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화이트 리스트 논란 '출국', 첫날 4천 명 '굴욕'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15 11:08 수정 2018.11.15 12:45 조회 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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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화이트 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 '출국'이 개봉 첫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출국'은 개봉일인 14일 전국 4,830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영 여건이 좋지 못했다. '출국'은 개봉일 전국 255개 스크린에서 536회 상영됐다. 이는 사실상 첫날부터 교차 상영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실도 좋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6위에 이름을 올린 '바울'은 애초 다양성 영화로 분리돼 139개 스크린에서 206회 상영됐지만 4,508명의 관객을 동원해 상업 영화인 '출국'보다 알찬 성적을 거뒀다.

'출국'은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범수, 연우진, 박혁권, 박주미 등이 출연했다. 첩보극의 외피를 띤 영화는 가족 드라마에 방점을 찍었으나 진부한 신파에 머문 감이 없잖다.

이 영화는 화이트 리스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모태펀드 지원 및 관계 당국의 제작비 지원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제작비 45억 원 중 96%에 달하는 43억 원을 정부 지원으로 충당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보편적으로 10억 안팎으로 지원하는 모태펀드의 액수를 훨씬 넘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제작사 디씨드는 "제작비 전체를 공적자금으로 지원받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민간투자금은 하나도 없이 국가지원금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과 달리 총 제작비 예산 65억 원에 민간 투자금 22억 원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출국

애초 '사선에서'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영화는 '출국'으로 제목을 바꿔 개봉했다. 화이트 리스트 논란 여파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에서 손을 떼 좋지 못한 환경에서 개봉을 해야 했다.

노규엽 감독과 주연 배우 이범수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억울함을 피력했다. 노 감독은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지난해 '출국'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인 기사도 있었지만 많은 기사들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근거 아래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았다"며 "당시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었다.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 그에 대한 보상은 지켜져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자체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이범수도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범수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오해다. 이득이든, 손해든 부당한 혜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외부적 이슈들은 다 오해니까 시간이 지나면 밝혀진다고 생각했다.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범수는 지난 2016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컴백에 나섰다. 오랜만에 원톱 주연으로 나서 의욕을 불태웠지만, 영화는 초반 성적은 영 신통찮다.

화이트 리스트 논란이 선입견으로 작용한 것인지, 영화 자체에 대한 무관심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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