을 내딛을 후배를 위해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과감한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틀에 박힌 생각을 버리는 것부터 선행돼야겠죠. 생각해보면 저도 해외 진출을 생각했을 때 '아냐. 아직 한국에서 할 게 너무 많아'라는 생각부터 했던 것 같아요. 해외 진출을 꿈꾸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고정관념에 스스로 갇혀 있었어요. 하지만 자기 스토리는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거고, 인생은 짧아요. 그런 고정관념, 두려움을 벗어던졌으면 해요. 뜻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세요."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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