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고비, 있었죠"…서지혜, 15년이나 '버텨온' 이유

최종편집 : 2018-12-03 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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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뚜렷한 이목구비에 서구적인 외모의 서지혜는 신인 시절부터 예쁜 얼굴로 각광받은 배우다. 어느덧 데뷔 15년 차인 그녀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총망라해 최근 3년 간이 유독 눈에 띈다. 과거에는 눈길 가는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최근에는 필모그래피에 묵직한 한 줄씩을 더해가며 배우로서 더 주목받고 있다.

SBS 드라마 '펀치'(2015)에서는 자신의 욕망과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여검사 최연진을, '그래, 그런거야'(2016)에서는 남편과 사별하고 시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모시고 사는 여자 이지선을, '질투의 화신'(2016)에서는 모든 걸 다 갖췄지만 반전의 거친 매력을 지닌 아나운서 홍혜원을, '흑기사'(2018)에서는 미녀와 마녀 사이 200년을 늙지 않고 살아온 여인 샤론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어느 캐릭터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최근 종영한 SBS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녀 간의 사랑, 막장 전개 없이 '진짜 의사'들의 애환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서지혜는 흉부외과 여의사 윤수연으로 오롯이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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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혜는 드라마 '펀치'를 시작으로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 입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으면서도, 겉에서 풍기는 모습은 비슷하나 처한 상황이 전혀 달라 연기 변신까지 이뤄낼 수 있는 캐릭터를 영리하게 잘 고르고 있다. 이는 배우로서, 혹은 인간 서지혜로서, 스스로의 장단점을 잘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릴 때 캔디 같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키가 큰 편이라 안 불쌍해 보이더라. 상대배우한테 따귀를 맞았는데, 오히려 모니터를 보면 내가 때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지 않고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고, 무슨 일 있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게 내가 갖고 있는 분위기였던 거다. 내게 차가운 이미지가 있다는 걸 깨닫고, 그 뒤로 도시적인 캐릭터를 하기 시작했다. '펀치' 때부터 나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으며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나 싶다."

'흉부외과'에서 서지혜는 진짜 흉부외과 의사처럼 보였다. 예쁘게 보이고자 과한 꾸밈으로 극 몰입을 방해하는 다른 의학드라마 속 여의사와 달리,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눈만 빼꼼 내밀더라도 수술방에서 일분일초를 다투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사명감을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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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의사 역할이란 게 부담스러웠다. 어려운 의학용어도 많았고, '내가 과연 의사처럼 보일까' 하는 게 큰 숙제였다. 이건 예쁜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진짜 의사처럼 보이는 게 내 목표였다. 그래서 '흉부외과'는 내게 어려운 작품 중 하나였다. 검사, 아나운서 등 전문직 캐릭터를 연기해봤지만, 이번 작품처럼 정확하게 해당 직업군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바느질 하나, 칼 잡는 거 하나, 수술 장갑을 끼고 난 다음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다 신경 써서 연기했다. '흉부외과'를 해보니, 다음 작품에서 어떤 직업군의 캐릭터를 만나도 쉽게 해낼 수 있을 거 같다.(웃음)"

실제로 '흉부외과'는 지금껏 국내에서 선보인 그 어떤 의학드라마보다 '리얼리티' 면에서 극찬을 이끌어냈다. 의학 자문단만 3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수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촬영장에는 항상 2~3명의 의사가 상주하며 배우들의 의학 연기에 디테일을 살렸다. 이런 촬영 분위기 속에서 배우들도 혼신의 힘을 다해 진짜 의사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수술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실제 수술처럼 6~7시간씩 촬영했다. 어려운 수술 장면을 촬영할 땐 리허설에만 2시간 이상씩 할애했다. 대사 연기를 하는 것도 힘든데, 수술 연기까지 익숙하게 보이도록 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계속 서서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진짜 수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더라. 자문 선생님들과 의논하며 하나하나 장면을 만들어갔고, 그러다 보니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를 본 실제 의사분들이 지금까지 나온 의학드라마 중에서 이 작품이 가장 리얼하다고 했다더라. 그런 말을 들으니 다 같이 고생한 걸 인정받은 거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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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손발을 맞추는 의사, 간호사들이 일정하고 그들이 함께 하는 수술 장면이 많다 보니, 배우들끼리의 친분도 두터워졌다. 특히 서지혜는 두 오빠, 최석한 역 엄기준과 박태수 역 고수의 배려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배우들의 성격이 다들 좋았고, 촬영 대기시간이 길어 저희끼리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금세 친해졌다. 다들 작품이 끝나는 걸, 이런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아쉬워했다. 저희는 서로 챙겨주고 위해주다가 끝난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화목했다. 엄기준, 고수 오빠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편안하게 잘 대해주셨다. 기준 오빠는 밥을 잘 사줬고, 고수 오빠는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 주곤 했다. 전 오빠들 당 떨어지지 않도록 초콜릿을 챙겨드렸다.(웃음) 그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좋은 호흡을 이어갔다."

84년생인 서지혜는 올해 나이 35세로, 결혼 적령기다. 연애와 결혼, 언젠가 자신도 할 일이란 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일에 더 욕심이 난다고 한다. 일이 좋아서 결혼을 미룬다는 개념이 아니라, 하고 싶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결혼이 아니니, 그쪽에 할애할 노력을 연기와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도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다. 나이 서른에는 서른셋 안에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서른셋에는 서른 다섯 안에는 결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아무것도 없더라. 지금은 마음을 비웠다. 결혼은 계획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지금은 결혼에 대한 생각보다 일에 더 욕심이 난다. 가족들도 '언젠가 결혼하겠지' 하며 이젠 압박을 주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워커홀릭'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일이 좋아서 남자 생각이 없어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 남자보다 일의 성취가 더 짜릿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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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했으니, 벌써 데뷔한 지 15년이나 됐다. 서지혜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연기를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자신을 잡아준 건 누군가의 조언과, 그녀 스스로의 굳건한 마음가짐이었다.

"난 고비가 빨리 왔었다. 20대 중반에 여러 가지 일을 겪었고, 시청률이 잘 안 나온 작품들도 많았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난 연기에 재능이 없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했다. 그런 시기에 어떤 지인 한 분이 내게 '네가 이 일을 안 하면 뭘 할 수 있겠냐' 물었다. 할 게 아무것도 없더라. 그래서 버텨보기로 했다. 버티다가 정말 못 버틸 때가 오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시작한 또래들 중,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잘 버틴 거 같다. 이순재 선생님처럼 50년 넘게 배우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물론 연기를 잘하시기도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버텨온 힘도 크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거다. 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오래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보통 나이를 먹는 만큼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배우도 많은 작품을 만나고 캐릭터 경험치가 늘어날수록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누가 봐도 '예쁜 배우' 서지혜는 외모보다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그런 바람에 맞는 방향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다.

"이제 '예쁨'을 생각할 나이는 지났다. 그런 건 내려놓을 시기다. 배우한테 '예쁘다'는 건 장면 안에서 캐릭터로서 빛나는 것, 그래서 예뻐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기로 진정성 있고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젠 허투루 하는 게 싫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스스로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작업이 배우한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흉부외과'는 내게 좋은 경험이었다."

[사진=문화창고 제공, '흉부외과' 스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