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스탠 리, 히어로와 함께한 95년史…팝컬처의 혁명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13 13:21 수정 2018.11.13 15:06 조회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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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팝컬처에 미친 그의 기여는 혁명적이었다.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하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해온 마크 해밀은 스탠 리의 부고를 접한 후 고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살아생전 일적으로 친분을 쌓아온 이들이 남긴 평가와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마블의 명예회장이자 코믹스의 대부를 넘어 팝컬처(Pop Culture·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드높이는 말이었다.

스탠 리가 죽었다. 향년 95세. 죽기 불과 몇 달 전 그는 '어벤져스4'와 '캡틴 마블'의 카메오 촬영을 마쳤다.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열정을 불태우다 세상을 떠났기에 스탠 리의 죽음은 호상(好喪)에 가깝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 수십, 수백만 팬들의 추모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마블 대부'다운 명예로운 스포트라이트다.

스탠

스탠 리의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Stanley Martin Lieber)다. 1922년 12월 28일 미국 맨해튼의 웨스트엔드가에 위치한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에는 만화나 영화보다 문학에 더욱 심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릴 때부터 작문에 소질을 보여 1937년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작문 콘테스트에 응모해 두 작품이 가작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1939년 17살의 나이에 타임리 코믹스(마블 코믹스의 전신)에 입사해 사장인 마틴 굿맨(스탠 리의 숙부)의 편집 조수로 일하기 시작했다. 

마틴 굿맨으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원작 작성에도 참여하게 됐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캡틴 아메리카'의 각본 중 전쟁 전과 후까지의 이야기를 담당하기도 했다.

1961년 '판타스틱 포'를 창간했고 1962년 헐크와 스파이더맨, 토르 원작을 썼다. 1963년에는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 어벤져스 원작을 쓰기도 했다. 1964년에는 데어데블의 원작을 썼으며, 10여년간 휴재했던 캡틴 아메리카를 부활시켰다.

어벤져스

제작하는 작품 수가 많아지면서 작업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스탠 리가 쓴 후 아티스트가 작화를 하고, 최종적으로 스탠 리가 대화문과 내레이션을 넣어 완성하는 식의 협업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그의 공헌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마블 코믹스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스탠 리는 잭 커비(1917~1994)등 동료들과 함께 스파이더맨·헐크·닥터 스트레인지·판타스틱4·데어데블·블랙 팬서·엑스맨·아이언맨·토르 등을 탄생시키며 미국 팝컬처에 혁명을 일으켰다. 폭넓은 상상력으로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세계관을 창조해냈다. 이는 동시대인 20세기를 넘어 21세기 대중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코믹북이라는 출판 매체에서 출발해 영화라는 영상 매체로까지 확장시키며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스탠 리는 1980년대 일선에서 은퇴하고 마블 코믹스의 편집 위원, 마블 코믹스 명예 회장을 맡아 마블 코믹스 원작의 실사 영화 제작 총지휘 등을 맡았다.

노년이 된 후에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마블 원작의 히어로 영화 대부분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 그 편수는 40여편에 달한다.

2000년 '엑스맨'을 시작으로 2002년 '스파이더맨', 2003년 '데어데블', '헐크', 2004년 '스파이더맨2', 2005년 '판타스틱 포', 2006년 '엑스맨: 더 라스트 스탠드', 2007 '스파이더맨3', 2008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2010년 '아이언맨2', 2011년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2012년 '어벤져스', 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2013년 '아이언맨3', '토르 : 다크 월드', 2014년 '캡틴 아메리카 : 원터 솔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5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앤트맨', 2016년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2017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8년 '블랙 팬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탠

처음에는 그저 백발의 엑스트라로 생각했던 관객들도 반복 출연이 이어지자 스탠 리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블 영화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가 쌓이면서 스탠 리의 등장만으로도 열광했다. 

그 역할도 행인, 경비원, 우체부, 사업가, 트럭 운전수, 장군, 클럽 DJ 등 다양했다. 초기에는 대사 없이 등,퇴장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인상적인 대사도 소화하며 연기력을 불태웠다.

마블 영화가 아닌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DC 코믹스 원작의 애니메이션 '틴 타이탄스 GO! 투 더 무비'에 캐릭터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탠리

죽기 몇달 전에도 카메오 촬영에 나섰다. 2019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4'와 '캡틴 마블'이다.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늘 그러했던 것처럼 뜻하지 않은 순간 재기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탠 리는 지난 1월 폐렴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LA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건강 이상설이 퍼졌다. 이후 퇴원해 자택에 머물다 지난 12일 다시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마블 히어로 무비의 스타들이 일제히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아이언맨'으로 활약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당신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RIP 스탠"이라는 말로 고인을 애도했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는 "스탠 리를 대체할 사람은 없다. 그는 수 십 년간 어리고 나이 든 모두에게 모험과 탈출, 위안, 자신감, 영감, 힘, 우정 그리고 즐거움을 줬다. 그는 사랑과 친절을 보여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후 엄청난 흔적을 남기고 떠났다. 엑셀시어!(더욱 더 높이)"라고 전했다.

스탠리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으로 활약한 휴 잭맨은 "우리는 창조적인 천재를 잃었다. 스탠 리는 슈퍼히어로 우주의 개척자였다. 나는 그의 유산의 작은 부분이었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헐크'를 연기해온 마크 러팔로는 "당신은 현대 신화의 힘과 인간이라는 이 지저분한 세계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통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다"고 말하며 슬픔을 드러냈다. '데드풀' 시리즈의 타이틀롤을 맡았던 라이언 레이놀즈는 "RIP 스탠.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간결한 추모사를 전했다.  

'마블 대부'라는 칭호를 얻은 그는 살아생전 부와 명예 모두를 누렸다. 마블 코믹스 편집장과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을 역임한 스탠 리는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1995년에는 잭 커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미국 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그동안의 공로가 인정돼 할리우드의 명예의 전당에 2428번째로 등재됐다.

스탠 리는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을 바라봐 주는 여자가 있으면 그걸로 삶은 충분하다"라는 글귀로 자서전을 끝낼 만큼 애처가였다. 2017년 아내를 하늘로 먼저 보냈던 그는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삶을 마감하고 반려자의 곁으로 갔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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