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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흉부외과', 구멍없는 열연으로 완성된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

강선애 기자 작성 2018.11.16 11:48 수정 2018.11.16 15:13 조회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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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시청자가 의학드라마를 보는 눈높이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완성도 높은 미국 드라마를 본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도 수많은 의학드라마가 제작되며 자체발전을 거듭한 끝에 기술적으로 '볼만한 의드(의학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한국형 의드를 거부하는 시청자들은 결국엔 멜로로 귀결되는 스토리 전개를 싫어했다. "환자 치료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범인 잡다가 사랑에 빠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의학이나 범죄를 다루는 장르물이 한국 드라마 안에서는 남녀주인공의 사랑이야기로 초점이 바뀐다는 결함에 있다.

지난 15일 종영한 SBS 수목극 '흉부외과'(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조영민)는 그런 유형의 한국형 의드가 아니었다. 첫 방송 전부터 "멜로는 없다"라고 장담했듯, 사랑이야기는 없었다. 대신 흉부외과 의사들의 현실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다뤘고,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사명감과 개인적 사연들 안에서 처절하게 부딪치는 갈등을 그렸다.

'흉부외과'는 지난해 SBS '피고인'을 만든 작가들과 PD가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인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탄탄한 극본은 생동감 넘치는 연출력으로 표현됐다. 여기에 의학 자문단만 30여명에 이를 정도로 리얼리티를 살린 의학 장면들은 "지금까지의 의학 드라마 중 수술장의 모습을 가장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전문가 극찬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두 개의 목숨, 단 하나의 심장'이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둘 중 하나인 갈등상황을 설득력 있는 전개로 수차례 등장시켰다. 최석한(엄기준 분)의 딸 유빈과 10대 윤수연(서지혜 분), 박태수(고수 분) 어머니와 성인 윤수연, 또 어린 윤서(신린아 분)와 대선후보 한민식(정두겸 분)의 이야기까지, 동시에 두 환자가 등장하는 '흉부외과'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목숨 앞 인간의 욕심, 이기심과 이타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력의 힘이 컸다. 인지도 있는 배우까지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진 '흉부외과'는 그만큼 연기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는 배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흉부외과

배우 고수는 흉부외과 의사 박태수 역을 맡아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애끓는 마음의 아들부터, 환자를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투철한 의사의 모습까지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엄기준은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권력에 결탁하지만, 그래도 의사의 신념과 사명감을 저버리지 못하는 최석한 역을 맡아 내적갈등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윤수연 역의 서지혜는 자신이 다른 사람 대신 살았다는 죄책감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분노 앞에서, 환자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한층 깊어진 내면연기로 표현했다.

이사장 윤현일 역의 정보석은 환자 목숨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매정한 악역의 품격을 보여준 반면, 구희동 역 안내상과 이중도 역 차순배는 권력에 굽신굽신 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갖춘 반전 매력으로 시선을 모았다.

'흉부외과'는 의료진 역할 하나하나가 보물 같았다. 구동준 역 최대훈은 코믹과 진지를 오가는 연기로 극의 감칠맛을 더했고, 문승재 역 오동민은 현실감 넘치는 전공의 연기로 리얼리티를 살렸다. 이대영 역 정희태는 의리있고 정의로운 마취과 의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손재명 역 손광업은 신념과 신의가 있는 의사로 활약했다. 강은숙 역 장소연과 배유리 역 정유민은 수술방 간호사들로 극에 안정감을 불어넣었고, 이선영 역 박경혜와 이미란 역 남태부는 중환자실 간호사로 남다른 케미를 선사했다. 안지나 역 김예원과 남우진 역 이재원은 흉부외과는 아니었지만, 주인공들의 친구이자 빠질 수 없는 병원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이 외에도 박태수의 어머니 역할을 했던 오정애 역 이덕희, 박태수를 옥죄는 전 병원의 교수 황진철 역을 소화한 조재윤을 비롯해, 여러 병원 에피소드에 등장한 환자와 가족 역할 하나하나까지, '흉부외과'에서는 연기 구멍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기력이 뒷받침된 배우들의 열연에 '흉부외과'는 재미와 감동, 나아가 열악한 의료계 흉부외과 현실을 엿보는 계기까지 제공했다.

물론 의도적인 경우를 빼고 '테이블 데스'(수술 중 환자의 사망) 하나 없이 의사가 극적으로 환자를 살리는 모습이 다소 뻔한 전개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가 그리고자 했던 의사들의 이야기는 '진짜'였다. '흉부외과'는 이 '진짜'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의학드라마였다.

한편 '흉부외과' 후속으로 오는 21일부터는 장나라, 최진혁, 신성록, 이엘리야 등이 출연하는 '황후의 품격'이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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