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유아인이 '예술적 끼'를 발산하는 방법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27 15:09 수정 2018.11.27 15:51 조회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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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유아인은 예술고등학교 진학 당시 미술을 전공했다. 당연히 연기를 전공하고 일찍부터 배우를 꿈꿨을 것 같지만, 예술적 호기심이 가장 먼저 발휘된 분야는 미술이었다. 그 당시에는 배우든, 화가든 꿈에 대한 어떤 방향도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배우를 볼 때 이 사람은 '천상 배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유아인이 그렇다. 이 사람이 '배우 유아인'이 아닌 '엄홍식'(본명)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갔을 인생에 대해서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 삶이 어울릴 것 같지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유아인은 배우로 살아야 하고, 배우로 살아서 더욱 멋진 인생이 됐다. 자신이 가진 총제적 끼가 배우라는 직업, 연기라는 유무형의 행위에 최적화된 것은 맞지만 이 친구에게는 한 분야에 가둘 수 없는 끼가 넘쳐흐른다. 그래서일까. 4년 전부터 소리 소문 없이 외도를 하고 있다. 정확히는 외도라기보다는 영역 확장이다.

2014년 '스튜디오 콘크리트'(Studio Concrete)라는 아티스트 그룹을 만들어 미술, 전시, 패션, 영상 등 다방면의 콘텐츠를 기획 및 생산해나가고 있다. 서울 북한남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갤러리, 아뜰리에 및 숍과 카페 등을 포함한 종합 창작 스튜디오다. '유아인 카페'로 입소문이 탔던 이 공간은 이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근사한 문화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유아인

최근 영화 '국가부도의 날'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아인은 스튜디오 콘크리트 활동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함께 하는 친구들과 큰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내 직업에 여유를 주기도 한다. 그 일에 너무 목매지 않게 되기도 하고, 더 (영감을)풍성하게 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 측면의 일도 하고 있는데 단순한 수익사업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이나 경제 가치 이상의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실험과 시험을 했던 것 같다. 기성 작가는 물론 신인 작가의 전시를 하기도 했다. 마냥 좋다고 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패션 사업 등의 수익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에 대해 떳떳하게 말하려면 추구하는 것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 실험의 단계는 지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유아인은 "처음에는 감각적으로 하려다가 지금은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다. 주변에 힙스터, 아트 공부한 친구들이 많다. 그들의 감각이나 취향을 살리고 드러내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예쁘단 말, 멋있단 말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런 일을 통해 뭘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아인은 "그럼에도 내 마음의 1순위는 배우의 일이다."라고 우선순위는 본업인 연기임을 확실히 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최근 한 브랜드와 협업해 패션 필름 '더 인터뷰'(THE INTERVIEW)'를 만들기도 했다. 유아인은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제작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부당한 비난에 과감히 맞서자"라는 메시지를 띤 영상에 직접 출연까지 했다.

유아인

6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다. 인터뷰어는 악플과 관련한 이슈에 대한 견해를 묻고, 유아인은 "악플과 선플을 정의하는 기준과 의미가 모호해서 필터링이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저와 관련한 온라인 게시글들을 좀 더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제 자세와 태도를 결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저 역시도 그곳에서 행위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 행위들이 일방적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답하며 시작된다.

이 영상은 액자식 구성을 띤다. 오프닝 시퀀스 이후에는 이 영상을 바라보는 화면 밖 유아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인터뷰에 임하는 유아인을 바라보는 관객 유아인인 셈이다.

영상 속 인터뷰어는 "인터넷상에서 부정적 평가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을 줬나요? 예를 들면 애호박이라던지?"라며 지난해 11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유아인과 네티즌들의 SNS 설전을 거론한다. 인터뷰이 유아인은 그 질문에 "표현 의지를 만들어주고 표현의 형태를 보다 더 깊숙하게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라고 답한다. 이쯤 되면 이 영상이 단순히 픽션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아닌 실제 유아인의 캐릭터가 연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유아인이 단순히 그 사건을 'SNS 해프닝'으로만 여기지 않고, 사건 자체는 물론 자신에 대해 총체적으로 사유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그것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이 영상은 캠페인의 주제 아래 기획된 것이지만, 크레이티브 디렉터 유아인의 깊은 참여도를 체감할 수 있다. 유아인은 앞으로도 이러한 재밌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예술적 영감을 드러내고 사유의 결과를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는 것은 유아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다. 일례로 SNS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SNS에 올리는 장문의 글에 대해 "소통에 대한 의지다. 표현에 대한 욕구이고. 제가 튀는 인물이고, 연예인이다 보니 부각되는 거지. 소통에 대한 의지는 어느 누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유아인에겐 여러 탤런트가 있다. 연기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문화 기획자, 영상 콘텐츠 디렉터 등 예술적 끼가 다분한 유아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능을 분출하고 있다.

내년 1월 도올 김용옥과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신개념 버라이어티쇼도 진행한다. 흥미로운 도전이다. 유아인이 가진 인문학적 소양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발현될지도 궁금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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