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배우↔작가' 하정우, 책으로 소통하고자 한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27 17:42 수정 2018.11.28 08:29 조회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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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하정우가 작가 하정우로 독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지난 2011년 '하정우, 느낌있다' 이후 두 번째 에세이를 발간했다.

27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책 '걷는 사람, 하정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하정우는 기자들 앞에서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인사말을 건넸다. 하정우는 "매번 영화 관련 현장에서 뵙다가 출판의 동네 합정동에서 이렇게 기자분들을 뵈니 느낌이 새롭다."고 낯선 공간에 선 설레는 소감을 밝혔다.

하정우는 "지난 2011년 '하정우, 느낌있다'를 발간한 뒤 '5년마다 한 번씩 나의 삶을 정리해 나가면서 할아버지 될 때까지 이런 작업을 해나간다면 후배들에게 선배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책 발간의 의미를 부여했다.

7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그간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이라는 두 편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예정된 5년보다는 일정이 지연됐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삶의 에피소드와 소회가 쌓였다.

첫 번째 에세이가 '그림'을 테마로 삶과 사람을 담아냈다면, 두 번째 에세이는 '걷기'를 테마로 한 배우 하정우, 인간 하정우의 삶과 사람들을 담았다. '걷기'를 책의 테마로 한 이유에 대해 하정우는 "7년간 일을 하면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내가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동안 '걷기'에 깊이 빠졌다. 그러다가 이 책까지 내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정우

하정우는 웬만한 곳은 걸어 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 대한민국 톱배우가 바퀴가 달린 이동 수단이 아닌 도보로 걸어 다닌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하정우는 마스크에 모자를 쓰고, 러닝화를 신고 3만 보 내외로 이동이 가능한 모든 장소를 걸어 다닌다. 걷기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은 이번 책에 여러 챕터로 나눠 기록돼있다.

하정우는 출판기념회가 예정된 오늘 하루도 걷기로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영화 '클로젯' 촬영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오전 6시 30분경 집을 나서 한강을 걸었다. 반포대교를 지나 다시 집에 돌아오면 약 1만 보 정도 된다. 오늘은 그렇게 가볍게 걷고 돌아왔다."라고 전했다.

책 집필 기간에 대해 하정우는 "지난 3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보통 1년에 1천 명 정도의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 느끼는 바를 기록해둔다. 그 기억을 꺼내 책에 담았다. 또한 문학동네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챕터 구성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이야기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걷기'를 테마로 한 책인 만큼 일본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나도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웃어 보였다. 하정우는 이 책뿐만 아니라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구가야 아키라의 '최고의 휴식' 등의 비슷한 테마의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색깔과 구성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책에 실린 사진은 모두 하정우의 개인 휴대폰에서 발췌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이고, 자신이 주인공인 사진은 절친인 배우 한성천이 촬영한 것이다.

하정우

하정우는 배우이자 화가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걷는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그는 "걷기와 그림 그리기는 배우로서 나를 지탱해주는 양 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걸으면서 얻어지는 것과 그림을 그리며 깨닫게 되는 것, 뭔가 전환이 된달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걷기와 그림 그리기는 내게 큰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했다. 하정우는 "책을 썼다고 해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걷는 것과 그림은 그리는 것은 내가 정리한 일기장 같은 것이다. 그런 것을 (독자 혹은 관객과) 나누고 싶은 것이다. 내 자신을 치유하고 못다 한 것들을 캔버스를 통해서 쏟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정우는 "이번 책을 통해 걷기를 통해 사람에게 일상 활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난 전업 작가도 아니고 이런 작업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저의 진심과 마음을 잘 읽어주시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라고 당부했다.

지난 21일 발간된 '걷는 사람, 하정우'는 6일 만에 4쇄에 들어갔을 정도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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