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이나영 '뷰티풀 데이즈', 극장도 관객도 외면했다

최종편집 : 2018-12-04 16: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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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6년, 0원, 6580명....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남긴 기록이다. 배우 이나영은 영화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뷰티풀 데이즈'로 컴백했다. 출연하면서 받은 개런티는 0원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지난 11월 21일 개봉해 12월 3일까지 총 6,580명의 관객을 모았다. 톱배우가 출연했지만, 배우에 대한 관심이 영화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나영은 탈북 여성 역할을 맡아 삶의 모진 풍파를 이겨내는 연기를 펼쳤다.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뷰티풀 데이즈'는 영화 제목처럼 아름답게 퇴장하지 못할 전망이다. 단순히 흥행 성적만으로 실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극장의 차가운 외면도 영화의 성적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전히 상영 환경 탓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소재와 연출 방식에 대한 선택이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배급과 마케팅의 전략이 영화 성적에 어떤 결과를 미쳤는지에 관한 내,외적인 평가도 냉정히 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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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참한 데이터, 스타 이름값도 무색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3억 2천만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읽은 이나영은 "꼭 하고 싶었던 영화였다"면서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자신의 개런티를 제작비에 써달라며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

전체 15회 차의 짧은 촬영에다가 지방 촬영의 비중도 컸던 탓에 준비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이나영은 영화 속 의상까지 코디네이터와 직접 준비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처참했다. 개봉 첫날이었던 11월 21일 전국 143개의 스크린에서 291회 상영됐다. 오프닝 스코어는 1,494명. 첫날 성적이 최고 성적이 됐다. 이후 관객 수가 세 자리대로 떨어진 후 회복하지 못했다. 관객 수는 스크린 수와 비례했다. 첫날 이후 스크린 수가 줄어들면서 관객 수도 같이 떨어졌다. 개봉 1주일 만에 서울 상영관은 두 곳으로 줄었고, 사실상 종영 수순에 접어들었다.

전국 10개의 스크린만 남은 현재 '뷰티풀 데이즈'의 누적 관객 수는 6,580명이다. 영화의 손익 분기점은 1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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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부터 퐁당퐁당... 극장은 외면했다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극장 탓도 컸다. '뷰티풀 데이즈'는 첫날부터 사실상 퐁당퐁당(교차 상영) 신세였다. 대부분의 상영 시간표는 이른 아침인 오전 9~10시 사이, 늦은 밤인 오후 10시 이후 시간대에 편성됐다. 관객과 만날 통로가 막힌 상태에서 개봉한 영화는 입소문이 날 겨를이 없었다.

물론 극장 탓만을 할 수는 없다. 극장의 스크린 편성은 시사회 반응 및 예매율, 관객 선호도 등을 종합해서 이뤄진다. 한 관계자는 "예상만큼 예매율과 선호도 등이 올라오지 않았다. 배급 시사회 후 극장들의 반응 역시 상업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라고 전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배급 및 홍보 전략에서도 실패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사 내부에서는 '뷰티풀 데이즈'를 상업영화의 형태로 개봉하고자 했다.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기를 꺼려했다는 것이다. 예산은 작은 영화지만, 톱배우의 컴백작이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화제성이 있다 보니 상업영화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양성 영화로 분류됐다.

대부분의 중소 규모의 영화들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극장의 단독 개봉을 기대한다. 단독 개봉 아래 일정 기간, 일정 스크린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억 대의 상업영화와 경쟁하다가 관객 수, 예매율에 밀려 일주일 만에 전사하는 참사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각 극장 체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홍보의 경우 이나영이 70여 개 매체 인터뷰를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작비 3억의 영화다 보니 P&A(홍보비) 비용을 많이 쓸 수도 없다 보니 그 흔한 TV 광고, 포털 광고 등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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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은 인정했지만... 독립영화의 상영 기반 아쉬워

'뷰티풀 데이즈'는 지난 10월 폐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당초 기대했던 칸영화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최고의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열며 아쉬움을 달랬다. 개막 상영 매진을 시작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치러진 상영에서는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성을 극장 개봉까지 이어오진 못했다.

탈북 여성의 기구한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뷰티풀 데이즈'는 묵직한 메시지와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연출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관객과 폭넓게 소통하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영화의 소재와 메시지와 맞지 않는 현란한 연출이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영화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은 2016년 영화 '히치하이커'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마담 B'에 이어 다시 한번 탈북 여성을 주제로 한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연출했고,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펼쳤다. 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노개런티 출연을 감행한 이나영 역시 박수받을 만하다.

올해 한국 독립영화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공녀'(5만 9,273명), '죄많은 소녀'(2만 1,378명), '살아남은 아이'(1만 969명), '어른 도감'(6,952명), '튼튼이의 모험'(4,820명), '영주'(1만 8,284명, 상영중) 등 빼어난 작품이 많았지만 더 많은 관객과 만나지는 못했다.

다양성 영화가 관객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안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진 성토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저마다 예술 영화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누리는 자만의 특권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남긴다.

ebada@sbs.co.kr