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이서진은 TV에서 보던 그 츤데레였다

최종편집 : 2018-11-07 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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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해요"

삶의 철학이랄까.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 이것이 배우 이서진과 자연인 이서진을 나이 들게 하지 않는 원동력처럼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수많은 배우를 만나지만, 뭐랄까. 이서진은 TV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 눈앞에 떨어진 느낌이랄까. 브라운관 속 이미지와 현실의 이미지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서진을 한마디로 요약할만한 단어가 생각났다.

츤데레.(차가운 모습과 따뜻한 모습이 공존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의 츤데레가 스크린에서 숨겨놓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서진이 3년 만에 선택한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 작품은 지난 10월 31일 개봉해 7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바람 흥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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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모' 이후 15년…"이재규 감독이 날 찾았어요"

오늘날 이서진을 있게 한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다모'(2003)다. 종사관 황보윤으로 분했던 이서진은 채옥을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드러냈고, 극 중에서 남긴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대사는 그 시대의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15년의 세월이 흘러 드라마 PD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영화 데뷔작 '역린'(2014)의 뼈아픈 실패 이후 절치부심하던 이재규 감독은 '완벽한 타인'을 차기작으로 택하고 이서진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다.

"이재규 감독이 불러서 나갔는데 영화 출연을 부탁하더라. '다모' 이후 15년간 저한테 뭘 하자고 한 적이 없었다. 이 사람은 날 너무 잘 안다. (캐릭터가) 잘 어울리니까, (연출이) 자신 있으니 제안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본을 읽었는데 재밌었다. 이재규가 만들면 잘하겠다 싶더라. 게다가 캐스팅된 배우들도 하나같이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고, 나만 잘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서 끌렸던 점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이서진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우리 영화 대본이 이렇게 풍성했었나 싶더라. 사랑, 우정, 배신, 부부관계, 고부갈등까지 다 나오잖아."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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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모는 뼛속까지 바람둥이, 구제불능이죠"

이서진이 연기한 준모는 외식업계 스타를 꿈꾸는 사업가다. 머리는 나쁘지만 여자의 마음을 꿰뚫는 데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녔다. 어린 데다 예쁘고 돈까지 많은 수의사 세경과 결혼해 뜨거운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슴속에 사랑의 방이 많은 남자기도 하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가장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간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예의 바른 신사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기 때문이다.

이서진은 준모 역할을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해냈다. 그의 능청스러운 바람둥이 연기는 코믹 연기의 달인 유해진과 더불어 영화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다.

"준모는 극 안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이라 편하고 재밌게 했다. 사실 남자들은 친구들과 있으면 자연스레 욕도 하고 야한 농담도 한다. 원래 촬영분에는 욕도 더 많고 야한 얘기도 더 많았다. 아마도 이재규 감독이 15세 관람가를 고려해서 편집한 것 같다. 영화에서 준모와 세경(송하윤)이 석호(조진웅)의 집으로 향하기 전에 베드신도 있었다. 그 장면이 삭제된 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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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은 준모에 대해 "여자들은 자신이 준모한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준모에게는 모든 여자가 특별하다. 태생 자체가 그런 사람이다. 다른 능력은 없지만 연애 능력은 타고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어찌 보면 우리 영화는 친구고 뭐고 없다는 게 교훈이다. 준모의 행동을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인 거지. 누군가는 그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비판했다. 이처럼 캐릭터에 거리를 두고 분석하며 연기했기에 더욱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게 아닐까 싶었다.

'완벽한 타인'은 석호(조진웅), 예진(김지수) 부부의 집안에서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종료된다.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좁은 동선만 쓰는 촬영은 배우들에게도 흥미로운 작업이었을 터. 배우와 제작진이 전라도 광주에서 합숙을 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이 끝나면 서울로 올라오는 게 아니라 밥 먹고, 사우나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 인원 그대로 매일 촬영장에서 만나니 안 친해질 수가 없다. (송)하윤이를 제외하고는 나이가 비슷한 또래라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 전화 신들에 대해서는 "실제로 촬영 현장에 녹음된 전화 목소리를 틀어놓고 연기했다. 벨 소리, 문자 소리도 진짜 울리게 해 놓고 연기했다. 소리가 난다는 걸 알고 연기를 했지만 대화 중에 벨이 울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촬영 때는 관객처럼 그렇게 긴장감을 느끼진 않았다. 우리는 대본을 다 알고 있으니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연출의 역량을 새삼 느꼈다. 각본의 디테일을 잘 살린 것도 그렇고,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노래가 그렇게 쓰일 줄이야."라고 웃어 보였다.

배우들과 촬영을 하면서 실제로 '핸드폰 공개 게임'을 해보자는 제안도 있지는 않았을까. 이서진은 "말이 나오긴 했는데 그나마 할 수 있다고 한 게 (염)정아 씨였고, 나는 첨부터 끝까지 반대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남의 것도 궁금해하지 않아서 안 보는데 내 것을 왜 보여주냐."라고 말했다.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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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고집할 나이 지나…끌리는 작품은 기꺼이"

이서진의 영화 출연은 2015년 '오늘의 연애' 이후 3년 만이다. 카메오성 출연에 가까웠던 것을 생각하면 '무영검'(2005) 이후 13년 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는 예전부터 계속하고 싶었다. 좋은 대본과 역할이 없어서 못했을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편해진 감이 있다.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주인공에서 벗어나는 나이다 보니 주연이 아니라더라도 '나는 왜 이제 주인공을 못하지?' 이런 생각도 안 한다."

인터뷰에서 유독 나이 얘기를 많이 하는 이유를 묻자 "외적인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아니 육체적으로도 그렇다. 노안이 오고 있다. 그게 가장 놀랄 일이다. 노안은 '꽃보다 할배'를 하기 전부터 느꼈다. '꽃보다 할배' 때는 체력의 한계를 극명하게 느꼈고.(웃음)"라고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한다는 삶의 철학이 켜켜이 묻어나는 답변들의 연속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연기를 사랑하긴 하는 거냐"라고 묻자, 이서진은 "재밌겠다 싶은 건 신나게 할 수 있는데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싫다"라고 확고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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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춘 (유)해진 씨나 (조)진웅이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할까 싶다. 해진 씨는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 치밀하고 예민하다. 연기를 하기 전에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디테일하게 연구를 한다. 현장에서도 좀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연기를 하나 보다. 진웅이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따라 몸무게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만 봐도 연기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대단한 배우들이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 '윤식당' 등 예능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는 이서진이지만, 본분이 연기인 만큼 영화와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그동안 영화로 재미를 많이 못 봐서 그런지 그동안은 아무거나 하면 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신중하게 임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서 잘된 것도 딱히 없지만.(웃음) 예능 출연은 언젠가 끝이 있을 것이지만 배우는 계속할 일이라 내 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