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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은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끝까지 의리 지킨 엄앵란의 사랑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1.04 13:20 수정 2018.11.04 16:36 조회 1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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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 엄앵란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신성일은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해”

지난 3월 방송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신성일-엄앵란의 막내딸 수화 씨가 밝힌 어머니의 말이다. 신성일-엄앵란은 1964년 결혼 이후 50여년 결혼생활 중 절반 이상을 별거하며 순탄치 않은 부부로 지냈지만, 정말 힘들 때는 서로의 기둥이 되어 준 삶의 '동지'였다.

한국 영화계의 큰 별 신성일이 4일 오전 2시 30분 전남의 한 병원에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고(故) 신성일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치료를 이어왔다. 항암치료 등을 받고 퇴원할 당시 수천만원에 이르는 그의 병원비를 낸 사람은 부인 엄앵란이었다. 엄앵란은 신성일이 폐암 진단을 받고 입원하는 순간, 아들 석현 씨에게 신용카드를 주며 아버지의 병원비를 계산하라고 했다.

딸 수화 씨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이라 표현하곤 했다고 밝혔다. “신성일은 내가 먹여 살려야 되고 죽을 때까지 VVIP 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방에서 병원비도 없어 초라하게 죽는 거 못 본다. 왜? 내 남편이니까. 내가 책임져야한다. 우리는 동지다.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한다”는 게 수화 씨가 전한 엄앵란의 말이다.

엄앵란의 표현처럼 이들은 지난 50여년간 부부보다 '동지'에 가까웠다.

 

신성일 엄앵란

1960년대 다수의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신성일과 엄앵란은 지난 1964년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약 4,000명의 인파가 몰려 지금까지도 '세기의 결혼'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은 이어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움직이는 신성일과 느리고 여유로운 생활을 좋아하는 엄앵란은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달랐다. “두 분이 결혼하지 말았어야 할 스타들이었다. 각자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각자 싱글라이프를 즐기면서 멋있게 살았어야 한다”라고 딸이 증언할 정도다. 여기에 신성일의 잦은 스캔들과 사업실패 등이 맞물리며 애증의 부부관계가 됐다. 수화 씨는 자신이 5살 무렵이던 1975년부터 부모가 별거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오랜 별거는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신성일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고, 엄앵란은 그런 신성일을 내치지 못했다. 지금이야 '졸혼'이란 말도 생겼지만, 이혼하지 않고 별거하며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신성일 엄앵란 딸 강수화

수화 씨는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은 이유로 “사랑이 기본에 깔려 있다. 그러니 자식을 셋이나 낳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비록 별거를 해왔지만 이들은 서로가 가장 힘들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존재였다.

신성일의 폐암 진단에 앞서, 지난 2016년 엄앵란이 먼저 유방암에 걸려 병마와 싸웠다. 이 때 경북 영천에서 홀로 지내던 신성일이 “병간호를 하겠다”며 올라와 엄앵란 곁을 지켰다. 1년 후 신성일의 폐암에는 엄앵란이 나섰다.

전혀 다른 생활패턴과 애증의 관계 속에 '따로 또 같이'로 지내온 50여년의 부부 세월. 두 사람은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신성일은 생전 자신의 영천 집 한 켠에 묏자리를 미리 마련해 뒀다. 그는 이 곳에 “엄앵란과 같이 묻히겠다”며 죽은 이후에도 부인과 함께 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엄앵란은 “남겨지는 게 싫다”며 자식들에게 자기가 죽으면 한강에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게 달랐던 신성일과 엄앵란은 죽음에 대한 가치관마저 달랐다.

영화처럼 파란만장했던 신성일-엄앵란의 부부인연은 이제 정말 끝났다. 비록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애증의 세월 속에 이들은 정말 '동지'였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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