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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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SBS스페셜' 은퇴여행 떠난 부부 "두렵지만 행복하다"…세계속에서 이들이 얻은 정답은?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18.11.26 00:15 수정 2018.11.26 13:38 조회 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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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충건 씨가 여행길에서 얻은 답은 무엇이었을까?

25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 '충건 씨의 은퇴 여행'에서는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34년간 소방관으로 살아온 박충건 씨. 그는 은퇴를 코 앞에 두고 안식년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여행길에 올랐다.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를 여행하고 있는 그는 생전 처음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났다. 낯선 곳에 온 그는 60년 동안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모르는 이들에게 말을 걸고 생애 첫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한낮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이름도 생소한 곳으로 떠나온 그는 이 곳에 거주 중인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를 접한 후 무작정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60년 평생 처음 하는 해외여행에 누구라도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것.

이 곳에 3개월째 거주 중인 이들은 올해 2월 은퇴를 한 김성수(57) 씨와 그의 아내이다.

제주도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던 김성수 씨는 영업 부진으로 폐업을 하게 됐고 그 길로 은퇴를 하게 됐다. 이에 그는 "젊은 이들 앞에 연륜은 의미가 없더라. 나이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학생 수가 줄어들었고 그렇게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은퇴를 계기로 정말 여행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여행. 김성수 씨 부부는 현재 6개월째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며 여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이에 김성수 씨는 "집을 팔고 현금이 생겼다. 한국에서 우리가 1년을 사는데 들어가는 돈이 5,000만 원 정도 된다. 그걸로 여행을 하는 거다. 1년 여행비를 3,000만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더 이상 집도 없고 일하던 학원도 없다. 그런 그들은 현재 행복할까? 이들은 "행복하다. 행복의 정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성수 씨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은퇴 자금이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싶었다. 은퇴를 하면서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떠나오면서도 그런 두려움을 안고 왔다. 나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1달을 100만 원으로 사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데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해외에서 아내와 함께 한 달 생활비 100만 원으로 지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할 경우 한 달 300만 원 정도가 들 텐데 이 곳에서는 월세를 포함해 100만 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에 그는 "여행 전에는 많이 두려웠는데, 태도를 조금 바꾸면 우리가 적게 쓰면 되는 거다. 그래서 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성수 씨는 최근 블로그 운영에 푹 빠져있다. 그는 은퇴 이후 회사 일이 아닌 정말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이 취미라고 밝혔다.

딸이 둘인 김성수 씨 부부는 자녀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게 생각하면 계속 일을 해야 한다. 자기 삶을 살려면 언젠가는 지원을 끊는 것이 맞다"며 스스로 선택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지금도 두려움이 있다. 앞으로 다른 나라를 계속해서 돌건대,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가야 할지 모든 것들이 두려움이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충건 씨는 김성수 씨 부부와 헤어져 다음 여행지로 떠났다. 캄보디아의 바탐방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도 은퇴 후 이곳에서 8개월째 살고 있는 한국인 부부를 찾아갔다. 이들은 2년 동안 바탐방에서 살 예정이다.

남편의 위암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한 윤영(46), 이원진(49) 부부가 그 주인공이었다. 윤영 씨는 "한국과 달리 이 곳은 365일 햇살에 빨래를 말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살고 있는 4층짜리 빌라는 월세 450달러로 바탐방에서 최고가의 집이었다.

21년 차 군인이었던 이원진 씨는 위암을 앓으며 은퇴를 하게 됐다. 그리고 잘 나가는 아트디렉터이자 디자이너였던 윤영 씨는 남편의 은퇴로 함께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그리고 이때 그들은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봤다. 이에 윤영 씨는 "몇 달 동안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에는 우리한테 집중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직장 때문에 주말 부부로 계속 살았던 이들은 은퇴 이후 드디어 한 집에서 살게 됐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은 24시간 동안 한 집에서 살면서 싸우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서로 일을 하느라 서로를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우리 둘 다 대장이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점차 서로 적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행복할까? 이들은 둘 다 "행복하다. 우리가 즐거우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영 씨는 "한국에서는 일을 하면 잘하고 싶고 1등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좀 못하면 어떤가, 인간적으로 누군가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구나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원진 씨는 "전역을 하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민간 기업에 출근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아내 윤영 씨는 "스스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울해하고 짜증이 많아졌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바탐방에 와서 이원진 씨는 처음으로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사진이었다. 아이들의 사진을 촬영해서 인화해서 선물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는 즐거웠다. 그는 사람 살이에서 필요한 쓸모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윤영 씨의 집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늘 찾았다. 이들이 8개월째 이 곳에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역시 아이들은 가르치지만 돈은 벌지 않는다. 이에 이원진 씨는 "아이들이 왔다 가면 에너지를 받는다. 그리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겁다고 생각하니까 재밌다"라고 말했다.

은퇴 후 해외에서 살아보려는 이들은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은퇴 후 스스로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받은 것을 환원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하지 않을까",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한다는 건 은퇴 이후에도 그런 도전은 필요한 것 같다"라고 각자의 이유를 밝혔다.

바탐방으로 온 부부는 "시골에 가는 것은 실패의 확률이 높았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먼저 살아보면서 적응할 것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이원진 씨는 "내가 즐겁게 살자라고 생각하면 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곳에 달려가면 될 일 같다"라고 말했다. 원영 씨는 "내가 좋아하는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12월 21일 퇴임을 앞둔 충건 씨는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계속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의 삶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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