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이나영, 틀을 깨니 보이는 새로운 얼굴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14 13:52 수정 2018.11.15 09:46 조회 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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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예전엔 다 1:1 인터뷰였는데 요즘은 이렇게 바뀌었더라고요."

배우 이나영이 인터뷰 자리에서 그간 바뀐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 '하울링' 이후 6년간 작품이 없었기에 취재진을 만날 일도 없었다. 오랜만에 인터뷰 자리에 나온 이나영은 라운드 인터뷰 형식을 낯설면서도 신기해했다. 

시종일관 솔직하게 반응하는 이나영을 보는 것이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도 새로웠다. 분명 6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배우, 같은 얼굴이지만 한결 편안해 보였다. 연륜일까. 여유일까. 어떤 식으로든 틀을 깬 이나영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신작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2016년 '히치하이커'로 칸 영화제 단편 주간에 초청돼 주목받았던 윤재호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무엇보다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지난 10월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돼 베일을 벗었다. 그리고 오는 21일 극장에 정식으로 개봉한다.

뷰티풀

이나영은 이번 영화에서 탈북 여성으로 분해 오랫동안 헤어졌던 아들과 만나 내면의 변화를 겪는 연기를 보여줬다. 데뷔 이래 첫 엄마 역 게다가 기구한 삶을 사는 여성을 연기했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이나영과 맞을까 우려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나영은 영화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대본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 하고 싶었던 형식, 캐릭터가 접목돼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보자마자 마음을 결정했다. 결코 약하지 않은 비극적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였다."

캐릭터의 이름도 없었다. 그저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명명되는 인물이었다. 이나영은 "이름이 없는 것조차 좋았다. 중국에 사는 탈북 여성분들이 실제로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거나 개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더라. 이름이 없는 게 오히려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같았고, 여백이 느껴져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뷰티풀

노개런티 출연을 자청해 화제를 모았다. 이나영은 "시나리오가 좋아서 꼭 출연하고 싶었고, 감독님의 전작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아무래도 저예산이니까 개런티를 받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영화사에서는 개런티를 제시했는데 안 받겠다고 했다. 고민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캐스팅 수락 이후 쏟아진 관심이 상당했다. 이나영의 노개런티 출연, 첫 엄마 역할 등의 이슈도 화제였다.

"'쟤가 탈북여성을 연기해?' 이런 우려도 적잖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나도 촬영을 준비할 때라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였다. 늘 그렇지만 '영화로 보여줘야지' 했다. 시각적으로 보여드리고 생소함을 없애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 잘 어울리지 않았나요?(웃음) 영화를 찍을 때 룩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영화 속 의상들도 스타일리스트랑 상의해가며 직접 준비했다."

이나영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윤재호 감독의 전작 '히치하이커'와 '마담B'를 챙겨봤다. 감독에 대한 공부였다. 그리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해성 감독의 제안에 따라 소설 '찔레꽃'을 읽기도 했다. 글귀를 통해 감정을 이입하면서 촬영을 준비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서는 윤재호 감독에게 오롯이 의지했고, 따랐다.

뷰티풀

저예산 영화였던 만큼 촬영 기간은 3주, 14회차 만에 완성됐다. 영화는 구성적인 특징과 윤재호 감독만의 색감이 입혀져 개성을 띠게 됐다. 이나영 역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촬영할 때부터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관객으로서 궁금했다. 감독님이 공간별로 분위기와 색깔을 달리한 게 있었다. 예를 들면 중국 남편을 만날 때는 푸른빛, 과거 이야기는 붉은 조명, 현재는 빨간 재킷과 머리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클로즈업이 유독 많은 영화였다. 이나영은 "눈동자를 부각하는 클로즈업 촬영을 좋아한다. 사람을 볼 때도 눈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눈 안에 모든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이 여자의 삶의 역사를 담고 싶었달까. 어떤 과정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하며 눈에, 눈동자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 작품 안에서 10대부터 30대의 나이까지 소화해야 했던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이나영은 10~20대보다 30대를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이나영

"10~20대는 상황에 따른 감정만 이입만 하면 되지만 30대는 모든 일을 겪고 감정들을 가슴에 묻고 연기를 하는 거라 계속해서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앞선 감정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야 하니까 톤을 잡는 게 어려웠다. 14년 만에 아들을 만났는데 내가 연기한 엄마의 캐릭터상 미안함, 죄책감을 갖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게 안 어울리는 거 같아서 배제해버렸다. 그렇게 해야 영화 구성상 엄마가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왜 이렇게 담담한지가 설명될 것 같았다. 감정은 내가 표현한 것보다 감독님이 더 덜어냈다. 연기할 때는 감정이 조금 올라오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편집에서 더 없어졌다. 담담하게 표현하셨더라."

연기 공백이 길었던 만큼 변신과 노력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느낌이었다. 안 보여줬던 얼굴과 연기의 최대폭을 보여주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나영은 "그건 그냥 쌓아왔던 것 같다. 복귀작이라고 해서 '짠'하고 보여주기보다는 평상시에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게 이 작품에 나타난 것 같다.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나 싶다. 6년이라는 공백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갖게 된 감성과 취향이 접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뷰티풀 데이즈'같은 색감의 영화가 많지 않다. 한국 영화도 이런 개성의 영화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담백하게 휴머니즘을 이야기해준 거 같아서 좋았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이게 가족 영화야'가 아니라 담담하게 스며들듯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한다. 서로를 보듬는 것 같은 정서적 밀착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밥상에 둘러앉아 아무 말 없이 된장찌개를 나눠 먹는 풍경, 굉장히 많은 사연과 사건이 있을지라도 찌개 그릇에 숟가락을 동시에 넣고 떠먹는 모습, 그게 가족의 모습 같았다. 그래서 우리 영화의 엔딩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이나영

엄마를 연기한 이나영은 실제로도 엄마가 됐다. 지난 2015년 배우 원빈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엄마 이나영'의 삶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평범하다. 아기에 관해서 잘 알지 못했던 터라 주변에 많이 물어봤다.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하나둘 깨우치며 육아를 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는 다시 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나영은 소재가 주는 무거움과 부담감을 떨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우리 영화가 어렵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이런 영화도 있고, 이런 경험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아주시면 저희가 배신은 안 할 것 같다.(웃음) 영화를 찍을 때도 소재나 이야기의 무게감을 관객들이 크게 느끼실 것 같아서 이야기를 잘 따라올 수 있게끔 신경을 썼다. 그 이야기의 끝에는 희망이 있다. 가을날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된장찌개에 흰 쌀밥이 떠오르는 그런 작품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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