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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키디비, 블랙넛 논란 심경 고백 '결국 눈물'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1.02 16:04 수정 2018.11.02 17:01 조회 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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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디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래퍼 키디비(본명 김보미)가 모욕 혐의로 래퍼 블랙넛을 고소한 이후 힘들었던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SBS의 대표 지식 나눔 프로젝트, 'SBS D 포럼'이 2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키디비는 챕터5 '이대로의 나를 믿어주는 용기'란 제목의 연사로 무대에 올라 노래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키디비는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와 JTBC '힙합의 민족'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여성 래퍼로, 여성을 대변하는 신랄한 이야기들을 가사에 담아 독보적인 음악 색깔을 선보였다. 특히 자신을 성적으로 모욕했다며 래퍼 블랙넛을 고소, 지난해부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블랙넛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음악 활동마저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키디비는 이날 'SBS D 포럼'을 통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키디비

키디비는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해 자신을 대중에 알릴 수 있었지만, 방송 출연에 대해 잘 몰랐던 실수투성이 행동들로 인해 악플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때부터 저 스스로를 실패자라 단정 짓고 제 존재의 모든 것을 의심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자존감이 떨어졌던 당시를 떠올렸다.

스스로 위축돼 있던 그 당시, 키디비에게 더 큰일이 터졌다. 블랙넛 사건이었다. 키디비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수차례 성적 모욕을 당했다. 전 그 당시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도 했고, 굉장히 불쾌했다"라고 말했다.

여성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힘든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키디비도 처음에는 '고소'라는 용기를 내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2차 피해도 우려됐다. 키디비는 "제가 지금 목소리를 내도 되는가,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범죄는 계속됐다. 그 때 제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가만있으면 안 되는 일이고, 조금 늦었더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이라고. 그래서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힘들 게 용기를 내 블랙넛을 고소했지만, 전부터 키디비를 휘감고 있던 낮아진 자존감은 더 큰 생채기로 돌아왔다. 그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소송을 시작한 탓에, 그런 제 선택에도 의구심을 갖게 됐다. 날이 갈수록 불안증을 심하게 앓았다. 잠에 들 수도, 사람 많은 곳에 갈 수도 없었다. 치료를 받으러 가도 선생님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깊어지면서 생각하는 것조차 위험해졌다.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듣고 만드는 것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 괴롭게 만들었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거 같다. 제 입장에선 그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일이었다"라고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키디비

어둠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살아오던 키디비가 다시 용기를 품게 된 계기는 결국 '음악'이었다. 키디비는 "어느 날 문득,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음악과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단 걸 깨달았다. 그래서 용기 내서 음악 앞에 다시 섰다. 제가 좋아했던 곡을 한 곡씩 다시 들으며 절 되찾고 싶다는, 순수하게 음악을 듣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짙은 어둠에서 빠져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디비는 "그 긴 터널 끝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제게 악한 감정을 쏟고 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 사람들은, 제 인생에 전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한층 강해진 정신력을 드러냈다.

키디비는 또 "우리 사회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그런 사람을 쿨한 사람이라고 떠받드는 경향이 있다. 정의롭지 못한 게 쿨한 거라면, 전 쿨하지 않겠다"라며 "저 자신을 믿고 사랑할 거다. 얼마 전부터는 오랜 시간 끝에 다시 앨범 작업도 시작하게 됐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며 한결 편해진 미소를 보였다.

동시에 키디비는 "내가 스스로 일어나야만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라도 걸어 나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전 그동안 제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았다"라고 말했다. 강연 내내 울컥한 감정을 붉어진 눈시울로 드러냈던 키디비는 강연 말미 끝내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번 'SBS D 포럼'의 주제는 '새로운 상식: 개인이 바꾸는 세상'이다. 촛불집회, 미투, 갑질 폭로 등 일상의 부조리에 맞서 목소리를 낸 개인과 그들의 연대가 만들어 낸 변화를 집중 조명한다. 할리우드 '미투' 주인공 로즈 맥고완과 '대량살상수학무기' 저자 캐시 오닐 등 외국 유명 인사를 비롯해 최영미 시인,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공동대표 등 다양한 국내외 연사들이 총출동한다. 연예계에선 래퍼 빈첸, 키디비, 김창완 밴드 등이 참여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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