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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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Y] 에미넴은 되고 BTS는 안되고?…본질은 '혐한'

강경윤 기자 작성 2018.11.12 16:56 수정 2018.11.12 17:43 조회 5,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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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일본 방송에서 불미스럽게 출연을 거부당한 것에 대한 여파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극우 성향의 시민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는 수년 전 지민이 히로시마 원폭투하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는 걸 빌미로 지난달부터 방탄소년단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공연장 앞에서 시위를 열겠다며 공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검토하던 NHK '홍백가합전', 후지TV 'FNS 가요제' 역시 출연을 전면 보류시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언급했거나, 심지어 이용했던 과거 해외 연예인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지민의 티셔츠 착용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이 크게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지민이 광복절 티셔츠를 팬들로부터 선물 받아서 착용하기 전인, 2010년 경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배우 루퍼트 그린트 역시 일본 방문 당시 히로시마 원폭투하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 그린트가 상체 전면에 원폭투하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일본을 찾았지만 당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 지민

또 미국 래퍼 에미넴이 2000년 발표한 '리멤버 미'(Remember Me?)라는 곡에서도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이 곡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본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에미넴은 당시 이 곡에서 "I drop bombs, like Hiroshima"라는 가사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빗댄 표현을 그대로 썼지만 이를 지적하는 일본 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에미넴은 이후에도 일본에서 공연 활동을 무리 없이 했다.

블랙 아이드 피스 역시 2006년 발표한 '라이크 댓'(Like That)이라는 곡에서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언급했다. 당시 그들은 "My lyrics get out of a split atom like Hiroshima and Nagasaki"라며 "내 가사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처럼 터져 나온다."라는 내용을 노래로 불렀다. 이 역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논란이 되지 않았다.

에미넴

에미넴이나 블랙 아이드 피스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사건을 노래가사로 인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민이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건 두 사람과는 전혀 그 의도가 다르다. 지민의 티셔츠는 대한민국의 광복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와 의미를 가진 행동이었다고 풀이된다.

때문에 방탄소년단에 대한 공격은 혐한 그 자체일 가능성이 높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1일 일본 오리콘 차트 데일리싱글 순위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순조롭게 일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 한류의 영향력과 인기가 높아질수록 한류 연예인들에 대한 공격은 더 집중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방탄소년단을 향해 일본 내 반한 움직임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를 일본 극우 세력의 자충수라고 내다봤다. 그는 10일 자신의 SNS에서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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