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귀르가즘이 뭐길래?"…고막 호강 영화, 2018 스크린 강타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1.29 12:23 수정 2018.11.29 13:19 조회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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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귀르가즘', 귀와 오르가즘의 합성어로 좋은 소리로 인해 귀로 느끼는 희열을 뜻하는 신조어다. 2018년 극장가를 정리할 때 한 번쯤 언급할만한 표현이다.

귀르가즘 영화들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는 시, 청각이 결합된 종합예술이지만 올해는 유독 귀가 즐거운 영화들이 흥했다.

포문은 '맘마미아!2'가 열었다. 지난 8월 개봉한 '맘마미아!2'는 지난 2008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속편이다. 1편의 450만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29만 명을 동원하며 치열한 여름 극장가에서 실속을 챙겼다. 무려 10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단연 음악의 힘이다.

국내 관객은 뮤지컬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맘마미아!'시리즈만큼은 예외였다. 'Dancing Queen', 'Mamma Mia', 'Waterloo' 등 '아바'(ABBA)의 명곡이 상영 시간 내내 흐르는 '맘마미아!' 1,2는 귀가 즐거운 영화의 대표적인 흥행 사례가 됐다.

보헤미안

지난 10월 개봉한 '스타 이즈 본'도 웰메이드 음악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1937년 '스타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성공을 거둔 영화는 1954년과 1976년에 이어 네 번째로 리메이크됐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과 남자 주인공 잭슨 역을 맡았고, 팝 가수 레이디 가가가 여자 주인공 엘리로 분했다.

재능 있는 가수 지망생이 인기 가수와 사랑에 빠지며 스타로 도약하는 성공담은 해묵은 신데렐라 이야기로 보이지만 브래들리 쿠퍼의 섬세한 연출과 레이디 가가의 가창력이 어우러져 훌륭한 리메이크작이 됐다. 무엇보다 'Shallow', 'Always remember us this way', 'Ill Never Love Again' 등 주옥같은 OST가 영화의 스토리에 타고 흐르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음악 영화 열풍은 '보헤미안 랩소디'로 정점을 찍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퀸(Queen)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개봉 5주 만에 전국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음악 영화 신기록을 세웠다.

퀸은 1973년 데뷔해 15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최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동시대를 살았던 관객은 낮춰 잡아도 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이다. 흥미로운 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500만 흥행을 주도한 관객층이 20~30대라는 것이다. 단군 신화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퀸의 이야기에 젊은 관객이 열광한 것은 시대를 막론한 명곡의 힘이다.

보헤미안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Somebody To Love', 'Don't Stop Me Now',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Radio Gaga', 'We Are the Champions' 등 주옥같은 퀸의 히트곡의 영화 속 이야기와 만나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퀸의 노래는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래서 20~30대 관객은 퀸이 누군지 몰라도 "아~이 노래!" 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민자, 성소수자였던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퀸의 성장담이 중심이 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젊은 층에게 흥미진진하게 다가갔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 극장 수입 중 미국, 영국에 이어 한국이 흥행 3위에 올라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 abc 뉴스는 "한국 관객들은 유독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이상 열풍을 분석하고 나섰다. 특히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영문 가사가 삽입된 '싱어롱' 상영에 주목하며 "한국 관객들은 극장에서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떼창을 부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방탄

음악 영화의 열풍에 극장도 웃고 있다. 특히 멀티플렉스 3사의 특화관이다. 메가박스의 사운드 특화관 MX관과 CGV의 스크린X관은 개관한 이래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사운드 특별관 MX가 2012년 개관 이래 역대 영화 중 사상 최대 관객 수를 기록했다.'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가 절정에 달한 개봉 3주 차 주말(11/17~18)의 MX 전체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를 넘었다."고 전했다.

CGV의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개봉 한 달 전 해외로부터 소스를 받아 스크린X 작업을 했다. 이번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관객에게 스크린X에 대한 인지가 확실히 됐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가수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미국 팝계 '3대 디바'로 80~90년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휘트니 휴스턴의 이야기를 다룬 '휘트니'는 영화의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아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아이 헤브 낫띵'(I Have Nothing), '런 투 유'(Run to You) 등 주옥같은 명곡을 듣는 감동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세계적인 그룹으로 도약한 방탄소년단의 '번 더 스테이지'는 국내는 물론 영화의 본고장 미국까지 강타했다. 개봉 하루(첫날 7만 7,263명 동원)만에 국내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신기록을 세운 영화는 개봉 첫 주 미국 박스오피스 10위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스윙

귀르가즘 열풍은 끝난 게 아니다. 8월 못지않게 뜨거울 12월 극장가에도 고막 호강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오는 12월 19일 개봉하는 '스윙키즈'가 대표적이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다룬 이 작품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팝이 대거 등장한다.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비틀즈의 'Free As A Bird'가 영화를 타고 흐를 예정이다. 특히 한국 영화에 비틀즈의 원곡이 삽입된 것은 최초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한 음악 영화 '써니'(2011)의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엑소' 출신의 도경수가 레트로풍 명곡에 맞춰 연기와 댄스 등 끼를 대방출할 것으로 보인다. '스윙키즈'가 '보헤미안 랩소디'에 이어 음악 영화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다룬 '리스펙트'까지 개봉해 스크린의 귀르가즘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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