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살인 묘사해 금지곡?"…'보헤미안 랩소디', 파격 가사의 의미는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17 10:48 수정 2018.11.19 09:01 조회 12,673
기사 인쇄하기
보헤미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어머니, 난 그 남자를 죽였어요. 그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더니 죽고 말았죠."(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영국 록밴드 퀸(Queen)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1989년까지 한국에서 금지곡이었다. 가사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한 남자를 죽이고 나서 엄마에게 고백하는 내용의 가사는 지금 듣기에도 다소 충격적이다.

그 시절에는 이유 없는 금지곡이 많았다지만 '살인', '패륜'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사의 흐름은 듣는 이에게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겨 금지곡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정말 사람을 죽인 아들의 고해성사일까.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프레디 머큐리는 당시에도 분분했던 가사의 의미에 대해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사의 핵심 키워드를 상징과 은유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던 프레디 머큐리가 이 노래를 통해 사실상의 커밍아웃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헤미안

이에 관해 국내 대표적인 록밴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도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14일 자신의 SNS에 여러 해석에 대한 설명과 개인 견해를 덧붙였다.

신대철은 "'mama, just killed a man'이라는 가사는 보통 '엄마,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번역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지만 항상 의문이었다. 아무리 사람을 죽였어도 왜 다 큰 어른이 엄마에게 고백 한단 말인가? 이에 여러 해석이 있다. 가장 재밌는 해석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이가 아버지를 죽이고 엄마에게 고백한다 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외국의 어느 평론가는 "여성에게는 양육하고 생명을 부여하는 힘이 있으므로 그에게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확언하는 것"이라고...(하지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프레디 머큐리는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어떤 사건을 특정해서 비유한 것도 아니다. 갑자기 '엄마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고백하는 것은 너무 뜬금없다."라면서 대표적인 해석 하나를 제거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커밍아웃 해석을 거론했다. 신대철은 "'mama'라는 말은 엄마라는 뜻도 있지만 애인을 뜻하기도 한다. 보통 팝송 가사에 등장하는 'mama'라는 말은 여성(이성)을 뜻한다. red hot mama, sweet mama, big mama... 이런 말들은 모두 (섹시한) 애인, 여자 친구 등을 표현하는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에도 많이 나온다. 길가다 섹시한 여성을 발견한 마초남의 대사가 'hey mama~'라고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음에 나오는 'Just killed a man'에서 man이 왜 사람인가? man은 보통 남자를 뜻한다. '사람을 죽였다' 가 아니라 '남자를 죽였다' 가 맞는 해석이다. 록스타인 프레디 머큐리는 만인의 연인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가 게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보헤미안

신대철은 "이 노래를 발표했던 1975년만 해도 록스타가 대중 앞에서, 혹은 언론을 향해 '나는 게이예요'라고 말하는 것은 금기였다. 영국은 보수적인 나라다. 그는 노래를 통해 커밍아웃한 것은 아닐까? 고도의 메타포를 동원한...'mama'는 어쩌면 그를 사랑하는 대중을 향한 대명사로, 'just killed a man'은 '(내 안의) 남자를 죽였어요'라고 이해한다면 이 노래 가사의 플롯이 매우 자연스러워진다."라고 부연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해석도 있다. 'mama'는 프레디 머큐리의 생물학적 엄마가 아닌 여자 친구인 메리 오스틴이며, 'man'은 성 정체성을 깨닫기 전의 프레디 머큐리라는 의견이다.

이어지는 가사 "엄마를 울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만약 내일 이 시간까지 제가 돌아오지 않는대도 계속, 계속해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이 잘 살아가세요"(Mama, ooh, didn't mean to make you cry.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Carry on, carry on as if nothing really matters)를 보면 이 해석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음을 알 수 있다.

메리 오스틴은 프레디 머큐리의 연인이기도 했지만, 친구였고, 재정 매니저 역할도 했다. 한마디로 프레디 머큐리가 모든 것을 상의하고 의지하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였다. 시적 표현으로 '엄마'라고 지칭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퀸

이 노래를 발표한 시기인 1975년도까지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969년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를 통해 메리 오스틴을 소개받은 프레디 머큐리는 사랑에 빠졌고 동거를 시작했다.

1973년 청혼도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묘사된 것처럼 어느 날 프레디 머큐리는 반지를 건네며 프러포즈를 했고 메리 오스틴은 그 자리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다시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퀸의 해외 투어가 이어지면서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에 빠지기 시작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퀸의 4집 앨범 '어 나잇 앳 디 오페라'(A Night At The Opera)에는 또 다른 히트곡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도 있다. 이 노래는 프레디가 메리에게 바치는 연가다. "당신은 내 생의 사랑"이라는 절절한 고백인 동시에 "나를 떠나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노래 가사 중 "내가 더 늙었을 때 당신 옆 거기에 있을게요. 아직도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며,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When I grow older, I will be there at your side, To remind how I still love you.I still love you.)라는 부분에서도 메리를 향한 애정과 더불어 미안함을 엿볼 수 있다.

4집 앨범은 퀸의 음악적 역량이 집약된 명반이다. 특히 6분여에 달하는 대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하드록과 오페라, 아카펠라를 오가는 드라마틱한 형식과 다채로운 멜로디 구성을 자랑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노래에 대해 세곡으로 만들려던 걸 한 곡으로 합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노래는 3주에 걸쳐 녹음됐다. 영국 몬머스에 위치한 록필드 스튜디오에서 시작해 라운드하우스, SARM, 스콜피온, 웨섹스 등 6개의 녹음실을 쓰며 보컬과 기타를 따로 녹음했다. 프레디, 브라이언, 로저는 보컬 파트를 매일 10~12시간에 걸쳐 녹음했으며, 그 결과 180개의 서로 다른 오버더빙 끝에 지금의 노래가 탄생했다. 

보헤미안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는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 명곡이다. 두 노래 모두 그의 삶과 사람에 대한 고백성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976년 프레디 머큐리는 메리 오스틴에게 "난 양성애자인 것 같다"는 고백을 했다. 그 사실을 추측만 하고 있던 메리는 남자 친구의 선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곁을 떠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육체적 관계는 프레디의 선언 이후 끝이 났다. 그때부터 메리는 프레디의 연인이 아닌 동반자로 그의 곁을 지켰다.

메리는 프레디와의 사이에서 낳길 원했던 아이를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얻었다. 아이와 고양이를 유달리 사랑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기꺼이 메리가 낳은 아이의 대부가 돼주었다. 살아생전 메리의 아기와 놀아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은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구나 싶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의 형태는 아니다. 이 사랑의 가치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메리 오스틴에게 남겼다. 죽기 전 약 250억(현재 기준)에 달하는 런던의 저택과 음반 저작권료 등 재산의 70%를 자신의 뮤즈에게 상속했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