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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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김윤석X한지민, 청룡의 선택 왜?…선입견과 틀을 깬 연기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24 11:57 수정 2018.11.26 11:12 조회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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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김윤석과 한지민이 올해 영화 시상식의 마지막 남녀 주연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김윤석의 표현대로 '한해 농사의 수확'을 제대로 맺었다. 한지민은 생애 첫 청룡 트로피를 품에 안고 영광과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2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김윤석은 영화 '1987'로, 한지민은 '미쓰백'으로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김윤석은 무대에 올라 "'1987'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열사들의 가족들에게도 이 영광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청룡

2008년 '추격자'로 첫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래 10년 만의 두 번째 수상이었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6월 민주화 항쟁을 그린 영화로 전국 723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에서 김윤석은 대공수사처 박처장으로 분했다. '박처장'은 간첩 및 용공 사건을 전담하는 대공수사처의 실세로, 반공이 애국이라 굳게 믿으며 수사에 있어서는 잔혹한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 스물두 살 대학생의 죽음이 정권 유지에 방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뼛속까지 악인인 인물로 그려졌다.

김윤석은 시대가 남은 괴물을 입체적인 연기로 완성했다.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김윤석은 '타짜', '황해',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해무' 등의 작품을 통해 악역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다. 여러 얼굴을 연기하고 싶은 배우의 욕망이라면 '1987'의 '박처장' 캐릭터는 주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윤석은 시나리오의 힘을, 작품의 의미를 생각했다.

1987

자칫 납작하게 표현될 수 있는 캐릭터에 김윤석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마우스피스를 껴 고집과 권위가 읽히는 입매를 만든 외형적 변신은 물론이고, 매섭고 완고한 눈빛을 유지하면서 입체적인 연기로 시대의 악을 소환한 것 같은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명대사를 할 때 수많은 관객은 숨죽였고, 분노했다.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 악의 화신 그 자체였다.

한지민은 '미쓰백'으로 생애 첫 영예를 안았다. 2003년 드라마 '올인'에서 송혜교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15년 만에 가장 큰 상을 받았다. 게다가 모든 여배우들이 꿈꾸는 청룡영화상 트로피였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한지민은 영화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 등 사람들과 포옹을 나누며 눈시울을 붉혔다. 무대에 오른 한지민은 "무겁고 힘들었던 시간을 견뎌내고, 결국엔 작품이 가진 진심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미쓰백'은 배우로서의 욕심 보다도 사회의 아픈 문제에 대한 마음이 더 뜨거웠던 영화다. 그걸 알아준 모든 분들과 함께 해준 배우들,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눈물의 소감을 전했다.

또한 "늘 저에게 좋은 본보기를 되어 주시는 김혜수 선배님. 항상 저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며 이날 진행을 맡은 김혜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지민의 말에 김혜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미쓰백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감성드라마. 한지민은 이 작품에서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스스로를 학대하듯 살아가다 전과자가 돼버린 '백상아' 역을 맡았다.

상아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지은(김시아)을 만나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상아와 지은은 연대의 드라마를 쓰며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한지민은 머리를 탈색하고 맨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거친 욕설은 물론 극단적인 감정을 분출하듯 쏟아냈다. 청순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던 한지민에게는 틀을 깬 이미지 변신이었다.

저예산에 사회적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미쓰백'은 자칫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지민과 김시아의 열연으로 입소문을 타며 전국 7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여배우가 주연한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미쓰백'은 마니아 관객인 '쓰백러'까지 만들어내며 반복 관람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힘이 만들어낸 진풍경이었다. 한지민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미쓰백'을 통해 만들어졌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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